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김정은도 우리가 걸었던 길을 가겠다는데...”
[해외기고] “김정은도 우리가 걸었던 길을 가겠다는데...”
  • 이계송(뷰티타임즈 발행인, 전 세인트루이스 한인회장)
  • 승인 2018.11.22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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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송(뷰티타임즈 발행인, 전 세인트루이스 한인회장)
이계송(뷰티타임즈 발행인, 전 세인트루이스 한인회장)

“남조선이 우리보다 능력이 뛰어나 이렇게 엄청나게 성공한 줄 아는가? 줄을 잘 섰기 때문 아니냐. 당신들이 미(美), 일(日) 해양세력과 함께 한 것이 승패를 갈랐다. 늦었지만 우리 북조선도 이제 그 길을 간다. 중국이 우리를 도왔다고 하지만 죽지 않을 만큼만 해주더라.”

최근 한 북한 당국자가 사석에서 했다는 말의 취지를 요약해 본 것이다. 나는 그가 진실을 말했다고 생각한다. 놀랍다. 그들이 남쪽의 성공의 비밀을 알기까지 70여년이 걸렸다. 동족으로서 연민의 정을 느낄 정도다.

돌이켜 보면 이승만 박정희 두 지도자의 친미와 친일은 논란은 있지만 건국과 경제화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국가대계를 위해 민족적 자존심을 유보한 지혜였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세계 속의 희망의 나라로 우뚝 섰다. 오천년 이래 오늘처럼 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한 적이 있었는가?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이 만들어낸 성과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도 일각에서는 부정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승만보다 만주벌판에서 항일유격투쟁을 했던 김일성이 정통성이 있다”는 주장이 굽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반미(反美)기치를 거두고 있다. 박정희의 길을 이제 자기들도 가겠다고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핵을 고수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의심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우리끼리 천천히 가자”는 엉뚱한 발상도 나오고 있다. 어디를 어떻게 가자는 것일까? 북한도 반미 기치를 거두고 미국과 함께 가려 하는 판에 우리가 ‘반미(反美)’ 기치를 들자는 것인가?

시대가 바뀌고 있다. 트럼프 정권 들어 새로운 국제질서가 급격히 조성되고 있다. 우리 한반도는 어디에 서야 할 것인가를 대국적으로 보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아마 북한의 고민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북한에 더 큰 고민거리가 있다면, 김정은이 꿈꾸는 정상국가의 길에서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 정통성은 명분이나 이념보다도 자유, 인권 그리고 풍요를 누리는 인민들의 행복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바로 그 길을 가도록 우리가 강온양책으로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도와줘야 하는 이유다.

정의사회, 적폐청산, 소득평등, 국민복지, 남북평화, 통일 등은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정의란 명분하에 자유시장경제의 가치와 질서를 권력으로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국가경제를 갖고 실험하고 장난쳐서도 안 된다. 그게 국정농단이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페어플레이다. 결과에 대한 합리적 불평등을 인정하고 모두가 승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경제정의의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양극화의 원인이 과연 대기업 탓일까? 대기업은 자기 이익만 챙기는 욕심쟁이 악덕 상인일까? 이런 시각은 편견이요, 시대착오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힘을 빼서는 안 된다.

남북문제도 그렇다.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는 막강한 자본과 생산력,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그것이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 수 있다. 북한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한 것이 아닌가?

비판은 필요하다. 민주화세력이 겪었던 고난과 역경 그리고 정의와 평등에 대한 신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명분과 정기(精氣)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겼던 조선조의 권당(捲堂)과 상소(上訴)의 전통을 이어 받았다. 자랑스럽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동력으로 국가경제를 키워낸 세력도 인정해야 한다. 절대빈곤과 온갖 정치적 부조리 속에서도 산업화에 투신, 민주화보다 더 힘든 일을 해낸 사람들도 폄하해서는 안 된다. 처절한 가난과 싸우며 맨몸으로 부국의 길을 악착같이 이루어 낸 사람들이다.

이승만 박정희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때의 권위주의, 독재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과 경제개발을 이끌어낸 지혜를 살리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경제대국으로서 한미일과 함께 태평양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이 되는 큰 꿈을 꾸어볼 때가 되었다. 시대적 사명이다. 국정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득실의 각론을 따지는 지혜를 발휘해 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옳은 길이지만, 남남(南南) “우리끼리”가 남북(南北) “우리끼리”보다 먼저다. 반대진영, 산업화세력의 주장을 기득권세력의 저항으로 봐서는 안 된다. 국가경제가 약해지면, 남북관계의 추동력도 꺼진다. 나아가 정권의 정통성마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통성은 국민들의 믿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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