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한국인회 청소년 글짓기 대회 수상작] 낯선 곳, 익숙한 정
[영구한국인회 청소년 글짓기 대회 수상작] 낯선 곳, 익숙한 정
  • 한지선(영구시조선족고급중학교 3학년)
  • 승인 2018.09.28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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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3성에 있는 영구한국인회가 최근 ‘2018 청소년 여름방학 프로그램 참가 후기 공모전’을 열었다. 한국인회는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재외동포재단 주최 청소년모국연수, 민주평통 주최 세계골든벨 결선, 민주평통 중국지역회의 주최 동북3성 역사탐방에 참가한 학생들로부터 후기를 받아 이를 심사해 5편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은 박정연, 우수상은 이예본 황승수, 장려상은 최진영 한지선 학생에게 돌아갔다. 한국인회는 9월16일 상장과 상금 전달식을 열었다. 다음은 장려상을 받은 한지선 학생의 글이다. 박정연 학생은 7월25일부터 7박8일간 파주, 영천, 대전, 여수, 춘천, 광주, 수원 등 9개 지역에서 열린 ‘2018 재외동포 청소년·대학생 모국연수’에 참가했다.

낯선 곳, 익숙한 정

제가 이번 캠프에 참가할 수 있었던 건 너무나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연수기간을 보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랑과 정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모국의 땅을 처음 밟아 본 친구도 있었고 너무 멀리 살고 있어서 몇 년 만에 한번밖에 못 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모국이 그리워하게 한 것은 고작 떡볶이이랑 찜질방이었다고 합니다. 먼 타향에 살면서 이런 소소한 것들마저 못 느낀다는 게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리고 모국이랑 멀지 않는 중국에서 살고 있다는 제가 너무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정말로 신기했던 게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서로를 익숙해지고 마치 오래 사귄 친구인 듯 거리낌 없이 지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모든 것은 다 우리가 하나의 언어로 통하기 때문에, 우리가 모두 같은 한(韓)민족이기 때문에, 우리가 모두 하나의 핏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쉬는 시간에 둘러앉아서 같이 게임만 하는 것도 마냥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서로 알든 모르든 친하든 안 친하든 모두 둘러앉아 자그마한 게임만으로도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매일 핸드폰에서 손을 떼지 못했던 저까지도 서로 이야기라도 하나 더 주고받고 싶었습니다.

이틀 동안의 홈스테이 일정이 있었는데 저는 러시아에서 온 친구랑 같은 팀이 되었습니다. 무척 걱정했습니다. 러시아 애들은 한국어를 배울 학교조차 없어서 한국어로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만의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툰 영어를 차근차근 들려주며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러시아친구가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한국어로 '지선'이라고 불러주며 영어로 저와 조심스레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에 저는 너무너무 감사하고 또한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었던 건 이틀 밤 동안 알뜰하게 보살펴준 어머님이었습니다. 낯선 환경이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자기의 집인 듯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하는 내내 한시도 리더님들의 사랑과 보살핌에서 떠나질 못했습니다. 리더님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와 달리 캠퍼 한명 한명을 보호하기 위해 한시도 쉬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고작 몇 시간의 숙면을 취했고 너무 많은 인원수에 쉴 새 없이 인원체크를 하여야했습니다. 그분들은 검정색 티셔츠를 입었지만 그 위에 젖은 땀은 우리의 눈에 고스란히 보였습니다. 이렇게 기쁨보단 고생으로 차지한 시간들이였지만 그분들은 좋았던 기억만 머릿속에 남는다고 하셨습니다. 나도 리더님들처럼 사랑을 베풀 줄 아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듭니다.

이번 캠프에 우리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는 더위였습니다. 올해는 “한국에 몇 십 년 만에 찾아오는 더위라고 했습니다. 정말 어디를 가나 찜질방이 따로 없네”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도 땀으로 샤워할 운명을 피면치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부채질을 하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는 배터리로 친구가 일초라도 시원할 수 있게 선풍기를 양보합니다. 이런 집단에서 저는 사랑을 베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듯 우리 모두 낯선 집단에서 익숙한 정을 베풀며 서로를 감동시키고 서로를 기억하게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잊을 수 없었던 건 마지막 날 예고 없이 흘렀던 눈물과 서로 꼭 껴안았던 우리입니다. 그냥 원칙대로 흐르는 시간이 싫어질 만큼 우리는 모두 이대로 시간이 멈추기만을 바랬습니다. 모르는 친구도 저를 껴안으며 “잘가, 만나서 반가웠다”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또 어떤 리더님은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해줍니다. 이 짧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속까지 와 닿으며 이 따뜻한 보금자리를 떠나는걸. 두렵게 만듭니다. 하지만 제일 아쉬울 때 헤어지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웃으면서 이별을 했습니다. 불가에 ‘회자정리 거자필반(会者定离 去者必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나면 헤어짐이 정한 이치이고, 헤어지면 반드시 만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계속 만나고 싶지만 헤어짐이 정한 이치를 따르려 합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헤어지면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것을요.

우리는 지금 자기의 자리로 돌아와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같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전우가, 같이 기쁨을 공유할 형제가, 같이 꿈을 키워나갈 친구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크고 작은 일상들을 공유하며 연락하고 있답니다.

이만큼의 사랑도 받았으니 저에게 짊어진 인무도 생긴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런 사랑을 제 주변에 전파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면 익숙한 정으로 여기가 결코 낯설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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