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한국인회 청소년 글짓기 대회 수상작] 빼앗긴 상처
[영구한국인회 청소년 글짓기 대회 수상작] 빼앗긴 상처
  • 황승수(영구개발구 제2고등학교)
  • 승인 2018.09.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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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3성에 있는 영구한국인회가 최근 ‘2018 청소년 여름방학 프로그램 참가 후기 공모전’을 열었다. 한국인회는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재외동포재단 주최 청소년모국연수, 민주평통 주최 세계골든벨 결선, 민주평통 중국지역회의 주최 동북3성 역사탐방에 참가한 학생들로부터 후기를 받아 이를 심사해 5편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은 박정연, 우수상은 이예본 황승수, 장려상은 최진영 한지선 학생에게 돌아갔다. 한국인회는 9월16일 상장과 상금 전달식을 열었다. 다음은 장려상을 받은 한지선 학생의 글이다. 황승수 학생은 민주평통 중국지역회의의 동북3성 고구려 문화유적 답사에 동행했다. 이 답사는 7월14일부터 5박6일간 진행됐다.

역사는 현재를 증명하고, 미래로 가는 길을 선택해주는 도구다

7월15일

대장정 첫 목적지는 단동. 북한과 아주 가까운 도시다. 옛날 고구려가 멸망하고 중국은 더 이상 강력한 적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기에 ‘동쪽이 편안하다’라는 뜻으로 안동도호부를 설치했다. 하지만 지금 도호부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안동에서 단동으로 개명됐다.

버스에서 내려 청둥오리 머리처럼 푸른 강, 압록강(鸭绿江)에 도착했다. 압록강 단교, 끊어진 다리로 향했다. 6.25전쟁 때 유엔군이 중공군의 보급을 막기 위해 폭파시킨 다리이다. 다 같이 다리의 끝부분에 도착했다. 건너편에는 황량한 땅 북한이 보인다. 다리와 함께 끊어진 건 중국과 북한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이 아닐까?

단교를 뒤로하고 다들 버스에 탑승했다. 압록강 상류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강 상류 쪽에 거대한 수풍댐이 보였다. 딱 봐도 어마어마하게 커 보이는 수풍댐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댐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지었지만 현재는 북한과 중국이 이용하고 있다. 배를 타고 강을 따라 경치를 구경하고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취침했다.

7월16일

호텔에서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호텔 정문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고 출발했다. 차를 타고 3시간 정도 가서 환인에 도착했다. 이곳엔 옛 고구려의 성중 하나로 유일하게 함락당하지 않은 성인 졸본성 유적이 위치한 도시다. 졸본성은 홀 본성이라고도 불리며 중국은 오녀 산성이라고도 부른다. 저 멀리 혼자 하늘에 닿을 듯한 산봉우리가 있었다. 주변 산들 사이에서 유독 우뚝 솟고 이상하리만큼 정상이 평평한 산이 바로 오늘 등산해야할 오녀산(졸본산).

오녀산 밑에 박물관이 있었다. 오녀산성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 됐고 고구려의 대표적인 성중 하나라고 소개됐다. 정말 안타깝지만 중국명의로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박물관에서 여러 가지 유물을 살펴보고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다. 고구려의 기병은 대부분 중기 병으로 개마무사라 불렸다. 사람은 물론 말까지 철갑을 착용했고 이런 말로 빠른 속도로 달려 사람을 치면 15톤에 달하는 힘이 작용하고 이 힘은 트럭과 부딪히는 힘과 맞먹는다고 한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교통사고가 가장 무섭다.

박물관을 지나 등산을 시작했다. 산의 경사가 마치 절벽과도 같다. 한 참후 힘겹게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 정상에는 천지라고 불리는 호수가 있어 강이 없어도 식수공급이 가능했다. 나중에 인구가 많아져 더 이상 작은 졸본성에 모두를 수용할 수 없자 넓은 평지인 국내성으로 천도를 했다. 정상에서는 옛 고구려 건물의 수많은 폐허가 보였다. 벽돌들을 살펴보면 거칠고 모양도 일정하지 않은데 절대로 이게 당시 고구려의 벽돌 제조 기술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고구려 성벽은 먼저 흙으로 쌓아올리고 그곳에 서로 맞물리는 돌을 끼워 넣는 구조라 견고하다.

