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부자유친(父子有親)
[이영승의 붓을 따라] 부자유친(父子有親)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18.12.1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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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가끔 내게 말한다. “내가 먼저 눈을 감으면 당신이 아들과 소원해질까봐 걱정”이라고, 그 말에 나는 한 번도 반박이나 부정하지 못했다. 아들과 소통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나는 부모에 관심이 부족한 아들 탓으로 생각하는데 아들은 정 반대이다. 가만히 두면 좋을 텐데 매사에 관심이 지나치며, 간섭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내는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더 완고하고 보수적이다. 그럼에도 아들과의 소통은 나보다 훨씬 낫다. 놀랍고도 다행스럽다. 아내인들 왜 마음이 상할 때가 없겠는가? 헌신적인 자식사랑 덕분이 아닌가 싶다. 아내는 아들에게 메시지를 길게 보내는 편이다. 그러나 아들의 대답은 주로 ‘네’ 한자이다. 한번은 아내가 답 좀 길게 보내라고 했더니 ‘네~’라고 왔다.

아내가 12일간 미국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남편 숙식보다 마흔이 다된 미혼 아들을 돌봐주지 못해 더 걱정이다. 나보고 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으나 거절했다. 부장시절 공무로 다녀온 코스와 중복되기 때문이었다. 실은 나 홀로 자유를 만끽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한 요즘 독립해 살고 있는 아들과 소통의 기회도 갖고 싶었다. 

오늘날 부모자식 간에 세대갈등 없는 가정이 얼마나 있으랴마는 나도 그 동안 아들과 갈등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가급적 표현을 아끼며 관심도 줄이려고 노력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봤자 남는 것은 결국 부자간에 사이만 멀어질 뿐, 상처를 더 받는 쪽은 항상 나였기 때문이다. 

아내가 여행을 떠나던 날, 내가 아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들, 엄마가 안계시니 아빠와 가끔 안부 소통 좀 하자. 아빠는 오늘 결혼식 3곳 다닌 후 귀가 중이다. 우리 각자 끼니 잘 챙겨먹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말자. 파이팅!’ 4시간이 지난 밤 11시에 응답이 왔다. ‘전 이제 퇴근해서 저녁 먹어요. 잘 주무세요~’ 계속 응답이 없었으면 또 상처를 받았을 텐데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아들이 먼저 안부 메시지를 보내주기 바라며 며칠을 기다렸다. 사흘째 되는 날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어 내가 또 카톡을 보냈다. ‘아들, 오늘 하루도 잘 보냈겠지? 아빠도 모처럼 글 한 편 쓰고 망중한(忙中閑)을 보내고 있다.’ 밤 10시가 지난 후 보내놓고 잠들 때까지 수도 없이 응답을 확인했다. 그러나 소식은 끝내 없었다. 

다음날 아침 8시, 드디어 응답이 왔다. 다급히 핸드폰을 열었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잤어요.’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밤늦게 카톡을 보내놓고 회신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던 것이다. 이건 소통이 아니라 자식을 귀찮게 하는 행위다. 이야말로 구시대적 사고의 극치가 아닌가? 스스로 깊이 자성하며 당분간 조용히 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다음날 이른 아침 아들이 먼저 카톡을 보냈다. ‘오늘도 여유로운 하루 보내세요.’ 비록 짧은 몇 자이지만 너무도 감동을 받아 날아갈 듯이 기뻤다. 우울했던 마음이 한방에 다 날아가 버렸다. 

‘그래 고맙다. 너도 즐겁고 보람된 하루 보내라’하고 즉시 답을 보냈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아내에게도 아들과의 대화 내용을 모두 전달했다. 마음 놓고 즐거운 여행을 다니라는 의미도 있었다. 

곰곰 생각하니 이 정도면 우리 부자도 소통에 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싶었다.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원인은 분명 내게 더 많았다. 그것을 자각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역지사지로 생각 하나 바꿔먹으니 이렇게 마음이 편한 것을... 그동안 나는 말로만 부자유친 운운했던 것 같다. 아들아, 사랑한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수필문학추천작가회 회원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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