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미스터 션샤인’과 반민특위
[비바 코리안] ‘미스터 션샤인’과 반민특위
  • 정길화(방송인, 본지 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04 0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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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샤인의 여운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1907년 영국의 ‘런던 데일리 메일’ 특파원이었던 프레드릭 매켄지(Frederick Arthur McKenzie, 1869-1931)가 촬영한 의병 사진을 재현한 엔딩 장면의 강한 감동과 인상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듯하다. 매켄지 기자는 1904년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일제의 만행을 목격하고 의병활동을 취재했다. 이후 3.1운동을 보고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세계에 전파했는데 일제에 의해 일어난 제암리 학살 사건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미스터 션샤인>으로 유명해진 의병사진은 1907년 정미년 당시 강원도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한 장의 사진

기실 영화나 방송에서 한 장의 사진을 핵심 축으로 해서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은 낯선 것이 아니다. 사진과 기록영상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역사 다큐멘터리는 말할 것도 없고 픽션을 표방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한 장의 사진을 단초나 매개로 하는 작품은 무수하다. 이런 기법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 때 작품의 개연성과 핍진성을 높인다. 거사를 앞둔 의열단원의 사진에서 구상을 시작했다는 <암살>, 섬을 찍은 항공사진에서 출발했다는 <군함도> 등이 그렇고 수애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도 연예인들의 월남전 위문공연 장면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진 자체가 영화 속에서 반전의 카드가 되는 <뮤직박스>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반민특위와 특경대

‘미스터 션샤인’을 본 후에 엄습하는 영감이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전복적 사건’이었던 1949년 6월 6일 ‘반민특위 와해’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 반민특위는 MBC 드라마 <반민특위>, <여명의 눈동자> 등에서 다루어졌다. 친일파와 반민특위 관련 내용이 나오는 <제1공화국>, <땅>을 제작한 고석만 PD의 회고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 때 엄청난 압박에 처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암살>, <밀정>에 이어 <미스터 션샤인>으로 공간이 드넓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표현의 공간은 물론 수용의 공간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1948년-1949년 당시 활동한 반민특위의 기록 사진을 들여다본다. 돌이켜 보면 1948년 8월 대한민국 제헌헌법 제101조에 의거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있었고 이를 실행하는 반민특위가 있었다. 특위는 지금 국민은행이 있는 을지로 1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실무조직으로 특경대를 두었다. 이는 특위의 조사 활동을 위한 사법경찰관리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반공을 위하여 친일세력을 포섭한 이승만 정권에 의하여 반민특위는 결국 해체되었다. 특위를 습격한 경찰은 특경대를 제압하고 무장해제했다.

짤려진 공간의 틈새

반민특위 요원과 특경대원들이 찍힌 이 사진은 건물 옥상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옷 매무새로 보아 늦봄, 초여름 어간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다면 반민특위에 대한 습격이 있던 1949년 그해 6월 6일을 얼마 앞둔 시점으로 추측된다(반민특위가 실질적으로 구성된 것은 1년 전의 10월 23일이라 1948년의 여름은 확실히 아니다). 이 사진은 친일문제 연구자인 청하 정운현 선생이 이미 <증언 반민특위–잃어버린 기억의 보고서>(1999)의 책표지에서 공개한 바 있고, 2001년 필자의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반민특위–승자와 패자>편에서 영상으로 이를 다시금 소개했다. 

사진은 왜 짤려져 있을까. 반민특위 요원들과 특경대원들은 특위 해체 이후 빨갱이로 몰려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이승만 정권 하에서 고초를 치렀다. 이들 중 누군가는 반민특위의 이력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신산과 영락은 우리 현대사의 단면이다. 짤려진 이 공간은 영화적 상상력, 드라마적 구성이 움직일 수 있는 틈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까. 그 전에 그동안 간헐적으로 접한 <미스터 션샤인>을 정주행으로 몰아보기부터 해야 하겠다.

필자소개
방송인, 언론학 박사,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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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현 2018-10-04 17:25:32
마지막회에서 의병 태극기 잘못된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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