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텐베르크박물관 탐방기] ‘직지(直指)’ 안내문에 ‘Korea’ 없어
[쿠텐베르크박물관 탐방기] ‘직지(直指)’ 안내문에 ‘Korea’ 없어
  • 마인츠=이종환 기자
  • 승인 2018.11.29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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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yeo’로만 소개해 한국 연상 안돼...중국책으로 오해하기 십상
쿠텐베르크박물관에 전시된 '직지' 안내문에는 '코리아'가 표시돼 있지 않다.
쿠텐베르크박물관에 전시된 '직지' 안내문에는 '코리아'가 표시돼 있지 않다.

“어.... ‘직지(直指)’가 어디로?”

마인츠에 있는 쿠텐베르크박물관을 찾았다가 직지심경이 전시된 함이 빈 것을 보고 길을 안내한 오진섭씨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마인츠는 독일 프랑크부르트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라인강변의 유서깊은 도시다. 한국의 경주에 비견될 정도로, 오랜 역사의 도시로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인츠에는 쿠텐베르크박물관이 있다. 서양 금속활자의 창시자인 쿠텐베르크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는 금속활자의 역사와 인쇄기술의 발전사를 소개하는 유물들이 소개돼 있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 책인 ‘직지심경’ 영인본도 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 영인본 등도 전시해 우리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쿠텐베르크박물관 앞에서 노영혜 이사장이 기념촬영했다.
쿠텐베르크박물관 앞에서 노영혜 이사장이 기념촬영했다.

이 박물관을 찾은 것은 11월24일 오전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종이문화재단 재능기부단이 마인츠 토요한글학교인 무궁화한글학교를 찾아 우리 2세들과 학부모들한테 종이접기 재능기부 분반수업을 할 때 잠시 짬을 내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것이다.

분반수업에 이어서는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이 강당에서 어린이와 학부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강연도 준비돼 있어서,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후딱 돌아보자고 나선 길이었다.

쿠텐베르크박물관은 라인강에 접한 마인츠 시내 중심에 있었다. 옆으로는 마인츠대성당이 자리잡고 있고, 성당앞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장터가 들어서서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전에 와 본 적이 있다는 가이드 오진섭씨의 안내에 따라 직지심경과 훈민정음 해례본이 있다는 곳을 찾아 계단을 올랐다.

마인츠대성당
마인츠대성당

2층에 올라 전시관을 빠르게 둘러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인쇄기들과 다른 종류의 인쇄물들이 전시돼 있을 뿐 우리나라 책과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관리인한테 자세히 물어서야 3층 전시관의 한 모서리로 찾아갔다. 한국 책이 전시된 곳은 3층 왼쪽 전시관에서도 맨 안쪽이었다.

전시물을 설명한 안내문은 모두 독일어로 적혀 있었다. 가슴 높이의 전시대들을 훑어보다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냈다. 해례본 영인본은 이를 인쇄한 목판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직지도 부근에 있을텐데....”

이런 말을 흘리며, 주변을 다시 훑는데, 텅빈 채 전시대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안내문에 ‘직지’라고 적혀 있었다.

‘직지심경’이 전시돼 있던 곳이 분명했지만 전시물은 없었다. 전시대 유리덮개 위에 뭐라고 적은 종이쪽지가 나붙여 있었으나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 한국에서 혼자 여행와서 직지심경을 찾고 있다는 젊은 청년이 ‘직지’ 전시대가 빈 것을 보고 ‘허탈하네요’ 하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오진섭씨가 관리인과 대화한 후 우리는 발길을 1층으로 옮겼다. 매표소 반대쪽이었다.

지하 전시실로 가는 입구 옆으로 동양인의 동상이 서 있었다. 종이를 처음 발명했다는 채륜의 동상으로 사람 크기의 1.5배 정도였다. 오진섭씨는 이 동상은 전에 못보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지’가 전시된 곳은 새로 만들어진 지하 1층의 ‘동양관’이었다. 전시실 벽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등이 그려진 큰 지도가 붙어 있었다.

‘직지’는 동양관 맨 안쪽에 전시돼 있었다. 안내문에는 ‘고려(Goryeo)’와 ‘청주(Cheong-ju)’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Korea’라는 단어는 없었다. 이 안내문을 본 외국인들은 과연 ‘직지’가 한국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동양관이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중국관으로 꾸며져 있네요. 이렇게만 보면 ‘직지’가 중국에서 인쇄된 것으로 알 수밖에 없겠어요.”

노영혜 이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안내를 맡았던 오진섭씨도 “이건 아닌데....”라며 머리를 저었다.

동양관 전시는 ‘직지’에 대해 너무 인색했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전시된 위치도, 전시물을 안내한 설명문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직지심경과 훈민정음 해례본을 전시하고 있다고 해서 좋게 봤는데 그게 아닌 듯해요. ‘직지’를 전시하려면 제대로 소개하면서 전시해야지요.”

박물관을 나와 종이접기 재능기부 강연이 이뤄지고 있는 마인츠무궁화한글학교로 가는 택시 안에서 노영혜 이사장이 거듭 푸념했다.

“현존 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나라니경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도 우리 것입니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한국은 종이의 나라’라고 한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 색종이를 보고 그렇게 적었다고 해요. 이런 자랑스런 문화를 갖고 있는데, 우리도 박물관을 만들어 소개해야 합니다. 쿠텐베르크박물관처럼 세계에 자랑할만한 ‘책과 종이 박물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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