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지베르니 '모네의 집'과 오랑주리미술관에서 만난 '인상파 화가 모네'
[탐방] 지베르니 '모네의 집'과 오랑주리미술관에서 만난 '인상파 화가 모네'
  • 파리=이종환 기자
  • 승인 2018.10.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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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는 파리에서 80km 거리... 오랑주리미술관도 관광객으로 붐벼
지베르니 모네의 집에 있는 호수정원
지베르니 모네의 집에 있는 호수정원

‘수련’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만년에 그린 대작이다. 시리즈로 된 이 작품을 만난 것은 파리 오랑주리미술관에서였다. 오랑주리미술관은 파리 세느강변에 있는 콩코드광장 옆 공원에 위치해있다. 이곳을 찾은 것은 프랑스한인회(회장 이상무)와 파리15구청(구청장 필립 구종)이 공동개최한 ‘제3회 코리안 페스티벌’ 때였다.

이상무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파리에서 가까운 지베르니에 모네가 살던 집이 있고, 꽃 천지인 그 집에는 수련이 핀 호수도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얘기가 나와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을 방문하고는, 내친 김에 모네의 수련 작품이 전시돼 있다는 파리의 오랑주리미술관까지 찾은 것이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80 km 떨어진곳으로, 한적한 농촌마을이었다. 모네는 세느강가에 있는 이곳으로 1883년 이사해 1926년 타계 때까지 살았다.

모네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다. ‘인상파’라는 말도 1874년 그가 ‘인상, 해돋이’란 작품을 출품한 전시회에 대해 실제와는 달리 너무 밝은 색채로만 그렸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붙은 이름이었다.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으로 가는 기차는 파리 생라자르역에서 출발했다. 파리에서는 한시간 거리였다. 역무원은 왕복기차표를 넘겨주면서 브루농 역에 내려 지베르니행 셔틀버스를 갈아타야 한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는 셔틀버스 발착시간이 담긴 리플렛도 건네주었다.

기차에 내려서는 사람들만 따라가면 될 정도였다. 셔틀버스는 기차시간에 맞춰 발착하기 때문에 놓칠 염려가 없었다. 지베르니까지는 5km 거리. 느릿하게 움직이는 셔틀버스 차창으로는 세느강과 노르망디지역의 농촌 풍경이 펼쳐져 이국적인 느낌을 자극했다.

모네의 집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입장하는 데만 10분여 다시 줄을 서야 했다. 관광객들은 프랑스어나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중국어와 한국어, 간혹 일본어를 쓰는 관광객도 있었다.

모네의 집에 들어가자 우거진 꽃밭이 첫 시선을 끌었다. 갖가지 꽃이 큰 키, 작은 키로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꽃으로만 꾸며진 정원이었다. 꽃밭에는 가로 세로로 관광객들이 이동하는 산책길이 만들어져 있고, 일부 사잇길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줄을 쳐 놓기도 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에 바빴다.

모네가 수련을 그린 호수는 지하통로를 지나서 있었다. 가운데 자동차 도로가 있어서, 도로 밑을 지나야 했던 것이다. 모네의 호수 정원은 널찍한 습지에 꾸며져 있었다.

아 저것이 일본 다리?” 누군가가 호수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다리에는 사람들이 꽉 차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모네가 수련을 그리며 만년을 보낸 호수에는 다리 가운데 부분이 높은 둥근 ‘일본풍 다리’가 있다. 이 다리는 일본 민화인 ‘우키요’화에 심취한 모네가 호수 정원을 만들 때 세운 것으로, 모네의 그림에도 등장한다.

모네는 이 정원에서 만년에 대작 ‘수련’을 그렸다. 호수를 내려다 보면서 빛이 움직일 때의 변화를 포착해서 점을 찍듯 붓의 터치를 분할하는 기법을 쓰고, 또 색체를 분할하는 인상파 독자의 작품을 완성해간 것이다.

호수 정원에서 발길을 되돌리면, 모네가 실제로 살았던 집에 닿는다. 2층의 널찍한 저택으로 이뤄진 이 집은 모네가 생전에 성공한 화가였음을 웅변하는 곳이다.

집은 전시실로 꾸며져 개방돼 있었다. 현관에서 들어서 처음 부딫히는 몇 개의 전시실은 일본에서 건너온 우키요에(浮世繪)로 가득 차 있었다. 모네는 일본 우키요에의 열렬한 수집가였다고 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그가 생전에 모은 것들이었다.

모네가 작업한 작업실도 개방돼 있었다. 작업실에는 그의 작품들과 복제본들이 전시돼 마치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둔 듯 착각할 정도였다.

모네의 연작 ‘수련’이 전시돼 있는 곳은 파리의 오랑주리미술관이다. 오랑주리미술관에는 높이 2m, 길이 12.75m의 수련 대작들이 시리즈로 제작돼 전시돼 있다. 방을 두개 가득 수련 대작 그림으로만 채우고 있다. 그 아래 지하 전시실에는 르느와르와 모딜리아니 등의 유명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오랑주리미술관을 찾은 것은 지베르리의 모네의 집을 다녀온 이튿날 아침이었다. 오후 1시부터 파리 15구청앞 광장에서 ‘코리안 페스티벌’이 열려서 이에 앞서 서둘러 방문했던 것이다.

입장료를 끊어서 1층에 있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란…. 마치 ‘모네의 집’에 있는 호수를 다시 찾은 것 같았다. 그림 호수 속에 풍덩 빠진 듯한 느낌이랄까. 호수에 비친 구름, 물 위에 뜬 수련들, 그 옆을 채우고 있는 반짝이는 물결들, 그리고 가지를 길게 드리운 버들가지들….

미술관을 돌아나오면서 ‘모네’라는 화가 한 사람이 파리로 유혹하는 관광객 수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네’ 한사람의 작품을 보고, 그가 만년에 살았던 집을 보자고 지베르니와 파리에서 하루 반을 소비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도 그런 작가를 찾아낼 수 없을까? 화가가 아니면 다른 분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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