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제남 천하제일천 표돌천
[탐방] 제남 천하제일천 표돌천
  • 제남=홍성림 해외기자
  • 승인 2019.01.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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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천하제일천 표돌천. 나란히 세 지점에서 샘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명호 서남문으로 나서니 남쪽으로 쭉 뻗은 대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은 초현대식 빌딩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고, 서쪽은 유람선이 다니는 수로가 보인다. 수로 너머는 구시가지인듯 좁은 차로와 오래된 담벼락과 건물들이 나뭇가지에 가려져 간간이 보이다 말다 한다.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1930년대 전차의 모습을 한 버스 한 대가 수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잠시 섰다가 출발하는 것이 보인다.

표지판을 확인해보니 제남 투어버스다. 두 개의 노선이 있었는데 모두 대명호 북문에서 출발해 대명호 기차역까지 운행되고 있었다. 그 중 한 라인은 대명호 주변의 구시가지와 표돌천(趵突泉)을 도는 코스이고, 나머지 라인은 시내코스를 돌아 천불산(千佛山)까지 다녀오는 코스이다. 투어버스를 타보고 싶긴 했지만 방금 눈앞에서 막 출발한터라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표돌천까지는 그냥 걷기로 했다. 거리가 채 1km도 되지 않는데다, 중간에 27개의 명천이 몰려 있다는 오룡담공원까지 있다니 수로를 따라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지도 않게 수로를 따라 걷는 길은 포근하고 다정했다. 기온은 무척 낮았지만 따뜻한 햇살이 가득했고, 무엇보다 수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자연정원의 풍광은 낯선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파에 취약한 수종인 듯 군데군데 두터운 비닐집을 지어 보호하고 있는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오룡담 유람선 선착장 건너편 오룡담공원 입구<br>
오룡담 유람선 선착장 건너편 오룡담공원 입구

걷다보니 오룡담(五龍潭) 유람선 선착장이 나타나고, 다리 건너에 오룡담공원 입구가 보인다. 비수기라서인지 매표소와 검표소에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저녁 기차표를 미리 예매해 놓은 터라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표돌천 입구에 도착하니 대명호와 달리 드나드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입구가 많이 한산하다. 오랜만에 유유자적 한가하게 풍경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겠구나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매표소로 달려갔는데, 입장료가 무려 40위엔(한화 약 6500원)이나 한다. 아무리 천하제일천이라지만 샘 구경 한 번에 좀 과한 느낌이 없지 않다. 순전히 개인적인 소견으로 중국은 인구가 많아서인지 어딜 가나 비싼 입장료로 입장객 수를 조절하려는 경향이 있다.

오룡담 유람선 선착장 건너편 오룡담공원 입구<br>

소개를 보니 역시 중국은 스케일로 이야기한다. 공원면적이 10만m²나 된단다. 표돌천은 하루평균 7만m³의 샘물이 솟아올라, 천성(泉城)이라 불리는 제남의 72명천 중의 으뜸이자, 천하제일천이란 명예로운 별칭을 지니고 있다. 명천 중에 고대 문헌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곳이기도 하여, 천불산, 대명호 등과 함께 제남의 3대 명승지로 꼽힌다. 공원 내에 낙원당(濼源堂), 관란정(觀瀾亭), 이청조기념관(李淸照記念館), 이고선기념관(李苦禪記念館) 등 적지 않은 명승지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표돌천의 명칭 변천사도 꽤나 흥미롭다. 첫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북위(北魏)시대 역도원(郦道元)의 <수경주(水经注)>에 ‘낙수(濼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정식명칭이 아니라 ‘낙수’의 원류라는 의미로, 당시에 표돌천을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됐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아영수(娥英水)’라 부르기도 했는데, 이 또한 정식명칭은 아니고 샘 옆에 건축된 아영묘(娥英廟)에서 나온 이름이다. 첫 정식명칭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좌전(左傳)>에 등장한 ‘화천(華泉)’으로 현재까지 표돌천과 혼용해서 사용한다.

