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57] 서당(書堂)
[아! 대한민국-157] 서당(書堂)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8.08.2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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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홍도의 풍속화 가운데 ‘서당’ 그림이 있다. 훈장 아래 9명의 학생이 둘러앉아 있는데, 그림에서 보이는 바 연령과 신분이 제각각이다. 오른쪽에는 양반집 자제로 보이는 학동들이 나이 순서대로 앉아 있고, 왼쪽으로는 평민으로 보이는 학동들이 글을 읽고 있다.

이를 보면 조선 후기에 오면 양반과 평민이 함께 다니는 서당이 일반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18세기 중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걸쳐 조선의 서당 수가 2만1천여 개, 훈장이 2만1천여명, 학생은 20여만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하는 기록이 있다. 이 시기, 서당의 대중화는 오늘날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서당의 기초과목은 『천자문』이고 그 다음으로는 『동몽선습』, 『소학』 등이 필수였다. 서당의 형편과 수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학동들이 어느 정도 문리를 터득하면 사서삼경을 배우고 아울러 『통감』, 『사기』 등의 역사서를 읽었다. 조선시대 서당의 교육 수준은 단순히 초등학교 수준의 아동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 역할까지도 했다. 국가교육기구인 성균관, 사부학당, 향교, 그리고 사족(士族)들이 만든 서원의 기능과 구별되는 서당의 영역은 조선후기로 갈수록 넓어져 갔다.

교육과 책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어서, 서당의 급증은 서적간행과 출판유통의 발달로 이어졌다. 책사, 방사, 서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서점은 정릉과 육조 두 지역에 펼쳐져 있으면서 지식의 유통체계를 뒷받침했다. 희귀본을 구해주고 구전을 받는 ‘책주름’도 나타났으며, 책을 빌려주는 ‘세책가’도 등장했다.

서당의 대중화와 지식 유통체계의 확산과 함께 나타난 주목해야 할 현상은 ‘새로운 지식층’의 등장이다. ‘평민지식인’, ‘일반유생’, ‘농민지식층’ 등으로 불릴 수 있는 이들은 농업, 훈장, 법률대서, 사주점술, 지관, 의업 등의 직업을 겸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지식층, 곧 성리학적 양반사족과 구분되는 이들은 농민이나 일반백성들의 합법적인 청원을 대서해 주거나 여러 번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고충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민란의 주모자가 되기도 했다. 갑오농민혁명의 지도자 전봉준이 바로 훈장 출신이었다.

이와 같은 서당은 19세기 들어서도 계속 확산되는데, 장편가사로 전해지는 ‘거창가(居昌歌)는 서당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일반백성이 모여 사는 곳이면 모두 마을에 서당을 두어, 열 집 정도의 한산한 마을에서도 책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곱 살 배기 아이도 공맹(孔孟)을 외우니 그 애친충군(愛親忠君)의 마음은 조야를 구분할 필요가 없으며, 아울러 예(禮)에도 통달해 있다.”

조선후기의 마을 서당들은 과거시험 공부를 넘어 지역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지역 지식인의 사랑방인 동시에 여행길의 지식인이 묵고 가는 객사(客舍)의 역할도 했다. 이러한 서당의 대중화는 문중이나 동족마을, 동리마을에까지 확대되었다. 자료에 의하면 정선 읍내의 95가구 2개 마을에 설치된 서당이 4개나 되었고, 학동이 110명을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인의 평균적 교육열과 지적 수준을 서당이 감당했던 것이다.

1866년 프랑스 해군 소위 후보생이었던 앙리 쥐베르가 병인양요 때 남긴 『조선원정기』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하나의 사실은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집안에 책이 있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홍도의 서당[사진=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의 서당[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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