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기] 아프리카중동한상팀의 '남도맛기행'⑥ 회진항에서 맛본 장흥된장물회
[동행기] 아프리카중동한상팀의 '남도맛기행'⑥ 회진항에서 맛본 장흥된장물회
  • 장흥=이종환 기자
  • 승인 2018.11.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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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장군이 남은 배 12척을 모아간 항구…시큼달콤한 감칠맛이 자랑꺼리
대덕 들판에서 벼가 서 있는 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대덕 들판에서 벼가 서 있는 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이제 추수가 끝물이네요.”

해남 대흥사를 떠나 장흥으로 돌아오던 버스가 넓은 들녘이 보이는 길에서 잠시 멈출 때 얘기가 오갔다. 장흥 대덕의 들판이었다. 미처 벼를 베지 않은 길가의 논을 찾아 벼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사진을 찍었다. 김점배회장의 어릴 때 추억이 서린 들판이었다. 들과 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는 목적지인 회진항으로 향했다.

“회진은 이순신 장군이 남은 12척의 배를 거두어, 명량해전에 나선 곳입니다.”

안내를 맡은 김형석 사장이 이렇게 소개하면서 회진항을 버스로 한바퀴 돌았다. 평범한 시골의 항구였다. 회진항에는 당시를 상기시키는 기념물이 있다고 했으나, 해가 떨어질 무렵이어서인지 미처 돌아보지를 못했다. 항구 사진이나 찍자고 다시 나왔을 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서상태 회장도 호기심에서 함께 나와 부두를 돌았다.

조선 수군은 칠천량해전에서 왜적에 대패해 겨우 12척의 배만 남았다. 당시 조선 조정은 수군이 너무 미약하다고 보고, 수군을 없애려 하면서 이순신 장군한테 육군에 종사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수군의 작전이 승리의 길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순신 장군은 조정에 이렇게 장계를 올린다.

“임진년(壬辰年)부터 지금까지 5~6년 동안 적이 감히 충청, 전라도를 곧장 돌진해 오지 못했던 것은 우리 수군이 길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신에게는 전선이 아직도 12척이나 남아 있습니다. 죽을 힘을 내어 항거해 싸우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제 만일 수군을 모두 폐하여 버린다면 적은 천 번 만 번 다행한 일로 여길 뿐더러, 충청도를 거쳐 한강에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남은 12척을 이끌고 출정해 해남 울돌목에서 왜적선과의 전투를 기다렸다. 왜적선이 도착해 이틀 뒤 오전 11시쯤 전투가 시작되었다. 수중철색도 동원된 이 전투에서 왜적선은 133척 가운데 무려 31척이나 파괴됐다. 해군전사에 길이 남는 대승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아직 12척이나 있다’며 배를 모아간 회진항에서 남도맛기행단이 둘째날 만찬이 시작됐다. 된장물회가 나오고, 이어 세발낙지, 낙지탕탕이가 상에 올랐다.

“농어, 장어, 돔 등 잡힌 물고기들을 된장에 풀어서 먹었어요. 언제 생겼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먹었어요.”

장흥출신인 김점배 회장이 어릴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된장물회를 소개했다. 된장물회는 장흥의 특산요리다. 잘익은 열무김치에 된장을 풀고, 야채와 청량고추까지 들어가 시큼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먹을수록 입에 당기는 맛이다.

“이낙연 총리가 전남지사시절 이곳을 다녀갔어요. 된장물회를 맛보고는 아주 맛있다고 했지요.”

식당 주인이 소개를 했다. 이총리는 얼마전 오만을 방문했을 때 김점배 회장한테도 회진항의 된장물회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된장물회에 국수사리를 넣자는 목소리가 나오자 김점배회장은 “된장물회에는 밥을 비벼야 한다”면서 앞장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물회와 함께 세발낙지도 나왔다. 유리그릇 안에서 꿈틀거리는 세발낙지를 꺼내 산채로 젓가락에 감아 몸통에서 다리쪽으로 씹어먹어 들어가는 것이 전통적인 세발낙지 식법(食法)이다. 이 유서 깊은 방식은 생물을 산채로 삼키는 ‘야만성'이 충만한데다, 이렇게 먹다가 낙지발이 콧속으로 들어가 질식사 하는 사고도 종종 언론에 보도되어서 절대로 피하고 싶었으나, 그 자리에서는 도저히 사양할 수가 없었다.

세발낙지 몸통을 씹었을 때 먹물이 터져 입속에 번지면서 낙지발이 입안 볼에 붙어 단단히 조여오는 느낌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이에 비하면 낙지 탕탕이와 연포탕은 문명화된 요리같았다.

된장물회와 세발낙지, 낙지탕탕이, 연포탕에 이어 남은 탕탕이를 밥에 넣어 볶아먹고서야 일행은 ‘몬도가네’ 행각을 끝냈다. 만찬을 마쳤을 때, 회진항에는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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