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글로벌 리더 양성하는 ‘광저우한국학교’
[탐방] 글로벌 리더 양성하는 ‘광저우한국학교’
  • 광저우=이석호 기자
  • 승인 2018.11.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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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새 건물에서 수업··· 중국 재외한국학교 중 12번째로 세워져
박대성 교장 “재외한국학교 보다 쉽게 설립돼 차세대들에게 한국어, 역사 가르쳐야”

“지난해 8월 광저우한국학교가 새로 지은 건물로 이전했어요. 9월1일 입학식 날, 태극기가 올라갈 때 많은 교민들이 눈물을 흘렸지요.”

광저우 교민사회의 땀과 눈물로 지어진 광저우한국학교를 11월29일 찾았다. 광저우한국학교는 2014년 2월 한국 교육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고, 지금까지 5회 졸업식을 가졌지만 새 건물로 이사를 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2013년부터 광저우한국학교는 지난해까지 ‘전세살이’를 참아야 했다. 좁은 곳에서 초중고 과정을 모두 운영해야 했던 설움의 세월도 길었다. 모금운동이 시작됐던 2012년부터의 여정을 생각하면 광저우한국학교 설립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지역이 원래 바나나 밭이었어요. 교육부에서 감사를 왔을 때 바나나 나무밖에 없는 이곳에 왜 학교를 설립하느냐는 핀잔도 받았어요.” 이민재 광저우한국인회장이 달리는 차 창밖을 보면서 이같이 얘기했다.

광저우한국학교는 광저우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40뿐 떨어진 야윈청에 위치해 있다. 바나나 밭이었다는 말과 달리 지금은 고층 건물이 줄줄이 건설되고 있었다. 학교 가까운 곳에는 2010 아시안게임 선수촌도 있다.

“학교 설립을 위해 교민사회가 45억원을 모금했어요. 매칭펀드 방식으로 진행돼 한국정부 지원금도 45억원이었어요. 모금운동의 과정을 생각하면 다시는 이 같은 사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한국식당들 앞에 모금 통을 놓았고, 한인교회들을 찾아가 성금 동참을 요청했지요.” 이민재 회장은 당시 한국인회 수석부회장으로서 이 사업을 추진했다. 직접 학교터를 알아보고 중국정부를 설득했다고.

학교에 도착하자 교문에 커다랗게 쓰인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라는 글씨가 보였다. 5층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자 올해 파견된 박대성 교장이 인사를 했다.

“12학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초중고 수업을 모두 하고 있는 것이지요. 9학년까지 학급 수는 1개이고 고등학교 과정은 6개입니다. 학생 수는 235명에서 275명으로 늘었습니다.”

광저우한국학교에서도 한국과 똑같은 수업 과정이 진행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의사소통을 중요시해 중국어와 영어 수업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 올해 1월 졸업식에는 26명이 졸업을 했는데 전원 한국 대학에 입학을 했다.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것이 우리 학교의 교육 목표입니다. 글로벌 예절을 가르치고 리더가 갖춰야 할 자기관리 능력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세계에는 총 34개의 재외한국학교가 있다. 이중 13개가 중국에 있고 광저우한국학교는 중국에서 12번째로 세워졌다. 북경, 상해, 청도, 천진, 연태, 무석 등 대부분 중국 동쪽 지역에 있고 중국 남쪽 지역에는 이 학교가 유일하다.

광저우뿐만 아니라, 혜주, 동관, 선전에 있는 학생들도 통학버스로 또는 홈스테이를 하며 광저우한국학교를 다닌다. 야윈청 지역에 집을 사서 광저우 시내로 출퇴근을 하는 학부모도 100여 가정에 이른다.

광저우한국학교가 설립되기 전 한국인 자녀는 국제학교나, 현지학교를 다녀야 했다. 문제는 이 학교들은 한국과 한국역사 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 아이들이 정체성 교육을 하는 데에 학부모들의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학교 5층에 설립된 한국독립운동 전시실.

“껍데기만 한국인이면 진정한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재외한국학교 설립이 더 쉬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같이 교민사회가 50%의 설립기금을 모금해서는 보다 많은 한국학교를 만들기가 어려워요.”

박 교장은 우리정부와 국민들이 재외한국학교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재외국민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한국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없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

“교민들 대부분은 노후에 한국으로 귀국해 한국에 세금을 냅니다. 또 한국학교 졸업생들 대다수가 한국학교에 입학해 한국에서 생활합니다. 이들이 성장하면 한국과 중국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세금문제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지요.”

그는 한국학교 설립이 어렵다면 분교를 세우는 것도 고민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대도시에 살아야만 재외한국학교에 다닐 수 있는데,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 초등학교 분교과정이라도 만들면 정체성 교육문제를 크게 해소할 수 있다고 박 교장은 이날 강조했다.

박 교장과 학교를 둘러본 오후 3시, 학교 수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따듯한 광저우 날씨 덕분에 12월이 다가옴에도 운동장 잔디에서 학생들이 푸른 잔디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대강당에서는 발표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학교 4층에는 ‘한국독립운동 전시실’이 설치돼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운동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총 4개 반에 설치된 전시실 중 1개 반은 별도로 화남지역 독립운동 전시실이다. 황포군관학교에서 진행됐던 한국독립운동 전시회에서 사용됐던 전시물들 광저우한국학교로 이전해 설치한 것이다

박 교장은 1층으로 내려와 정문 앞쪽 벽면에 그려진 그림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올해 부임했을 때 한 학생이 큰 그림을 하루 종일 그리고 있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는 것. 그림에는 이 같이 쓰여 있다. ‘글로벌 리더, 광저우한국학교’.

박대성 광저우한국학교 교장(오른쪽)과 이민재 광저우한국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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