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58] 유엔묘지
[아! 대한민국-158] 유엔묘지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8.09.15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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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흔히 ‘유엔묘지’로 불리는 그 곳의 정식 명칭은 ‘유엔기념공원’이다. 지척에 부산박물관과 부산문화회관, 그리고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이 있는 이 공원은 동남쪽을 향해 완만하게 경사지어 있으며, 그 전체 면적은 17만 6486㎡로 서울의 여의도공원 0.8배 규모다.

이름만 보면 평범한 공원 같지만,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11개국 2300위의 유엔군 장병의 유해가 안치된 세계유일의 유엔군 묘지다.

이 공원은 대한민국을 포함한 11개국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그 관리를 맡고 있다. 원래는 이보다 훨씬 많은 1만 1천위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었으나 일부 국가의 장병 유해는 본국으로 송환되어 옮겨갔기 때문에 지금은 그 5분의 1의 유해만이 묻혀있다. 대한민국 출신으로 유엔군 소속이었던 카투사 장병 36위 또한 이곳에 모셔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배출한 국가는 미국이지만 이들의 유해는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현재 이 공원에서 가장 많은 유해가 안치된 국가는 영국으로 그 숫자는 885명에 달한다. 대체로 영연방국가의 비율이 높은데, 이는 싸움이 있었던 그 전장에 묘역을 조성하는 그들의 전통에 따랐기 때문이다.

1951년 4월의 임진강 전투에서 사망한 영국군 제29 보병여단의 킹즐리 포스터 중령도 여기에 묻혀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그는 사망한지 한 달 반쯤 뒤인 1951년 6월5일 이곳에 그의 유해가 안치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처음으로 유엔군의 임시묘지가 만들어진 곳은 대전이었다. 그리고 낙동강전선이 형성된 이후에는 그 일대에, 그리고 북진을 시작한 이후에는 북한지역 내에 임시묘지가 만들어졌다. 유엔군 사령부가 현재 위치에 묘역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1951년 1월18일이었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1월4일, 다시 서울을 포기하고 피난민들이 대거 부산으로 몰려들던 시기였다. 이렇게 부산이 개전 초에 이어 대한민국의 임시수도가 된 것과 관련이 있다.

공원이 자리 잡은 부산시 남구 대연동 일대는 지금은 매립되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와 있지만 용호만이 깊숙이 들어와 있던 곳이었다. 용호만 또는 반대편의 감만동과 우암동 부두를 통해 유해를 실어오거나 본국으로 송환하기 편해서 이 자리에 묘지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공원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제359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한국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의 작품이 남아있다.

김중업은 1964년과 1966년 이 공원의 추모관과 정문을 설계했다. 정문은 한국전통건축의 특징을 변형한 것으로 어느 건축가의 표현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아스라한 향수를 기억하면서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으려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추모관은 여기 잠든 장병들의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고려해서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엄정한 기하학적 배치, 단순하고 직선적인 박공지붕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철저한 관리에 힘입어 공원은 더 없이 엄숙하고 장중하다.

해마다 11월 11일이면 유엔군의 공적을 기리고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산화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행사를 위해 참전용사들의 가족들이 모인다. 오늘날 한국의 번영을 있게 한 유엔군 병사들에게 한국국민의 감사를 표하는 날이기도 하다. 부산시는 유엔기념공원 옆에 세계평화와 자유수호의 상징이 될 ‘유엔기념광장’을 조성할 계획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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