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종의 향토담설] 진도군 ‘새섬’을 아시나요?-2
[유성종의 향토담설] 진도군 ‘새섬’을 아시나요?-2
  • 유성종(조도고 교감)
  • 승인 2018.10.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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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부터 주지도, 양덕도. 하늘로 솓구치는 바위가  신비감을 더한다. 두 섬 모두 한 가구씩 거주하고 있다.
우측부터 주지도, 양덕도. 하늘로 솓구치는 바위가 신비감을 더한다. 두 섬 모두 한 가구씩 거주하고 있다.

조도군도의 섬 가족을 소개해보자. 3만평의 광활한 사구에 300년 해송들의 숲,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 대상을 차지했던 관매도가 먼저 손꼽힌다. ‘조도는 몰라도 관매도는 들어봤다’는 사람들이 많다. 

2000년, 환경부가 독도(1호)와 함께 보존가치가 높은 무인도(47개)를 ‘특정도서’로 지정한 병풍도와 백야도, 몸에 밧줄을 묶고 바위해안에서 목숨 걸고 돌미역을 채취한다는 독거도, 학생 1명 교사 1명이 공부하는 관사도, 17세기 중엽부터 300년 이상 고산 윤선도 집안 재산으로 등록되어 세금을 꼬박꼬박 바쳤다는 맹골도, 죽도, 곽도, 조선시대에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었다는 대마도, 소마도, 섬모양이 나비처럼 생겨 이름 붙여진 나배도,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됐고 부산 아지매가 눌러앉아 이장을 하고 있는 성남도, 김대중대통령의 외가가 있고 최근 금광이 개발되고 있는 가사도, 기암괴석으로 바다정원을 꾸미며 세방낙조의 명성을 살리는 주지도, 양덕도, 혈도, 광대도, 24살에 발령받아 6년간 홀로 근무하면서 섬아이들과 주민들에게 50년 넘게 추앙받고 계시는 조춘기선생님의 사도가 빛나는 외병도(밖갈미섬), 1930년대와 60년대 삼치 파시가 열려 큰 돈벌이가 됐다는 서거차도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탄식과 눈물로 지켜본 동거차도 등이 섬가족이다. 

혈도에서 바라본 광대도. 사자모양을 닮아 사자섬이라고도 한다. 진도군 조도면과 신안군 신의면의 접경에 있다.
혈도에서 바라본 광대도. 사자모양을 닮아 사자섬이라고도 한다. 진도군 조도면과 신안군 신의면의 접경에 있다.

필자는 지난 5월에 봉사활동을 하러 동거차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마을 정자에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있어서 할머니들 친정이 어디인지 궁금하다며 질문을 했다. 그러자 모두 선선히 대답을 했다. ‘나는 건너편 섬 서거차, 나는 맹골도, 나는 조도, 나는 관사도, 나는 제주’라고 했다. 제주에서 왔다는 할머니는 출가해녀로 바다 작업을 왔다가 그냥 이 섬의 날랜 청년한테 잡혀 버렸단다. 

맹골도에서 온 할머니는 동거차에 사람이 많아 도회지인가 싶어 눌러 앉아 버렸다고 웃는다.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저 섬에서 이 섬으로 통혼권도 이 지역의 운명처럼 얽혀있다.

백야도. 기암괴석이 공룡의 등을 연상시킨다. 경관이 뛰어난 무인도로 2000년 환경부에서 특정도서로 지정하였다. 가축의 방목이 금지되며 허가없이 상륙과 낚시행위가 금지된다.
백야도. 기암괴석이 공룡의 등을 연상시킨다. 경관이 뛰어난 무인도로 2000년 환경부에서 특정도서로 지정하였다. 가축의 방목이 금지되며 허가없이 상륙과 낚시행위가 금지된다.

조도군도는 밤에도 소리없이 신비함을 더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밤 중에 도리산전망대에 올라 방부목데크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몽골초원이 부럽지 않다. 온 세상의 별이 촘촘이 박혀 제 빛을 쏟아내고 선명한 은하수가 하늘 이곳에서 저곳으로 펼쳐져 다가온다. 유성들의 번개같은 움직임도 놓치기 아깝다. 북두칠성은 사시사철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누운 채 옆으로 비스듬히 돌아누우면 점점이 떠있는 섬들로부터 흔들리는 노랗고 하얀 가로등 불들이 섬그늘과 함께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달빛에 은색 바닷길이 멀리 수평선까지 뻗는 날이면 선계의 경관에도 뒤질 것 같지 않다. 365일 매양, 100살이 넘은 하조도 등대, 죽도 등대, 가사도 등대의 불빛들은 환상의 하모니로 고요한 새섬의 밤바다를 토닥여 준다. 

독거도 돌미역 건조장.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품질, 최고 가격의 돌미역이다. 조도고등학교 학생들이 급수선을 타고 건너가 체험학습 중이다.
독거도 돌미역 건조장.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품질, 최고 가격의 돌미역이다. 조도고등학교 학생들이 급수선을 타고 건너가 체험학습 중이다.

이쯤해서 또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어디일까? 국토부에서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발표하는 표준지 개별공시지가에 의하면 2018 최고 지가는 서울 명동의 화장품가게 네이처 리퍼블릭 땅으로 평당 3억이 넘는다. 그러면 땅값이 가장 싼 곳은 어디일까? 조도면 눌옥도의 임야가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17년 644원, ’18년 677원/3.3㎡)다. ‘16년도에는 옥도, ’15년도에는 가사도였다. 모두 조도군도의 식구들이다. ‘16년도의 경우에는 전국 최하위 10곳 중 9곳을 차지하기도 했다. 조도면이 이렇게 평가돼 씁쓸하다.  

관매도 해안의 꽁돌. 직경 4~5m 크기이다. 뒷 바위산에서 굴러떨어진 것으로 중생대 화산활동 중 화산재가 쌓여 굳어져서 만들어진 응회암이다.
관매도 해안의 꽁돌. 직경 4~5m 크기이다. 뒷 바위산에서 굴러떨어진 것으로 중생대 화산활동 중 화산재가 쌓여 굳어져서 만들어진 응회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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