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일 미 플로리다 남서부한인회장, “30년 회계사 일하며 교민사회에 봉사”
김혜일 미 플로리다 남서부한인회장, “30년 회계사 일하며 교민사회에 봉사”
  • 잭슨빌=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9.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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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때 초등학교 3학년 입학...매릴랜드한인회장 마치고, 플로리다로
김혜일 회장
김혜일 회장

“메릴랜드에서 한인여성회장을 할 때 노인아파트를 세우려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못 세운 게 아쉬웠어요.”

김혜일 플로리다 남서부한인회장이 잭슨빌에서 플로리다연합회 체육대회가 열리는 솔로몬 칼훈 커뮤니티센터로 가는 차안에서 옛 이야기를 꺼냈다. 김 회장은 메릴랜드에서 회계사로 30여년을 지냈다. 1972년 메릴랜드한인여성회를 창설했으며,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메릴랜드한인회장으로도 4년간 봉사했다. 2005년 한인회장을 마치면서 회계사 사무소도 넘겨주고 은퇴해서 플로리다로 왔다. 노후생활을 위해 따뜻한 남국으로 온 것이다.

그가 현재 사는 곳은 플로리다 남서부의 네이플스. 템파에서 자동차로 2시간반 남쪽으로 가는 곳이다. 그는 플로리다에 와서도 인근 6개 카운티를 묶어서 만든 남서부한인회 한인회장을 지난해부터 다시 맡아 봉사하고 있다. 6개 카운티 지역에는 한인 1500명이 살고 있다.

김 회장의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김 회장이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을 떠나 LA로 온 것은 1962년이었다.

“당시 남편은 군에 있었어요. 한국에서 저는 학교를 못다녔어요. 제가 공부하고 싶다고 하자 시부모님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당시 제 나이가 22살이었는데, 미국 초등학교 3학년으로 입학시켜주셨지요. 시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셨어요.”

하지만 결혼생활과 공부에 대한 열정이 서로 맞부딪쳤다. 6개월 만에 LA에서 테네시로 옮긴 남편이 다시 한국 복무를 자원했다. 남편이 한국에 갔다 오는 동안 김 회장은 동행하지 않고 남아서 공부를 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올라간 것이다.

“남편이 돌아와 피터스버그로 옮겨갈 때 대담하게 요청했습니다. 이혼해달라고요. 남편은 제가 집에서 주부로 있기를 바랐어요. 오후 3시면 돌아와서 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기를 원했지만, 저는 공부가 하고 싶었고, 스스로 발전하고 싶었지요.”

결국 미국 생활 3년만인 1965년 그는 남편과 이혼을 한다. 이혼 이후는 혼자서 모든 생활을 해결해야 하는 고생길이었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이었다. 그는 매주 하루도 쉬지 않고 7일간 일하며, 5일간은 야간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검정고시를 쳤다. 고교 졸업자격을 받은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메릴랜드 커뮤니티 칼리지에 들어갔어요. 2년제 대학이었어요. 이 학교를 졸업하고는 다시 4년제인 메릴랜드대학에 편입해 회계학을 공부했습니다. 1973년의 일이었어요.”

회계학을 공부한 그는 회사에 경리로 취업해 일하다가 1979년 회계사 사무소를 차려 독립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할까. 그는 열심히 일을 했고, 회계사 사무소는 고객이 많았다. 그렇게 30년을 회계사 사무소를 경영했다. 그러면서 다시 결혼도 했다.

“아마 한국인 여성으로 회계사 사무소를 낸 것이 당시로서는 제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한인사회에도 적극 참여했다. 1972년에는 지역 여성들을 모아 메릴랜드한인여성회를 창설했다. 모여 친목을 나누고 서로 돕자는 목적이었다.

