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탐방④] 가우디에 영감 준 몬세라트와 국제영화제 열리는 시체스
[바르셀로나 탐방④] 가우디에 영감 준 몬세라트와 국제영화제 열리는 시체스
  • 바르셀로나=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1.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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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상으로는 산악열차로 연결...가이드 관광용품점 안내, 법으로 금지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시체스. 지중해에 연해 있는 작은 도시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시체스. 지중해에 연해 있는 작은 도시다.

버스가 몬세라트 경내로 접어들자, 톱니 모양의 독특한 바위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바위산들은 3천만년전 바다에서 융기해 올라온 것이라고 한다. 버스가 굽은 산길을 타고 수도원으로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는 만년설로 뒤덮인 피레네산맥도 멀찌감치 보였다.

몬세라트산은 최고봉이 1,236m다. 그리스의 메테오라 수도원처럼 몬세라트 수도원도 산속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 산에 수도사들이 모여든 것은 서기 880년이다. 당시 검은색의 소녀상(성모 마리아상)이 발견되면서 수도사들이 모여들고, 수도원으로 커져갔다고 한다.

당시의 검은 마리아상은 지금 수도원에 전시돼 있다.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사람한테도 육안으로 보인다. 아래서 보면, 성당 정면 벽 속 통로를 지나가며 마리아 상을 참관하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검은 마리아상을 참관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가 중간에 빠져나왔다. 나중을 기약하고, 먼저 ‘푸니쿨라’라고 부르는 산악열차를 타고 산 정상으로 향했다. 불과 200여m를 올라가는데도 운임이 편도 8유로였다.

산악열차에서 내려 산꼭대기로 걸어가는 길도 20-30분이 걸렸다. 도중에 무너진 집터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왜 험한 산꼭대기까지 와서 집을 짓고 생활했을까? 신에게 더 가까운 곳을 찾아서였을까?

몬세라트 수도원 성당 내부. 정면 벽에 검은 마리아상이 안치돼 관광객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몬세라트 수도원 성당 내부. 정면 벽에 검은 마리아상이 안치돼 관광객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몬세라트수도원은 베네딕트회 소속의 수도원이었다. 베네딕트회는 교황청이나 예수회처럼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니라고 한다. 개별 수도원이 각기 자치를 하는 수도회다. 중세 유럽에서 로마카톨릭 교회가 권력과 부를 가지면서 세속화의 길을 걷자, 개혁 운동이 일어난다. 수도원 운동이다. 이탈리아 베네딕트가 제시한 청빈 정결 순명을 모토로 한 이 운동은 11세기 들어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몬세라트수도원은 나폴레옹 침공때 크게 파괴되고, 소장품들도 대거 약탈당했다. 그후 재건에 들어가 1844년 다시 문을 연 뒤에도 복구작업은 이어졌다. 안토니오 가우디도 무명의 청년시절 이 수도원 복구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이곳에 머물면서 자갈과 모래로 이뤄진 자연의 모습에서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르셀로나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몬세라트수도원은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도 연결된다. 산정상으로는 산악열차도 운행된다. 50-60도의 급경사를 오르는 톱니달린 열차다. 우리는 북한산이나 설악산에 케이블카도 놓기 어려운데, 몬세라트에는 케이블카도 아닌 산악열차가 건설돼 운행되는 게 신기했다. ‘자연훼손’이 문제되기 전이었을까?

수도원을 떠나서 돌아가는 길에 시체스를 찾았다. 국제영화제로 유명한 지중해변의 작은 도시였다. 시체스영화제는 1968년에 시작됐다고 한다. SF와 판타지,호러, 스릴러 영화들이 선보이는 판타지영화제다. 한국영화들도 초청받아,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나홍진 감독의 ‘곡성’ 등이 특수효과상과 감독상 등을 받았다.

시체스의 작은 골목에서도 노란리본들을 접할 수 있다.
시체스의 작은 골목에서도 노란리본들을 접할 수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가로는 모래밭이 펼쳐져 있고, 내륙 쪽으로는 그림 같은 건물들을 배경으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었다. 해변 높은 언덕에 있는 중앙성당과 성당 뒤의 구 시청사 건물 주변으로는 관광객들이 몰려서 오가고 있었다.

해변가 쉼터에는 쇠붙이로 만든 영사기 모양의 조형물도 설치돼 있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영화제를 기념하는 조형물인 듯했다. 가이드는 “한국 드라마도 이곳 시체스에서 많이 찍는다”며, 촬영된 드라마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가이드가 관광객 단체를 이끌고 관광용품점이나 면세점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했다고 한다. 상가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상거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관광버스를 가게 앞에 들이대고 쇼핑을 하도록 하는 것도 물론 금지돼 있다.

바르셀로나는 무역으로 오래 번성한 도시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온다고 항의하는 시위도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관광 법질서도 독특하게 만들어서 나름 지켜가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몬세라트와 시체스 투어를 끝내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가 지나서였다. 버스는 시내 중앙에 있는 카탈루냐 광장에 도착해, 해산했다. 이날은 크리스마스여서 카탈루냐 광장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끝>

바르셀로나 시내 중심에 있는 카탈루냐 광장
바르셀로나 시내 중심에 있는 카탈루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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