현재의 명칭은 송대(宋代) 증공(曾巩)에 의해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제주지주(齊州知州)로 있을 때, <시경(詩經)>과 한대(漢代) 왕충(王充)의 <논형(論衡)>을 참고해, 정식명칭을 ‘함천(檻泉)’으로 정했으나, 토박이 백성들에게 지나치게 고상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한다. 백성들은 여전히 그 형세를 본딴 ‘폭류천(爆流泉)’이란 명칭을 즐겨 사용했고, 후에 증공이 <제주이당기(齊州二堂記)>에서 ‘표돌천’으로 명기한 것이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늑한 느낌이다. 오밀조밀 작지만 넉넉함이 느껴지는 정원과 개울들이 구비마다 나타났다. 낙원(濼苑) 입구로 들어가는 작은 개울로 떨어지는 물보라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온천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손을 담가보니 온천은 아니지만 쨍한 차가움은 없다. 알고 보니 지하 동굴에서 솟는 샘물은 연중 18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하 깊숙이에서 솟아오른 샘물들이 갑자기 찬 공기를 만나 하얀 입김을 호호 내부는 것이 온천의 수증기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대명호에서부터 표돌천의 개울까지 영하 15도의 날씨에 어느 한 곳 얼어붙지 않고 모두 졸졸졸 명랑하게 흐르고 있다. 보통은 한겨울 물가에서 스산한 추위를 더 느끼기 마련인데, 제남의 명천들은 이 엄동설한에 기특하게도 끊임없이 솟는 샘물에 따뜻한 온기를 함께 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잠깐 나도 끊임없는 열정에 따뜻함을 겸비한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표돌천 공원 내 금전천

공원 안을 거닐다 보니 금전천(金錢泉)이 보인다. 동전 하나에 내 소망을 실어 던지는 것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하나 던져본다. 그런데 동전을 받아 삼킨 우물이 갑자기 파리지옥을 연상시킨다. 인적 드문 공원에서 갑자기 오싹한 이 느낌은 뭐지? 마치 최선을 다할 생각은 않고 요행수만 바라는 나를 꾸짖는 것 같다. 정신 차리자.

표돌천 공원 내 식수대. 제남은 물의 고장답게 대로변이나 공원 안 여기저기에 이렇게 어른용과 어린이용이 나란히 디자인된 식수대가 많이 보인다. 길 가는 나그네의 목마름까지 걱정하는 넉넉함이 존재하는 이 곳, 제남이 새롭다.

금전천을 지나 공원 깊숙이 들어가니 여행객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쫑끗 세우고 있는 단체관광객들도 보인다. 다른 곳에서 늘 그렇게 했듯 여기서도 뒤따라가며 도강을 해볼까 싶었으나 역시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아쉬움이 남는 모든 것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일단 표돌천이 근처에 있는 듯하여 발길을 서둘렀다.

표돌천 공원 내 등주천(登州泉). 상승천(上昇泉)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수맥이 중국 동해의 등주에서 시작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등주천(登州泉)을 지나고, 대나무 숲에 가려진 관란정(觀瀾亭)에 이르니 언뜻 제일천이라 쓰여진 비석이 보인다. 빙 돌아 정면으로 가서 보니, 관란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표돌천’과 ‘제일천’이라 쓰인 비석이 물속에 잠겨 있다. 드디어 정자 바로 앞 크지 않은 호수 가운데 기세등등하게 샘솟는 물길이 보인다.

세 개의 물기둥이 뽀얀 물안개를 만들며 힘차게 솟고 있었다. 호수가 꽤 깊어 원천의 힘찬 기개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웅장하고 사람을 압도하는 그 무엇이 느껴진다. 지하 석회암 동굴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샘물의 양이 많을 때는 최고 하루 24톤이나 되고, 그 높이가 26미터가 넘었다고 하니, 전성기의 위용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표돌천 공원 내 풍경

표돌천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제남을 왜 천성이라고 부르는지 완전하게 실감이 난다. 예로부터 사계절이 분명하고 물이 많은 동네는 인심이 좋고 유복하다고 했다. 제남사람들이 호방하여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고 손님대접이 융숭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이 사람을 이롭게 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유가 가득하다.

제남시내에서 본 사진관 건물. 고건축물을 활용한 리모델링이 특이하고 재미있다.

마음이 따뜻해져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마저 가벼웠다. 구시가지를 개조하는 공사가 한창인 거리 곳곳에 행인들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산재해 있었지만, 풍물거리인 듯 언뜻언뜻 개조를 끝내고 모습을 드러낸 상점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어 나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음에도 제남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그때도 역시 도보여행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은 더 들겠지만, 대명호를 완주하며 하화정에도 꼭 가보고, 아쉬웠던 오룡담 공원에 들러 27명천도 둘러봐야지. 시간이 없어 꿈도 못꿔 본 진주천(珍珠泉), 흑호천(黑虎泉)에도 꼭 가보고, 그리고 정비를 끝낸 풍물거리를 다시 한 번 걸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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