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미사진작가 유승호의 '위대한 자연'
[기고] 재미사진작가 유승호의 '위대한 자연'
  • 정유림(큐레이터)
  • 승인 2018.08.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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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나 샌프란시스코 풍경 SNS에 지속적으로 올려...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치유효과 겨냥

지난 6년 동안 미국 서부의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이나 샌프란시스코 의 아름다운 풍경을 SNS상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올려온 사진작가가 있다. 사진을 보면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라도 위로받고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작품 속에는 동물이나 이름 모를 꽃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때론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와 낙조,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허리춤에는 구름 같은 안개가 걸쳐져 몽환적인 모습을 연출해낸다. 별빛이나, 바다, 태양이 만들어내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대면하는 순간 거대한 자연의 위대함 앞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단지 이것은 그냥 넘겨버릴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니다. 사진마다 시종일관 꽃 내가 잔잔히 번지는 듯 여운이 남기에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그렇다. 이것은 유승호 작가가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전하는 치유의 기도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는 사진작가 유승호는 풀륫 연주가이자 목회자이다. 그러나 한국에 있을 땐 은행원이었다. 2남 6녀의 막내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어릴 적 부모님이 병으로 돌아가시고 난 후, 그는 많은 설움과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가정의 엄마아빠를 가진 아이들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던 소년시절,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나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삼키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대학 진학과 취업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도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그는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점 안정이 되었지만 이루지 못한 것들을 실현해 보고 싶은 생각과 가족의 응원으로 1996년 7월 늦은 유학을 결심한다. 고등학교 때 큰 교회 옆을 지나다가 헨델의 메시야 중 할렐루야('Hallelujah' Händel's Messiah)를 연습하는 것을 듣고 교회를 다니면서 꿈을 키우기 시작한 지 한참만의 일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경배와 찬양의 바람이 불어 교회음악의 큰 변화가 불던 시점이었는데 대부분의 가스펠 찬양은 영어가사를 번역해서 부르던 시기였다. 그는 더 큰 세상에 나아가 영어로 찬양을 하고 예배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 미국으로 향했다.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갖은 고생 끝에 예술과 종교음악을 공부하면서 교양과목으로 사진학을 배우게 되었는데, 그때 사진작가 앤젤 애덤스(Ansel Adams 1902 - 1984)의 작품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풍경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유학시절 중 사진 클럽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그런데 첫 번째 부터 ‘이건 사진도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았다. 이후 어떠한 사진을 올려도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 혹평을 했다. 왠지 오기가 생겼다.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계속해서 열심히 올렸더니 나중에는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사진을 찍어 올리고 또 혹평을 받고, 다시 사진을 찍어 올리기를 2년여 하고서야 결과가 뒤집혀졌다. 2년 연속 포토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게 된 것이다. 끝없이 노력하고 인내한 후에는 자기 자신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한 결과를 맛보게 된 것이다.

사진을 통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고, 치유를 경험하도록 바라며 시작한 일이었는데, 감사하게도 한국일보와 대한 항공이 후원한 사진콘테스트에서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대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얻었다. 작년 3월초에는 독일의 니콘사 홈페이지에 그의 작품이 실리기도 했다.

풍경사진의 대가였다는 앤젤 애덤스(Ansel Adams)는 말했다. “좋은 사진을 찍는 법은 없다. 다만 좋은 사진이 있을 뿐”이라고. 사진작가 유승호는 말한다.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건 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 까지 끈기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셔터를 누르는 반복이 필요하다”고.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이 또한 좋은 사진을 찍는 법과 다름 아니리라.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 까지 끈기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인생의 셔터를 누르는 반복이 필요한 것 아닐까. 그리고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 좋은 인생 사진이 되는 게 아닐까.

<필자소개>

피카소게르니카전, 운보판화전, 일민미술관, 롯데갤러리 등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현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기획실장
2017년부터 미술협회 전시기획행정분과위원, 리더스포럼문화예술국장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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