[비바 코리안] 일본과 중국에 협공 당하는 ‘브라질한인 커뮤니티’
[비바 코리안] 일본과 중국에 협공 당하는 ‘브라질한인 커뮤니티’
  • 정길화(방송인, 본지 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09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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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한인타운이 있는 봉헤치로 풍경.
브라질 한인타운이 있는 봉헤치로 풍경.

지방의 모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곧 한국이 멸망할 테니 지상낙원으로 가야한다”는 논리로 지구 반대편 브라질로 천여 명을 이주시켰다는 뉴스가 나왔다. 뒤늦게 교회를 나온 이탈한 신도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사실상 강제노동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실태를 보도한 JTBC의 뉴스는 매우 충격적이다. 몇몇 아는 교민들에게 물어보니, 이들의 정착지로는 상파울루 인근설, 판타나우 근방설, 북동부 살바도르설 등이 오가고 있어 실체가 다 알려지지는 않은 듯하다. 

한국 뉴스에 지금 나왔을 뿐 이들이 브라질에 정착한 것은 오래됐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집단생활을 하며 야채, 콩나물을 재배하고 두부 등을 만들어 인근 도시에 보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 4000만 평이 넘는 농장을 조성하다니 일견 대단한 일일지 모르나 신도들은 필경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오도 가도 못하고 농장에서 노예노동으로 겨우 밥 먹고 사는 정도..’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이 수교한 것은 1959년, 최초의 근대이민인 브라질 이민은 1963년이다. 내년이면 수교 60주년이 된다. 그동안 5만여 우리 교민들이 브라질 사회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해 왔고 적어도 지역사회에 폐를 끼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랬는데 이런 소식이 들리니 일부 교민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이 분들이 거기서 실정법상의 무슨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들이 집단농장을 이루어 브라질의 오지를 개발하면 브라질로서는 좋은 일이 되는 것인가.

한편 브라질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교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봉헤치로 의류봉제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최근 12,000명 정도가 브라질을 떠났다고 한다. 시쳇말로 이거 실화인가? 작년 연말 경에 이미 8천명이 떠났다고 했는데 그 사이 이런 추세가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교민들 중의 일부는 한국으로 역이민을 했고, 미국이나 다른 중남미국가로 재이민을 떠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치안 부재, 부패, 세금 등 고질적인 브라질 코스트를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겠으나 한인들의 적응력과 승부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찍이 교민들이 정착하여 주로 살고 있는 상파울루 봉헤치로는 2011년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됐다. 2017년 당시 조앙 도리아(Joao Doria) 상파울루 시장은 봉헤치로를 ‘리틀 서울’로 명명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지지부진이다. 반면 이민 역사 110년으로, 상파울루 근동에 170만 여명의 일계 브라질인(nipo-brasileiro)이 사는 일본 커뮤니티는 최근 상파울루의 역명에 자퐁(일본)이 들어가는 역을 만들어냈다. 즉 종전 리베르다지(Liberdade) 지하철역의 이름을 ‘자퐁-리베르다지(Japao-Liberdade)’로 바꾸게 한 것이다(연합뉴스). 

한편 중국 세력의 부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03년 이래 15년간 중국의 브라질에 대한 투자가 5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00년 8월 15일부터 시작됐다고 하는  중국인의 브라질 이민은 현재 19만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후진타오 이래 브라질 진출을 가속화하여 중국 커뮤니티의 인구가 50만이 넘는다는 설이 있다. 최근 브라질 테메르 대통령은 8월15일을 ‘중국인 이민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문제는 이 날이 상파울루에서는 ‘한국 문화의 날’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주브라질 한인 커뮤니티는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협공’을 당하는 양상이다.

브라질 한인 이민 55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물 ‘우리(Uri)’.[사진=브라질 좋은아침]
브라질 한인 이민 55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물 ‘우리(Uri)’.[사진=브라질 좋은아침]

이러한 가운데 상파울루의 브라질 한인회는 8월10일부터 한국문화의 날 축제를 시작하고 11일에는 봉헤치로 상징물인 ‘우리(Uri)’를 준공한다. ‘우리’는 지난 3월 이낙연 총리가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기공식을 한 조형물이다. 이 조각 작품은 한국과 브라질을 각각 표상하는 두 사람이 한 방향을 걸어가는 모습으로 한국과 브라질의 연대와 병진(竝進)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바모스 준토스(Vamos juntos)’라는 별칭을 제안한 바 있다. 한미동맹을 뜻하는 ‘We go together’의 브라질 버전이다.

‘우리 바모스 준토스’는 주 상파울루 성상원 작가가 재능기부를 하고,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정부 예산과 교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낸 이민 역사 55년의 상징물이다. 세계적인 타이포그래피스트 안상수 교수가 조형물에 구현되는 한글 자모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작품의 주제는 브라질 사회에 대한 감사와 연대, 그리고 한인들의 화합과 단결이다. 진행과정이나 결과물에 대해 다소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차제에 우리 바모스 준토스의 완성이 재 브라질 한인 커뮤니티 발전과 단결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필자소개
방송인, 언론학 박사,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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