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교민사회는 들러리(?)··· 바르셀로나 영사관 개관식 유감
[이종환칼럼] 교민사회는 들러리(?)··· 바르셀로나 영사관 개관식 유감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1.2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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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여긴 별세계군요.”
“우리도 잘 모르는데, 멀리 사시는 분이 아시다니...”

바르셀로나항의 요트정박장 길로 접어들면서 얘기들이 오갔다. 밤이 늦었는데도, 화려한 불빛 속으로 음악과 춤의 열기가 흘러나왔다. 중동풍의 물파이프 담배연기가 자욱한 실내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젊은이들이 음료를 앞에 두고 삼삼오오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1월25일 바르셀로나총영사관 개관식 만찬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바르셀로나항의 ‘커피숍 거리’를 찾았다. ‘스페인 태권도를 개척한 분들의 증언을 정리하자’며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여기에는 스페인 국가태권도선수단 감독을 16년간 맡았던 김영기 스페인한인총연합회장, 초기 바르셀로나 태권도를 개척한 이영래 바르셀로나 1-3대한인회장, 스페인어 태권도 교본을 2권이나 펴낸 김부향 바르셀로나 제13대한인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먼저 스페인 전역에서 20여명의 태권도 원로와 개척자들을 추천 받아, 김부향 회장 등이 직접 방문해서 증언을 수집하자는 게 이날 논의된 내용의 개략이었다. 하지만 얘기가 진행되면서, 책보다는 이날 바로셀로나총영사관 개관식 행사에 대한 평가로 화제가 흘렀다.

“좋은데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그렇게 좁은데서 개관식을 가졌을까?”
“명예영사를 지낸 현지인 호텔이라서 했다지요.”
“다음에 다른 행사를 해도 되잖아요. 바르셀로나 주재 외교관들이 대거 찾아오는 오늘 개관식이 아니어도요.”

누군가 운을 떼자, 이날 행사에 대한 소회들이 제각기 흘러나왔다. 우선 행사장이 좁아 불편해서, 행사의 격이 떨어졌다는 지적이었다.

“보조의자도 준비하지 않고 한 시간 반 동안 스탠딩 파티로 진행해서….” 행사에 참여한 교민사회 원로들 가운데는 몸이 불편한 사람도 있었던 데다, 외국공관에서 축하하러 온 외교관 중에도 장애인이 있어서, ‘외교적 결례’이기도 했다는 우려였다.

“교민사회 원로나 한인회장 소개도 없어서 들러리만 섰잖아요.”

‘교민사회 들러리’론도 튀어나왔다. 바르셀로나총영사관 개설을 위해 바르셀로나 교민사회에서는 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와 정부에 청원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총영사관 개관은 그 같은 교민사회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하지만 교민사회 원로들 30여명도 초청돼 참석한 이날 개관행사에서 그간의 청원운동 경과 소개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교민사회 대표인 한인회장이 인사말을 할 기회도 주지 않아, 교민사회가 결국 행사 들러리였다는 푸념이었다.

총영사가 개관행사 환영사를 스페인어로 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행사에는 스페인 중앙정부 대표와 카탈루냐 주정부 대표가 축사를 하면서 ‘묘한 설전’을 벌였다. 카탈루냐 독립 주장을 의미하는 노란리본 배지를 달고 나온 카탈루냐 주정부 대표는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로 축사를 하면서 ‘스페인 말을 안 쓰겠다’는 뉘앙스를 준 반면, 스페인 중앙정부 대표는 ‘싸우지 말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카탈루냐의 분리주의를 우려하는 긴 연설을 스페인어로 통역 없이 했던 것이다. 이런 미묘한 정황인데도 총영사가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인사말을 해, “차라리 영어로 인사하는 편이 외교적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사실 아무리 좋은 행사라도 흠을 잡으려면 끝이 없다. 새 옷도 털면 먼지가 나는 법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유감’을 굳이 글로 옮기는 것은, 새로이 개관해 일을 시작하는 바르셀로나총영사관이 이름 그대로 교민사회의 생활과 재산을 지키는 ‘영사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교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뜻에서다. 영사관은 교민사회가 있어서 문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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