힘들게 하산 후 다들 곡소리를 내며 점심을 먹었다. 밥을 맛있게 먹고 집안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하는 그 집안이 아니고 중국어로 集安(지안)이라고 불리는 도시다. 한참 후 저녁시간, 거의 4시간 만에 드디어 집안에 도착하고 저녁을 먹고 취침했다.

​7월17일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 메뉴도 다양했다. 조식을 먹고 출발했다. 첫 번째로 환도산성에 갔다. 환도산성은 이름그대로 수도를 둘러싸는 성이다. 안에는 옛 궁궐 유적이 있었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적들이 공격하기 힘든 위치였다. 북쪽이 남쪽보다 상대적으로 산이 높은 곳에 위치했는데 신라, 백제보다는 중국이 더 위협적이라 북쪽 방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환도산성 다음으로는 국내성 성터로 갔다. 국내성은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로 졸본성보다 훨씬 큰 성이었다. 많은 부분이 도시로 개발됐지만 성벽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다음으로 광개토대왕비를 보러 갔다. 광개토대왕비는 유리벽과 기와지붕으로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었다. 유리벽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본 광개토대왕비는 올려다보기 목이 아플 정도로 컸다. 높이가 6미터 이상이라니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비석이란 말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광개토대왕비의 비문(碑文)은 3부분이다. 훼손이 심해 비문은 해석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고구려 건국신화, 묘를 지키는 수묘인(守墓人)의 규칙, 그리고 광개토 대왕의 업적이다.

다음은 장군총에 갔다. 장군총은 현재 장수왕의 무덤이라 추정중이지만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 장군총은 마치 작은 피라미드 같았다. 장군총을 발견했을 당시 이미 도굴을 당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통화로 갔다. 한자로 통화중 할 때 그 통화 맞다. 왜 도시 이름이 통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통화는 백두산의 서파, 즉 서쪽 능선이 위치해있다. 그리고 여기서 래프팅을 하기로 했다. 래프팅을 할 계곡은 흘러서 쑹화 강으로 간다. 한참 재미있게 놀고 호텔로 갔다. 호텔에서 깨끗이 씻고 취침했다.

7월18일

백두산 천지를 보러 가는 날. 산골짜기라 그런지 시원하다 못해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과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며 산을 걸어 올라갔다. 한참 묵묵히 올라가다가 정상에 도착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전망대로 향했다. 그리고 천지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도 투명하고 물도 투명하고 때 묻지 않은 대자연. 투명하지만 푸르른 천지는 마치 빛나는 사파이어 같이 아름다웠다. 한참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7월19일

아침을 먹고 용정으로 향했다. 옛날 조선 말기, 한반도 전역에 가뭄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다. 때마침 청나라가, 만주지역 일대에 출입을 금지하는 봉금령이 풀려 조선인들이 만주지역으로 대거 이주했다. 그중 용정은 수많은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도시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독립 운동가는, 윤동주. 오늘 그의 생가를 찾아간다.

생가 입구에 윤동주 생가라고 크게 쓰여 있다. 그리고 “중국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도 쓰여 있다. 중국이 유적을 빼앗고 문물을 빼앗았지만 이제 하다하다 위인마저 빼앗아 가다니. 너무 분하지만 지금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더욱더 분했다. 생가 안에 있는 윤동주 시인 기념관을 관람하고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버스를 탔다.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지냈다. 이번 대장정에서는 중국 동북지역에 우리나라 역사 유적지를 답사했다. 역사는 현재를 증명하고, 미래로 가는 길을 선택해주는 도구다. 하지만 이 도구는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마음대로 개조한다. 그리고 이 도구를 소유하는 인간은 강자, 강자가 되어야지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역사를 빼앗겼지만 이제는 되찾아야 한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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