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한국의 집’ 친선대사 ‘오정해’ 샌디에이고에 오다
[Essay Garden] ‘한국의 집’ 친선대사 ‘오정해’ 샌디에이고에 오다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8.09.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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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샌디에이고 동물원 곁에는 뉴욕 센트럴 파크 보다 넓은 발보아 공원이 있다. 아담한 식물원과 여러 개의 박물관이 있어 관광객이 꼭 찾아오는 곳이다. 공원 남서쪽에는 작고 예쁜 단층집(International cottages)들이 잔디 밭 위에 세워져 있어 특이한 정경을 품고 있다. 1935년 캘리포니아 태평양 국제 박람회가 열릴 무렵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샌디에이고에는 한인회가 1975년부터 정식 발족했고 여러 돈 많은 사업가도 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좋은 장소에 대한민국의 우리 문화를 알리는 ‘한국의 집’은 여태 없었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교포 황정주 박사가 한인회 부회장을 지낸 후, 한국을 알리고자 2013년 6월에 발족하여 몇 사람과 뜻을 같이 하여 ‘House of Korea, Inc’ 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시작하게 된다. 새로 국제 협력의 집을 9채 짓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2015년 12월에 처음으로 초대를 받았다. 이어 2016년 6월에 역사자원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7월에는 샌디에이고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 9월에는 샌디에이고 시의회 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다시 11월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드디어 2016년 11월 19일에 9개 나라의 공공전시관을 짓는 시삽식을 했다. 

지난해인 2017년 말에는 초기 예상금액인 25만 달러가 모금되었다. 하지만 시정부측에서 공사업무의 최저 임금비용 적용과 폭우대비, 조경 등 건축보강을 변경 요구하는 건축비 증가에 따라 아직도 집의 기둥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2018년 한국 재외동포재단이 9만5천 달러를 지원해주기로 약정하여 현재 45만 달러가 모아졌다한다. 

샌디에이고 한인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해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발보아 공원의 행사에서 기금을 만들 때마다 자원봉사자로 지원 해주었다. 지금은 상당한 지식인들과 전문인들이 모여들어 자원봉사하고 있다. 각 분야를 담담한 봉사자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다. 홍보 일을 맡은 박은영(번역작가)씨는 매번 한인회지에 글로 알리고 있고 오정해씨를 모셔오는 이번 행사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행사 시간이 되자 무대에 사람은 없는데, 어디선가 우리 가락 아리랑이 마이크를 통해 울려나왔다. 돌아보니 관객 뒤편에서 오정해씨가 한복을 멋들어지게 입고 나타났다. 사람들 사이사이로 친근하게 다가서며 깜작 쇼를 마치더니 무대 위로 올라섰다. 고국을 떠나 사는 교포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들을 이해한다며 함께 태평가를 부르면서 걱정을 모두 날려버리란다. 

“짜증은 내여서 무엇 하나.~ 성화는 내어서 무엇 하나~. 인생 일장~ 춘몽인데.” 

나는 목소리가 잘 안 나왔지만 가수가 앞에서 이끄는 대로 손가락 치켜 올리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마음은 흥겨운 장단 속으로 흘러갔다. 우리노래를 부르며 모두들 함박웃음이다. 오정해 친선대사는 전날인 화요일에는 ‘한국의 집’ 터를 방문하고 왔다며 함께 후원하고 동참하자며 호소하면서 집이 완공되면 와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어서 진도아리랑과 홀로 아리랑을, 또 ‘배 띄워라’를 함께 부르자고 제안했다. 흥겨운 노래 사이사이에 그의 고향과 어린 시절, 가족이야기로 그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재미있고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대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7남매의 막내로 자랐지만 빚으로 넘어갈 뻔했던 집을 어머님께 찾아 드렸으니 효녀임에 틀림없다. 목포 국악원에서 무료로 창을 배웠고 유달산에 올라가 피나는 연습을 했던 소녀 시절. 서울에서는 남의 집에 살 때 퍽 어려웠는데 김소희 선생님이 도와주셨다고 기억했다. 

또 다시 그녀의 구성진 노래가 이어진다. 사철가 중에서 ‘세월아 가지마라’를 부를 테니 우리 보고 “얼씨구” “좋다”라는 추임새 말로 장단을 넣으란다. 목청을 높이니 작은 강당이 크게 메아리쳤다. 옷을 벗는 게 싫어 영화배우는 그만 두었단다. 그러면서 요즈음 수저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이는 숟가락도 없이 먹으며 자랐다고 했다. 사흘 만에 만난 남편과 22년째 살고 있다는 오정해씨. 그는 이미 서편제라는 유명한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개인관리를 잘하며 사는 분 같다.

‘김소희’(판소리 명창) 스승의 엄격한 지도를 받을 때 자주 들었던 “사람이 되어라”는 말씀의 의미를 훗날에야 깊이 깨달았다는 그녀. 훌륭한 스승과 그 제자, 함께 복을 지닌 분들이다.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야 유감없는 생을 산다는 열정이 뜨거운 국악인 오정해. 

행사준비 임원들과 점심시간에 가까이서 만나보니 활발하고 대화도 좋아했다. 한국에서 함께 온 메니저는 시차도 다르고 피곤한 일정이어서 혹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예상 밖이라며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마도 샌디에이고 교포들의 밝은 얼굴을 보니 평소의 타고난 예술의 끼가 자연스레 솟아났으리라. 

‘한국의 집’ 홍보대사로 찾아온 오정해 씨는 도착한 월요일 저녁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집을 알리는 음악회를 마쳤다. 이어서 수요일에는 샌디에이고 감리교회 소강당에서 오전 11시에 ‘마음 담아 얼쑤’ 라는 주제로 이곳 교포들을 격려해주었다. 그날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하루하루 감사히 살아간다는 소박하고 긍정적인 그녀의 인생철학에 나도 많이 동감이다. 어쩜 그렇게 술술 자연스럽게 무대를 휘어 감는 매너를 지녔을까. 우리나라의 예술을 무척 사랑하고 언젠가는 우리노래가락을 영어로 미국에서 부르고 싶다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또한, 날마다 숨이 차도록 일정이 바쁘다는 그녀를 언제 다시 볼까나.

샌디에이고 발보아 공원에 세워질 ‘한국의 집’을 위해 몇 십 달러에서 수만 달러까지 여러분들이 동참해주었지만, 영원히 잘 관리하기 위하여 모금은 계속 진행된다. 물론 동참해준 분들은 후원금 액수만큼 미국정부의 세금공제 혜택도 받는다. 어서 자랑스럽고 예쁜 우리 태극기를 걸어놓고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한국의 집’(House Of Korea)이 완공되기를 나는 학수고대한다.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미국 샌디에고 30년 거주 수필가
저서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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