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문화재단 재능기부단의 유럽나들이-5] 강위에 시청사 세운 밤베르크 시민들
[종이문화재단 재능기부단의 유럽나들이-5] 강위에 시청사 세운 밤베르크 시민들
  • 뷔르츠부르크=이종환 기자
  • 승인 2018.11.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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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시민세력 충돌의 해소책으로··· 뷔르츠부르크의 요새와 궁전도 방문

바트 빈터스하임의 호텔을 떠나 밤베르크로 향한 것은 아침 8시 반이었다. 숙소가 있던 바트 빈터스하임은  로텐부르크 인근의 작은 온천휴양도시였다.

밤베르크까지는 버스로 두 시간이 걸렸다. 밤베르크로 가는 로맨틱가도의 양 켠으로는 그림 같은 남부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전원풍경이 끝없이 파노라마로 이어졌다.

밤베르크의 상징적인 건물은 구시청사다.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이 건물은 레그니츠강이라는 작은 강 한가운데 세워져 있었다.

구시청사가 강 한가운데 건립된 이유가 흥미로웠다. 이 건물이 세워지던 14세기 중반, 인근 뉘른베르크가 자유도시로 성장하는 것을 본 밤베르크도 시민들의 자유의지도 한껏 높아졌다. 시민들의 자유의지는 지배세력인 가톨릭 주교 권력과 충돌하기 마련이었다.

도시가 커지고 새로운 시청사의 건립이 필요해지자, 교회세력은 성당이 있는 레그니츠강 북쪽 언덕에 시청사를 지으려 했고, 시민세력은 반대로 레그니츠강 남쪽에 세우려고 했다. 양 세력의 갈등으로 충돌이 빈번해지면서, 결국 타협책으로 강 중간에 시청사를 세웠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절묘한 타협’의 산물인 구시청사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

구시청사가 잘 보이는 자리에 보행자 전용 다리도 있어서 사진을 찍기 좋았다. 또 구시청사로도 들어가서 ‘작은 베네치아’로 불리는 레그니츠강 하류 풍경도 조망했다. 배들이 떠있는 강은 운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강북쪽 언덕위에 자리 잡은 대성당은 구시청사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었다. 가는 길목의 커피숍에서 우리는 야외테이블을 차지하고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여행하면서 커피 한잔 음미할 운치도 있어야 한다’면서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이 ‘쏜’ 커피였다.

넓은 광장을 끼고 있는 대성당 옆으로는 두 개의 궁전이 세워져 있었다. 주교가 머물던 구궁전과 신궁전이었다. 신궁전은 밤베르크 시가지가 더욱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우리는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세워진 웅장한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는 나와서 구궁전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밤베르크는 구시청사가 강물 위에 세워진 것에서 보듯, 가톨릭 교회권력과 시민세력이 끊임없이 충돌한 지역이다. 17세기 초 마녀사냥 때는 밤베르크의 시장이 마녀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유로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1612년부터 6년 사이에 밤베르크에서 300명이 넘는 ‘마녀’가 장작불에 타 죽었다. 1617년에만 102명이 화형을 당했다. 밤베르크 시장이던 요하네스 유니우스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딸에게 보낸 글은 지금도 남아서 당시 마녀사냥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그의 죄상은 마녀가 시장의 두 딸을 죽이라고 사주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말을 죽였으며, 마녀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었다. 시장의 부인은 이미 마녀사냥으로 화형됐고, 시장마저 죽임을 당한 것이다. 시민세력과 충돌한 교회권력이 마녀사냥을 권력유지의 무기로 삼았던 듯하다.

점심은 대성당 아래의 역사 오랜 레스토랑에서 다진 돼지고기를 양파로 감싼 ‘양파소시지보쌈’으로 들었다. 밤베르크가 자랑하는 훈제 흑맥주도 함께 나왔다. 훈제흑맥주는 지역특산으로, 전날 ‘휴대폰 분실소동’의 주인공들이 ‘쏜’ 것이었다.

오후 행선지는 프랑켄 와인으로 유명한 뷔르츠부르크였다. 뷔르츠부르크는 뢴트겐연구소가 있는 유명한 대학도시이기도 하다. 일행은 먼저 뷔르츠부르크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마리엔베르크 요새로 올라갔다. 높은 담장과 몇 개나 되는 성문을 통과해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굳건한 요새였다.

이 지역을 통치한 가톨릭 주교는 평소에는 성 아래 시내에 있는 레지덴츠라는 궁전에서 정무를 봤다고 한다. 요새에 이어 찾아간 레지덴츠 궁전은 작은 베르사이유궁전이었다. 뷔르츠부르크에 진주한 나폴레옹이 유럽의 주교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궁전이라고 칭송했다는 얘기도 전해지는 곳이다.

궁전에는 화려한 조각품으로 장식한 성당도 있었다. 내부 기둥을 이룬 이태리대리석과 옥돌 조각품들이 당시 이 지역 교회가 일군 부(富)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일행은 성당 안을 조용히 둘러보며,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미술품을 감상하기도 했다.

레지덴츠 궁전을 나와서는 마인강을 가로지르는 알테마인교를 찾았다. 프라하의 카를교를 연상시키는 이 다리 위에는 작은 매점도 있어서, ‘글뤼바인’이라 불리는 데운 화이트와인을 도자기잔으로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뷔르츠부르크는 큰 도시답게 화려하게 장식한 교회도 많았다. 시내에 있는 교회 몇곳을 순례하고는 잠시 자유시간을 가진 후, 우리는 저녁이 준비된 식당으로 향했다. 번화가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칠면조 스테이크에 으깬 감자가 만찬 메뉴였다. 유명한 현지의 프랑켄 와인도 나왔다. 노영혜 이사장이 ‘쏜’ 와인이었다. 이 때문에 “유럽으로 맥주-와인탐방을 온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날 밤 일행은 뷔르츠부르크 인근 휴양도시인 바트 메르켄트하임의 럭셔리한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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