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호주 동포의 미국, 캐나다 방문기-3
[해외기고] 호주 동포의 미국, 캐나다 방문기-3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27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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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라스베이거스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라스베이거스는 정말 네바다 주의 특징인 사막 한가운데에 거대도시로서 자리 잡고 있었다. 풀포기가 듬성듬성 보이는 광활한 땅이 보이더니 저 멀리에 도시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밖으로 나오니 40도가 넘는 뜨거운 사막의 열기가 얼굴에 부딪혀 왔다. 라스베이거스 중심지로 들어가는 거리에는 개성 넘치는 다양한 디자인의 고층호텔들이 눈이 혼란스런 지경으로 줄지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미국 독립 기념일이라서 호텔 로비는 마치 벼룩시장 장터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나는 오빠와 올케언니였지만 반가움은 더 컸었다. 막냇동생인 나에게 부모처럼 유난히 정을 쏟는 오빠와 올케언니라서 나이가 들어도 나의 의지처가 되어준다. Wynn호텔에 짐을 풀고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한 후에 ‘The Dream’이라는 쇼를 관람했다. 쇼의 내용은 한 여인이 연속적인 긴장된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여행을 하며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욕망과 어둠의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물속과 공중을 날아다니며 보여주는 아크로뱃 공연이었다. 눈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수중무용의 안무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중서커스 그리고 무대장치와 조명의 조화는 보는 내내 숨을 멎게 할 만큼 환상적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밤낮의 경계가 없는 도시이며 24시간 깨어있는 유혹의 도시였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느긋하게 그랜드캐니언을 향해서 출발했다. 

아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봐야 한다는 장소로 추천을 받는 곳이 그랜드캐니언이다. 신이 만든 자연, 신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은 미국 아리조나주 북부에 있는 고원지대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에 의해서 깎인 거대한 계곡을 말한다. 1919년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7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약 5시간 정도 운전해서 가니 그랜드캐니언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깥 기온은 38도 정도 되는 숨이 막힐 만큼의 무더운 날씨였다. 입장료를 내고 15분정도 더 운전해서 올라가니 비지터 센터가 있어서 차를 파킹해놓고 계곡의 지도를 얻었다. 그리고 센터 옆에 있는 극장에서 20분 정도 상영되는 그랜드캐니언을 소개하는 영화를 보았다. 콜로라도 강에 의해서 깎인 계곡의 깊이는 1,600m에 이르고 계곡의 폭은 넓은 곳이 30km에 이른다고 하니 그 거대한 지역을 짧은 시간 안에 다 본다는 것은 무리였다. 

차로 이동하면서 한 부분만이라도 전망대에서 제대로 보자고 의견을 모아서 계곡으로 들어갔다. 해질 무렵이라서 석양을 받는 부분 부분의 계곡 색깔이 달라지고 있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들 아~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경건함,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 겸손함을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장관이었다. 안내판을 보니 1820년 무렵, 900m 계곡 아래에 인디언부부가 양을 치고 야채를 키우면서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었다. 어떻게 살았는지 오직 경이롭다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거대한 계곡 그 아래로 햇살을 받으며 흐르는 강물줄기는 정녕 위대한 자연이었다. 석양을 뒤로 한 채 내려가면서 어둠이 깔리기 전에 호텔로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다음날 한 나절 동안 다른 방향을 따라 돌면서 계곡을 구경하며 전망대에서 많은 사진을 기념으로 남겼다.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을 보면서 긴 숨을 내쉬며 감탄만 발했다. 햇살이 너무 강렬해서 모두들 더위에 힘들어 했다. 라스베이거스로 일찍 출발해서 좀 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익힌 오빠의 운전 솜씨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라스베이거스 호텔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벨라지오 호텔 (Bellagio Hotel)에 체크인을 했다. 영화 Ocean 11의 촬영지로서 유명세를 얻게 된 이태리 풍 디자인의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호텔로비 안쪽에는 마치 디즈니랜드 만화영화 속에 나오는 환상의 정원처럼 꾸며놓아서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사진을 찍는데 몹시 혼잡스러워 보였다. 천정의 유리장식에만 1.5m의 돈을 썼다고 하니 화려하고 웅장함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브리즈번에 살던 청년이 Wynn호텔의 소믈리에(포도주 감별사)로 일하고 있어서 퇴근 후에 호텔과 떨어져 있는 다운타운을 특별히 구경시켜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평범한 인간 세상과는 동떨어진 환락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날, 오전에 체크아웃을 하고나서 호텔 입구에 있는 분수대 안에 동전을 몇 개 던져 넣었다. LA로 가는 차안에서는 행복한 피로에 젖어서 내내 잠을 자면서 갔다. 

조카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오빠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내가 사는 나라, 호주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브리즈번으로 돌아가는 길은 일본 나리타공항, 싱가포르 공항을 경유해서 장장 27시간을 하늘위에서 보냈다. 호주와 미국은 거리상으로 너무나 멀리에 떨어져있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며칠 동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잠이 쏟아졌었다. 시차도 틀리지만 강행하면서 따라다닌 내 몸이 이제는 살려줘~ 하며 소리치는 것 같았다. 아직도 꿈속처럼 몽롱한 기분이 든다. 

언제 그 먼 곳을 그 많은 곳을 다녔는지 놀랍기만 하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보고 느낀 것을 좋은 기억으로 남기며 오래 오래 가슴 속에 저장했다가 다시 꺼내 보고 싶다. 여행이란 가방을 한번 싸기는 힘이 들지만 시작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은 딸 부부 덕분에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힐링이 되어서 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한결 편해진 몸과 마음 덕분에 일하는 즐거움도 커진 것 같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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