이어 1984년부터는 한인회에도 참여했다. 한인회 재무도 맡고 한글학교 이사, 한인회 부회장, 2002년부터 20005년까지 4년간은 한인회장으로도 봉사했다. 지금 백성옥 회장이 활동하고 있는 메릴랜드한인회 회장을 당시 역임했던 것이다. 학군이 좋아 한인 6만여명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여성회장을 맡을 시절 노인아파트 섹션 2 프로그램을 신청하라고 지방정부에서 여성회로 공문이 왔어요. 아무 수입 없는 노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사회복지형 아파트입니다. 노인아파트 80-90 가구를 지으면, 큰돈을 지원해준다고 했어요.”

여성회에서 노인아파트 사업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고 한다. 대중버스 정류장이 건물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든지, 알콜홀릭치유병원이 부근에 있어서 안 된다든지 탈락된 사유는 다양했다. 결국 나중에 다른 한국인이 했지만, 자신이 못해낸 것이 지금가지 한으로 남는다고 한다.

“여성회에서 노인잔치를 했어요. 18년간 빠지지 않고 열었어요. 처음에는 100명이 오더니 나중에는 400명이 왔어요.”

일찍이 부모를 떠나 미국에서 생활한 것이 한인노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진 듯하다. 김 회장은 오랜 기간 노인잔치를 열면서 노인아파트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고 소개한다.

노인아파트 건립은 불발됐지만 메릴랜드한인회관을 이루어낸 것은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이다. 그가 한인회장 첫 2년 임기를 마쳤을 때 볼티모어 시장이 창고형 건물을 한인회에 기증해 줬다. 35만불짜리 큼직한 건물로, 아이들한테 교육을 시키는 장소로 활용한다는 조건이었다.

“선거 때 펀드레이징으로 도움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건물이 너무 컸어요. 사용하려면 20만불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차라리 반납하자는 의견도 많았어요.”

하지만 김 회장은 이사회를 열어 반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주는 건물 지키지도 못해서는 안 된다는 자존심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한테 세를 줘서는 안 되고, 혹시 팔면 판매대금 절반을 시정부에 돌려줘야 하는 조건의 건물이었다.

결국 이 건물은 나중에 22만불에 팔려서 10만불은 시정부에 돌려주고, 남은 12만불은 뮤추얼펀드에 투자해 16만불로 늘게 된다. 그리고 흑인거주지에 한인회 건물로 사놓았던 것을 중국인한테 37만불에 매각했다. 한인회관으로는 입지가 좋지 않은 건물이었다.

이렇게 해서 마련한 돈으로 현재의 메릴랜드한인회 건물이 컬럼비아에 마련된다. 45만불을 주고 구입한 건물이라고 한다. 한인회관 구입은 후임인 한기덕회장과 허인욱 회장을 지나면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2005년 은퇴해 플로리다 네이플스로 왔습니다. 이 지역에 한때 한인회가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오래 활동이 없어서 2008년 비영리단체로 남서부한인회를 만들었어요. 그때 한인회장을 맡았다가 마치고, 또 지난해부터 다시 한인회장을 맡았어요. 한인인구가 없는 지역이어서 한인회장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는 플로리다 남서부 한인회장을 맡아서는 장학금도 주고, 한인들을 위한 가을잔치도 개최해왔다. 가을잔치에는 6개 카운티에 널리 퍼저 사는 1500명 한인 가운데 100-140명이 참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동네잔치인 셈이다.

그는 어릴 적 못 배운 것이 한이 돼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장학활동도 적극 전개해왔다. 매년 골프대회를 통해서도 기금을 모으고 있다. 2009년 이래 매년 10명의 한인학생들에게 500불씩을 지급해오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광복절 행사도 한인회 주최로 개최했다. 한인교회를 빌려서 개최한 광복절 행사에는 52명이나 참여했다. 좋은 반응이었다. 내년에는 3.1절 행사도 한인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광복절은 무엇이고 3.1절은 무엇인지를 차세대한테 알려가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혜일 회장의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우여곡절과 아픔이 왜 없었으랴.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장식되는 드라마다. 그는 6시간 반을 운전해 잭슨빌이 체육대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가려면 또 같은 시간이 걸린다며, 대회가 폐회되기 전에 차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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