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향 전 바르셀로나한인회장, “스페인 한인태권도 역사, 책으로 엮을 것”
김부향 전 바르셀로나한인회장, “스페인 한인태권도 역사, 책으로 엮을 것”
  • 바르셀로나=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1.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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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바르셀로나로 유학해 지금까지 머물러...스페인한인태권도회장도 4년 역임
구엘공원에서

김부향 전 바르셀로나한인회장이 구엘공원 인근의 커피샵에서 얘기를 꺼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다.

“김제원 회장이 지난해 8월 타계했습니다. 스페인 태권도를 개척한 분으로 스페인한인연합회장도 지내셨지요.주변에서 예상 못한, 갑작스런 일이었습니다. 그때 많이 후회했습니다. 스페인 한인 태권도 역사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분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서 정리를 해놓았어야 하는데 못한 게 아쉬웠어요.”

이날 그는 기자를 동행해 ‘가우디투어’에 나섰다. 함께 투어하면서 얘기도 나누고, 스페인에서 살아온 경험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김회장이 바르셀로나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83년이었다.

“인천체육대학을 졸업하고 공채로 해동화재해상보험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금융기관은 대우가 좋았어요. 급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회사에 출근하니, 부장만 남기고 부서 하나가 통째로 없어졌더라고요. 실적이 좋지 않다고 부서를 없애버린 것이었습니다. 혼자 책상을 지키는 그 부장이 나의 미래모습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입사 3년반이 됐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그후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는 한국체육대학도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떠날 때만해도 그는 체육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한국에 돌아가 교수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수의 추천으로 선택한 곳이 체육학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인에프(INEF)대학이었다.

“대학때 사격이 전공이었습니다. 태권도를 부전공으로 했어요. 바르셀로나에 와서 체육학을 공부하면서 한편으로 한인태권도장에 나가서 사범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가족이 있으니 공부에만 몰두할 수는 없었어요.”

주경야독 생활을 시작한 그는 사범생활 1년만에 급기야 태권도장까지 인수했다. 쉽게 생각하고 떠맡은 태권도장이었으나, 경영은 만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결국 귀국해 교수의 길로 가려던 꿈을 접고, 스페인에서 태권도 사범으로서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도 교수의 길이 열렸다.바르셀로나자치대학(USB)에서 그를 초빙한 것이다. 그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만 10년간 이 학교에서 태권도 교양과정을 신설해 직접 지도했다.

“당시만해도 스페인어로 된 태권도 교본이 없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습안을 만들다보니 스페인어로 교본을 냈습니다. 두권을 냈어요.”

카사밀라 앞에서
카사밀라 앞에서 김부향회장이 포즈를 잡았다

스페인어 교본을 내는 데는 바르셀로나 현지인으로 오랜 제자이자 동료인 안토니오 교장이 적극 도움을 줬다고 한다. 장학관이기도 한 안토니오 교장은 초기 그의 태권도장에 학생으로 다녔다고 한다. 김부향 회장은 안토니오 교장이 대학원 진학을 않고 태권도의 사범의 길을 걸으려 한 것을 극구 말려서 공부를 더해 교직에 나가도록 했다고 한다. 태권도는 방과후에 하다록 했던 것이다. 그런 덕분에 안토니오 교장은 지금도 방과후면 김회장의 태권도장으로 와서 사범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바르셀로나 한인회장을 지낸 뒤의 일입니다. 스페인에 있는 한인사범들로 구성된 스페인한인태권도협회 회장을 4년간 맡았습니다. 이때 대사배 태권도대회를 크게 치렀습니다. 스페인한인태권도사를 정리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경험 때문입니다.”

그는 스페인한인태권도협회가 교민회보다 역사가 더 오래됐다고 강조한다. 태권도 사범들이 스페인 초기 한인사회를 일궈냈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태권도를 개척한 분들의 얘기를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한분 한분 만나서 영상도 찍고, 경험도 들어서 정리할 것입니다. 그게 앞으로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사에서도 도와주세요.‘

김회장과 이런 얘기를 나누며 투어단을 따라 가우디의 건축작품인 카사밀라, 카사바트요, 구엘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돌았다. 투어를 마친 후에는 김회장의 안내로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콜롬버스 동상이 있는 바르셀로나 항구, 황영조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바르셀로나올림픽 메인스타디움까지 둘러보았다.

김회장은 이날 저녁 안토니오 교장 집으로도 안내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와 12월31일 저녁에는 안토니오 교장 집에서 두 집 가족 모두가 모여서 저녁을 함께 해왔다고 한다. 이렇게 한 지가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안토니오 교장집에는 교장의 어머니와, 대학에서 영화학을 가르치는 남동생, 조카 등이 와 있었다. 여기에 김부향 회장 부부, 아들 유한, 딸 유라도 함께 해서 만찬파티가 열렸다. 영화학 교수인 안토니오 교장의 동생은 기자를 서재로 안내해 ‘취화선’ 등 자신이 소장한 한국영화 DVD도 소개하기도 했다.

“안토니오 교장 가족과의 오랜 교류가 스페인 생활에 큰 힘이 됐습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상의하고, 아이들이 자랄 때도 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친할머니 친삼촌 같아요.”

저녁 파티후 아들과 딸을 그 집에 남겨둔 채 돌아오는 차안에서 김회장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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