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문화재단 재능기부단의 유럽나들이-2] 융프라우 개발··· 아이디어로 관광산업 우뚝 세워
[종이문화재단 재능기부단의 유럽나들이-2] 융프라우 개발··· 아이디어로 관광산업 우뚝 세워
  • 융프라우=이종환 기자
  • 승인 2018.11.20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융프라우 거쳐 취리히로··· 루체른에서는 ‘빈사의 사자상’도 참관

융프라우를 향해 아침 7시 반 인터라켄의 호텔을 나섰다. 알프스산맥의 품안이어서인지 해는 뜨지 않았고, 거리는 어두웠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10여분 걸어서 인터라켄-오스트 역에 도착했다. 오스트는 동쪽을 뜻한다. 인터라켄 오스트역에는 시계 침이 없는 시계가 나붙어 있어서, 일행은 ‘시간이 멈춘 곳’이라며 사진을 찍었다.

융프라우까지는 기차를 세 번 나눠 타고 올라간다고 했다. 융프라우까지 가는 기차표는 1인당 우리 돈으로 무려 20만원. 일행 중 한사람이 기차표를 안주머니에 넣고도 어디 뒀는지를 몰라 개표 때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기차는 산중턱에 있는 라우터부룬넨 역에 도착했다. 해발 756m에 있는 역으로,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는 20분이 걸렸다. 여기서 5분쯤 뒤에 출발하는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20분 정도 산길을 올라 해발 1,034m에 있는 그린델발트역에 도착했다.

그린델발트역으로 올라가는 기차부터 선로 아래에 일반 철도 레일과 함께 톱니바퀴 레일이 깔려있었다. 한가운데 톱니바퀴 레일을 두고 양쪽으로 일반 레일이 달리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융프라우는 관광지로 재탄생한 것이다. 지난해 융프라우를 찾은 관광객은 104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15년 100만명을 넘은 이래 기록을 새로이 갱신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종착역인 융프라우요흐역은 해발 3,454m에 있었다. 클라이네샤이텍역에서 다른 기타로 갈아타고 다시 30분을 올랐다. 세 번을 갈아타도록 한 것은 기차 종류도 다르기는 하겠지만, 고산지대에 인체가 적응하도록 배려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융프라우는 ‘유럽의 지붕’으로 소개된다. 융프라우요흐역에서 지하통로를 타고, 엘리베이터로 오르면 융프라우를 조망할 수 있는 스핑크스전망대에 닿는다. 융프라우는 ‘젊은 부인’이라는 뜻이다. 중국어로는 ‘소녀봉’으로 번역된다고 한다.

스핑크스전망대에 올라 디지털 안내판을 보자 외부온도는 영하 17도, 풍속은 36km라고 수치로 소개돼 있었다. 모두들 융프라우를 찾아 스핑크스테라스로 불리는 바깥 전망대로 나갔다. 테라스에 나가자 알프스 정상을 할퀴는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이날 아침부터 흩날리던 눈이 그쳤을 법한데도, 하늘은 뿌옇게 가려 있었다. 눈일까, 구름일까? 융프라우가 어디 있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부터 함께 한 가이드가 “세 번을 융프라우에 왔는데, 다 융프라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치 ‘조선의 여인’처럼 융프라우도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듯했다.

이렇게 수줍어하는 융프라우를 보려고 연간 100만명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들은 인터라켄에서 1-2박을 하고, 식사도 하고, 또 1인당 20만원씩 기차표 값을 지불하면서 알프스를 오른다. 그 수입만 따져도 얼마나 될까? 관광산업이 ‘공장 없는 굴뚝’이라고 한 게 실감이 났다.

스핑크스전망대에서 융프라우요흐역으로 내려오는 길은 더욱 가관이었다. 산속에 바위굴을 이리 저리 뚫어 얼음동굴로 만든 것이다. 총연장 1km 남짓한 얼음 동굴에는 독수리와 펭귄, 사슴, 찰리 채플린 등 다양한 조각과 공간을 만들어 포토존으로 꾸몄다. 이 얼음동굴은 패션쇼도 열리는 등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수억 년의 눈과 얼음이 쌓인 빙하를 뚫어서 만들었을까? 아니면 바위동굴에 얼음을 입힌 것일까? 좀처럼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 융프라우의 결점을 얼음동굴을 만들어 가린 아이디어가 감탄할 만했다.

우리는 과연 이 같은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북한산이나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건설하자는 의견과 환경파괴여서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선 한국의 현실에서 어떤 아이디어로 ‘굴뚝 없는 공장’ 산업을 키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하산 길을 서둘렀다.

다시 기차를 세 번 갈아타고 인터라켄으로 내려 와서는 ‘강촌’이라는 한식집에서 소꼬리곰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다음 행선지는 루체른이었다. 루체른으로 가는 길에는 버스 차창으로 전날 봤던 호수와는 다른 호수가 비쳤다. 인터라켄은 말뜻 그대로 두 개의 호수 가운데 있는 도시였다.

루체른에서는 먼저 프랑스용병의 아픈 역사가 담긴 ‘빈사의 사자상’을 참관했다. 산악지대에 있는 스위스는 지금과는 달리 과거에는 찢어지게 가난해 남자들이 용병으로 가서 돈을 벌었다고 한다. 프랑스대혁명 때 루이 16세를 지키는 스위스 용병들이 대세의 흐름을 알면서도 ‘용병’으로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스위스인들의 기억속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

그 같은 용병의 역사가 남아 지금도 바티칸 교황청은 스위스용병이 경비를 전담하고 있다. ‘빈사의 사자상’에서 독일 광부 간호사와 월남전 파병 같은 역사를 떠올려봤다. 나라가 가난하면 필부가 힘든 법이랄까? 이어 루체른호수 한견을 가로지르는 유럽 최고 목조다리 카펠교를 찾았다. 카펠교는 지붕이 있는 다리로, 호수에 잠긴 부분의 나무가 물에 침식되고 있는 게 보였다.

빈사의 사자상에서는 전체 사진을 찍고, 카펠교에서는 삼삼오오 다리 위를 거닌 후, 일행은 루체른의 유명한 시계골목도 함께 돌아봤다. 그리고는 취리히로 달려 시 외곽의 돈카츠 집에서 저녁을 들고, 숙소인 시내의 크라운플라자호텔에 여장을 풀었다.<계속>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