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청백리
[선비촌만필] 청백리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18.12.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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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들이 권력형 비리로 지탄받는 일이 그치질 않는다. 권력기관 고위 인사들에 이어 이를 심판해야 할 판, 검사들까지도 비리 혐의로 언론의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국민들의 공직자에 대한 신뢰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두 달 후인 내년 2월이면 국제 투명성 기구에서 선정하는 2018년도 국가 청렴도 순위가 발표될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적 비극이 휩쓸고 간 지난 2016~17년 2년간의 국가 청렴도는 37위에서 52, 51위로, OECD 36개국 중에서는 29위로 내려가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나라의 공공분야 부패지수를 수치화 한 것이 국가 청렴도이다. 18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는 것인데 그 나라의 국정 운영 시스템의 투명성과 공직자의 청렴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청렴도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공조직의 의사결정이 밀실에서 불공정하게, 또 공직자가 각종 비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심을 받는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견제, 감시기능과 처벌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청렴도가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권력이 있는 곳에 부정과 부패가 있기 마련이라지만 우리 역사에서 부정부패 예방장치를 입체화하고 그 운영에 성공했다고 평가되는 조선시대의 각종 사정제도와 그 운영 원리를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패문화의 척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조선왕조를 설계한 혁명가들은 유교적 도덕주의를 제도화하여 부정부패를 경계하는 엄격하고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 청정국가를 지향했다.

우선 조선은 건국이념이 유교인 나라였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자기 수양을 기본으로 유교적 도덕 정치를 국시로 한 조선은 예의와 염치, 그리고 청렴을 관리의 최고 덕목으로 했으며 이를 학습하고 체질화한 선비들을 과거라는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관리로 등용했다. 또 유교적 왕도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비리 감시와 견제제도를 만들었다.

우수한 자질의 관리들에게 각종 탄핵, 감시기능(언론3사)은 물론 언로(言路)도 개방했다. 하급 관리나 무명의 재야 선비들도 관리는 물론 국왕에게도 국정과 비리를 비판하는 상소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구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청백리(淸白吏) 표창을 제도화한 것이다. 청렴 유능한 공직자를 선발하여 청백리로 표창함으로서 관료사회를 부정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하는 당근제도이다.

청백리란 청렴결백(淸廉潔白)한 관리의 약자로 동양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관료의 전형이었다.

죽은 자에겐 청백리로, 살아있는 자에겐 염근리(廉謹吏)라 불렀다.

조선 500년 동안 200여명의 청백리를 선발하여 관리들에 귀감이 되게 하고 그들에게 많은 혜택을 줌으로서 공직 수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려 했다. 청백리로 선정되면 당사자의 진급, 보직의 특혜는 물론 가문에 크나큰 영예가 되고 그 후손들에게 과거 없이 벼슬할 수 있는 특전도 내렸다.

반면 부정부패의 당사자, 즉 탐관오리(贓吏)에 오르게 되면 본인의 파직과 후손들의 과거 응시 자격이 박탈되는 등 조선 사회에서는 사실상 매장되고 패가망신하는 치욕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각종 비리를 예방할 제도적 장치와 연좌(緣坐)적 표창과 징벌은 조선의 관료 사회를 청정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격한 당쟁 속에서도 이런 제도적 시스템이 작동됐기에 관료들의 부패를 최소화해 문약한 조선 왕조가 500여 년이나 지탱하는 기반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세도정치가 극성을 부린 19세기 이후 과거제도나 관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3정이 문란해지면서 국가 청렴도가 추락하여 끝내 조선은 망하고 말았다. 부패는 망국으로 이어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볼 수 있다.

일찍이 공자는 “공의(公義)가 바로 선 나라에서 가난하면 수치요”, “공의가 무너진 나라에서 부자이면 수치”라고 말했다. 지금 적용해도 손색없을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관료 부패의 유형에는 가렴주구(苛斂誅求)형과 뇌물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국민이나 약자를 수탈하는 전형적인 봉건 왕조 시대의 부패 형태가 가렴주구형이고 뇌물형은 현대 사회에 횡행하는 치부형 부패이다. 오늘날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부정부패 행태가 이런 것이다.

공직자의 청렴성과 공정성은 동서고금의 보편적 규범이자 윤리였다.

탐관오리(貪官汚吏)와 부패한 공직자는 국가사회는 물론 자기를 패망시키는 치명적인 범죄로 다스리고 있음에도 근절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원인으로 자본주의는 부패와 함께 발전한다는 천민자본주의 이론이 있는가 하면 부패의 근원은 이간의 탐욕에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청렴이 강조되면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불공정 사회에서는 공동체가 붕괴되고 만다는 역사적 교훈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무한욕구를 재생산하는 자본주의 문화에서 물신주의(物神主義)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인간성이 파괴되는 무한 경쟁시스템을 개선 보완하고 공존공영의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새로운 질서를 세워나가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다.

“청렴이 무능의 또 다른 표현”으로 조롱받지 않는 사회적 운동과 보상이 필요하다. 청백리를 그리워하지 않는 나라, 그런 시대에 살고 싶다!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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