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구 플로리다한국상공회의소 회장, "미국 가든산업 잡을 지혜 모아야"
황병구 플로리다한국상공회의소 회장, "미국 가든산업 잡을 지혜 모아야"
  • 올랜도=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9.1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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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에 한인 45가구가 모여 농장 경영...가든센터 세우면 유통시장 장악 가능

올랜도에서 외곽으로 약 30분을 차로 달리자 하우스 농장들이 나타났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농장이 모여 있는 곳으로, 전에는 50가구가 농장들을 경영했으나 지금은 45가구로 줄었다고 한다. 대부분 관엽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이지만, ‘코러스 오키드’는 이중에서도 호접난 재배로 특히 유명한 농장이다.

이 농장을 찾은 것은 9월4일이었다. 잭슨빌에서 열린 플로리다연합회 체육대회에 참석한 황병구 플로리다 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따라 그가 경영하는 농장을 방문한 것이다. 마침 이곳을 찾은 장익군 민주평통 마이애미협의회장과 함께 그의 농장을 둘러봤다.

-정말 크군요.

“실내만 4800평입니다.4에이커지요.”

이런 얘기를 주고 받은데, 한쪽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 황회장과 함께 농장을 경영하는 아들이 꽃을 돌보고 있었던 것이다. 넓찍한 실내는 하우스 동으로 구획이 져있었다. 문을 열면 바로 다른 하우스동으로 이어지도록 한 구조였다. 하우스들로 이뤄진 농장이었다.

-하우스 안인데도 실내가 서늘하네요. 에어컨을 이렇게 늘 돌리나요.”

“낮에는 25도, 밤에는 16도로 관리합니다. 이처럼 에어컨 설비를 전체로 갖춘 농장이 부근에는 없어요. 에어컨을 틀면 생산원가가 높아지잖아요.”

황회장이 에어컨을 트는 이유를 설명했다. 식물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찬 겨울’ 기간을 거쳐야 한다. 보리가 싹을 틔우기 위해서 한겨울을 거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열대식물인 호접난도 동면을 한다. 4개월 동안 저온으로 동면시키면 품질좋고 튼실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에어컨 전기세로 매달 2만불씩 나간다고 한다.

“대만에서 매년 100만개의 호접난을 들여옵니다. 꽃 색깔에 따라 종류가 조금씩 다르지요. 화분 크기도 다릅니다. 3인치, 4인치, 5인치로 각기 용도가 달라요.”

황회장의 농장에서 출하하는 호접난은 품질에서 최정상급이다. 보통 한줄기에 7개 꽃이 피면 정상제품이라고 하지만, 황회장의 농장에서는 15개에서 20개 꽃이 핀다. 제품 경쟁력에서 월등하다 보니 시장에서 더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다.

황회장은 난 재배에 있어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전문가다.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그는 울산에서 농장을 운영하다가 2001년 미국행을 택했다. 울산에서 사기화분에 담은 호접난을 일본으로 처음 수출하기도 한 그는 자국시장을 보호하는 일본과 춘절때의 반짝 수요만 있는 중국보다는 미국 시장에 주목했던 것이다.

“한국난을 가져다가 미국에서 키워서 미국시장에 팔자고 조합을 만들었어요. 농림부와 울산시, 협동조합이 동참해서 수출전진기지로 이곳 플로리다에 농장을 만든 거지요.”

그의 스토리는 길다. 미국에 진출하는 과정은 복잡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영어도 잘 안되는 ‘농삿꾼’이 농림부와 울산시청을 설득하고, 협동조합의 투자까지 이끌어내서 미국으로 오는 과정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에 정착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함께 진출한 5명이 돌아가며 난을 키우다 보니 서로 재배 노하우가 달라 제대로 된 상품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 왔을 때가 48세 때였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 때만 해도 농장을 일궈놓고 3년이면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국처럼 관리해서는 되지 않았어요. 결국 눌러앉을 수밖에 없었지요.”

처음에는 호접난을 한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부간 협정이 없었던 탓에 호접난이 화분째 반입이 되지 않았다. 흙을 털고 가져오다보니 로스가 너무 많았다. 20-40%의 로스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대만으로부터 난을 수입하기로 했다. 대만과 미국간에는 화분째 들여올 수 있는 협정이 체결돼 있었던 것이다.

황회장은 대만 호접난을 들여오면서도 아틀란타총영사관과 주미대사관을 통해 화분째로 들여올 수 있는 협정을 맺도록 호소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당시 아틀란타총영사님과 주미대사관 농무관께서 큰 도움을 주셨어요. 십여년간의 노력 끝에 우리 공관의 도움으로 지난해 양국간에 화분째 들어올 수 있는 협정이 발효됐습니다.”

수출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이제는 할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난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규모가 되는 한국농가가 없다는 점이다. 김영란법으로 호접난 농가가 줄어든 것도 한몫을 거들었다.

“월마트나 홈디포에 난을 공급하면, 꽃이 불과 한 달을 못갑니다. 꽃이 스트레스를 받아요. 좋은 환경이면 4개월도 피어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시들어버리는 거지요."

이런 생각에서 착안한 것이 가든센터다. 온실을 갖춘 가든센터를 소비자와 가까운 지역 곳곳에 설치해서 꽃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것을 10개, 나아가 100개를 세우면, 미주 한인들이 뷰티서플라이업종을 잡고 있듯이 가든산업도 잡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올랜도의 한인 농가들이 재배하는 관엽식물도 가든센터에 공급해서 꽃 및 조경산업 전진기지 역할을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농가들을 도와서 난이 미국으로 공급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농장 만해도 매년 대만에서 100만개의 호접난을 수입합니다. 가든센터가 곳곳에 만들어지면, 한국에서 수출할 수 있는 규모가 아주 커집니다.”

황병구 회장
황병구 회장

한국에서는 농가 난 수출이 활성화되고, 미국에서는 소비지 인근에 체인형 가든센터를 곳곳에 세우면서 난과 관엽식물, 정원수, 유실수, 조경사업에 화분렌탈사업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올랜도 인근의 한국 농가들을 활용하면 자급자족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한인들이 종사할 수 있는 일이 대폭 커진다는 얘기였다. 나아가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청장년 실업을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국 정부와 농가. 학교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미국내 가든센터 프로젝트는 미주지역 한인들한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대만에서 갑의 입장으로 호접난을 가져오지만, 을이 되더라도 한국에서 호접난을 가져와 미국에 공급하고 싶다”면서 “가든센터 프로젝트를 진전시키는 게 마지막 남은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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