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61] 지게부대
[아! 대한민국-161] 지게부대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8.12.15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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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지게는 짐을 옮기는 수단으로 한민족이 개발, 활용해 온 기구다. 수레가 나오기 전에는 오직 지게로 짐을 져 날랐다. 그 지게가 6.25한국전쟁 때 전투물자와 보급품 운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른바 지게부대의 탄생이다. 정식 명칭은 한국노무단(Korea Service Corps), 미군들은 지게가 A를 닮았다고 해서 A Frame Army라고 불렀다. 이들은 전투물자와 보급품 운반 외에도 진지공사, 부상자 후송, 도로보수, 전쟁물자의 이동에도 동원되었는데, 부대 안에는 10대 소년에서부터 60대 노인까지 있었다.

이들은 45kg정도의 보급품을 지게에 지고 하루 16km 이상의 산지를 걸어 올랐다가 내려올 때는 부상병을 지고 날랐다. 휴전 때까지 3개 사단과 2개 여단으로 편성되었는데 휴전 때까지 참전했던 숫자만 1만 3천여명, 어떤 기록에는 6만명 또는 그 이상의 추정치도 나와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다만 미국 국립문서 기록관리처에 보관된 자료에는 이들 가운데 2,064명이 전사하고 4,282명이 부상, 2,448명이 실종처리 되어있다.

워싱턴 D.C의 한국전쟁기념공원에 지게부대원들이 탄약을 운반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지게부대의 존재는 한국에서 보다 미국에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셈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벤플리트 장군은 이들 지게부대에 대해 “작은 체구에 무거운 보급품을 지고 고지를 오가며 지원업무를 용감하게 수행했다. … 만일 이들이 없었다면 최소한 10만명 정도의 미군병력을 더 파병해야 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부산항으로 들어오던 하루 1만톤의 전쟁물자를 옮기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낙동강 전선의 다부동 전투에서 총탄을 뚫고 식량과 탄약을 져 나르는 지게부대를 보고 유엔군은 이어진 지게행렬이 저들의‘생명줄’이라며 고마워했다. 일선 지휘관들도 “전투의 절반은 이들이 해냈다”고 극찬했다. 이들의 공을 아는 미군 병사들의 기억과 배려로 지게부대원들의 모습이 새겨진 것이다.

전쟁 초기, 지게부대원들에게는 피복이 지급되지 않아 무명바지나 학생복 등 징집 당시의 복장 그대로 지게를 졌다. 총기가 지급되지 않았지만 미군에게 얻어서 일부는 무장도 했고 전투에 참가해 전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복무기간도 처음에는 6개월로 되어 있었지만 그나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밤새도록 탄약을 나르느라 이동 중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졸다가 절벽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이들이 임무를 마치고 귀향할 때 받은 것은 ‘징용해지 통지서’와 종군기장, 그리고 기차표뿐이었다.

군번이나 계급장 없이 참전했던 지게부대원들을 6.25전쟁의 숨은 영웅으로 재조명하는 일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 가운데 실종된 지게부대원 가운데 유해가 발굴되어 그 신원이 확인된 첫 사례가 나왔다.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이 2017년 10월, 6.25전쟁 때 지게부대원으로 참전했던 김아귀씨의 유해와 유품을 찾아 그 유족에게 전달한 것이다. 실로 그가 집을 떠난 지 66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김씨는 그의 나이 마흔이던 1951년에 아내와 3남 3녀를 뒤에 남겨두고 지게부대에 들어갔다가 그해 10월 양구군 월운리 수리봉 일대에서 벌어진 피의 능선 전투와 단장의 능선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게부대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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