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조선시대의 숨겨진 사회 풍경
[해외기고] 조선시대의 숨겨진 사회 풍경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05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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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조선시대의 숨겨진 사회 뒷 풍경에 대해서 쓴 흥미로운 책을 두 권 읽었다. 본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며 한국어 IB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역사에 대한 간략한 수업도 하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국어 IB 프로그램은 한국 언어와 글자를 공부하는 일반적인 한국어과목이 아니다. 문화적 다양성이나 전통과 관습, 문학에세이를 쓰는 기본적인 공부를 해야만 12학년 본 과정에서 시험을 칠 수 있는 기본실력을 갖추게 된다.

호주에 사는 청소년들이 모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친 자신들의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근현대사에 가장 근접하게 맥이 이어지는 시대가 바로 조선시대이기 때문에 조선역사, 특히 궁중 사(宮中 史)나 야사(野史)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대학입시철이 되면 입시생을 둔 부모나 두지 않은 부모들조차도 대학교 입학시험 제도와 문제출제에 온 관심을 집중시킨다. 얼마 전에 어느 뉴스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면 수재들이 모인다는 서울대생 중에서 많은 수가 전공을 불문하고 고시공부를 한다는 것이었다. 고시열풍은 고용구조가 불안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무원이 갖는 직업의 안정성, 신분상승, 권력에 연관되는 돈에 매달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면 조선시대에 인재를 뽑는 과거제도는 어떠했을까.

사극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암행어사가 먼저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과거시험에 수석으로 장원급제한 인재는 머리에 매화꽃이 꼽힌 모자를 쓰고 만조백관이 보는 앞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왕은 장원급제한 인재를 비밀리에 불러 마패를 하사하고, 다른 지방에 내려 보내 악덕 사또를 벌주고 올곧은 인물을 새로운 관리로 임명하게 하는 권한을 준다.

실존인물인 박문수어사나 소설 춘향전의 이몽룡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조선선비들이 골머리를 앓으면서 치렀던 과거제도에도 문제점이 많았다고 한다. 책의 저자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과거시험은 양반사회 내부의 게임이었으며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힌다. 책속에 소개되었던 웃지 못 할 몇 가지 예를 소개하려고 한다.

<숙종실록: 31년2월18일>에 나오는 실례로서 첨단기술이 동원되었던 과거시험의 부정행위에 관한 것이다. 성균관 앞 반촌에서 나물을 캐던 여인이 땅에 묻힌 노끈을 발견하고 잡아당겼다. 끈은 대나무 통과 길게 이어져있었고, 과거 시험장이었던 성균관 안으로 연결되어서 땅속에 깊이 묻어놓은 대나무 통을 통해서 시험문제를 밖으로 내보내면 답을 적어서 시험장소로 되돌려 보내는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청구야담>에 실린 박문수어사의 이야기가 실화인지 조작된 것인지 확인 할 방법은 없지만 야사에 실린 이야기가 재미있다. 영조시대의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는 본래 문필이 부족해서 과거시험에 합격할 인물이 못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과거시험 날짜를 앞두고 한양성내를 돌아다니다가 걸려든 시골유생을 속여서 시험 당일 날 협박을 해서 합격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결국 과거제도는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로서 조선후기에 있었던 갑오경장으로 인해서 제도를 폐지하게 된다.

최근에 유명아이돌 출신의 여자 연예인 S의 카지노 도박이 화제가 되고 있다. 6억원대의 거액을 도박 빚으로 날렸다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이런저런 많은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된다. 현재에도 다양한 도박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합법화된 로또, 인스턴트 스크래치, 경마장배팅, 포키머신, 카지노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도박이 일반화되어 있다. 도박이라는 개념보다는 한방에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의 욕망이 자신도 모르게 중독이 되게 만드는 것 같다. 카지노에 가면 숙식이 저렴하게 제공되기도 하고 VIP가 되면 받는 대접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조선시대에도 도박이 마약처럼 성행해서 ‘투전 노름에 날 새는 줄 몰랐다’라는 말이 있다.

조선 후기 도박계의 패권을 차지한 것은 투전이었다고 한다. 투전은 19세기 말 화투가 수입되기 전까지 도박판을 잡고 있었으나 화투가 그 자리를 점령하게 되었다. 조선시대에도 도박장을 개설해서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거나 자릿세를 뜯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현대판 카지노에서 “꽁지”(카지노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로 불리는 사람들의 대선배 격이 될 성싶다.

사기도박도 있었다고 하니 도박과 관련된 범죄는 과거나 지금이나 꼬리를 사그라뜨리지 않는 듯하다. 유명한 일례로 백범 김구선생이 일본인 밀정을 죽이고 감옥에 갇혀있었을 때 많은 돈을 들여서 구출해낸 사람이 사기 도박꾼이었던 김주경이라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도박에 몰두했는데 투전에 뛰어난 재주를 부려서 친구들을 통해서 투전판을 벌린 뒤에 거액을 벌었으며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어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김구선생의 탈옥까지 도왔다고 하니 그 인물에 대한 평가를 쉽게 내릴 수도 없다.

과거의 역사를 음미하다보면 현재가 눈에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역사란 늘 일정한 흐름이 있고 반복되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했던 조선의 역사를, 정치를 지금의 세태에서도 경험하고 있고 눈으로 확인하고 있으니, 역사가 돌고 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며 사는 것 같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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