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래 바르셀로나 초대한인회장 “안익태 선생 하숙집에서 살았어요”
이영래 바르셀로나 초대한인회장 “안익태 선생 하숙집에서 살았어요”
  • 바르셀로나=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1.2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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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태권도 사범으로 정착… 1,2,3대 한인회장 역임
이영래 초대 바르셀로나한인회장
이영래 초대 바르셀로나한인회장

바르셀로나 시내의 한국음식점에서 안익태 선생이 갑자기 주제로 떠올랐다. 애국가를 쓴 안익태 선생은 스페인에 살 때 지중해에 있는 마요르카라는 섬에 살았다. 당시 그가 살던 집은 스페인에서 수산업으로 성공한 권영호 ‘인터불고’ 그룹 회장이 구입해 한국정부에 기부해, 지금은 ‘안익태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요르카는 바르셀로나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40분이면 닿는다. 연락선도 자주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안익태 선생은 생전에 바르셀로나를 자주 찾았다. 집이 마요르카에 있다 보니 바르셀로나에 묵을 때면 유태인 아주머니가 경영하던 하숙집에 묵었다고 한다.

“1972년 바르셀로나로 와서 하숙집에 들었어요. 공교롭게 안익태 선생께서 바르셀로나에 나올 때마다 묵었던 하숙집이었어요.” 이영래 바르셀로나한인회 초대회장이 소개를 했다. 그는 태권도 사범으로 바르셀로나에서 초기 태권도를 개척하고 보급한 인물로 유명하다.

올해 76세라는 그는 나이에 비해 아주 정정하고, 행동거지도 깔끔한 ‘신사’였다. 그는 바르셀로나한인회를 만들어 1,2,3대 한인회장을 역임했다고 한다.

“제가 머물 때 당시 한 달 수입이 1만5천 페세타였는데, 하숙집 비용으로 5-6천 페세타를 냈어야 했어요. 갈라뜨라바라고 부르는 지역으로, 지금도 시내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이지만, 당시에도 시내 중심이었어요.”

이영래 회장이 머물던 하숙집 여주인은 유태인이었다. 그가 “전에 안익태라는 동양 사람이 이 집에서 하숙을 했다”고 해서, 안익태 선생이 그 집에서 머문 것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안익태선생은 1965년 9월 바르셀로나에서 향년 60세로 사망해, 이영래 회장은 생전에 그를 만난 적은 없다.

“안익태 선생이 하숙하고, 저도 1년 반 가량을 하숙했던 그 집은 80년대 초 재개발하면서 사라졌습니다. 원래의 그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벚나무가 멋있게 서 있었는데, 버찌도 많이 열려서 몰래 따먹고는 했지요.”

지금 그 집은 없어졌지만, 그 집 앞으로 안익태 선생이 자주 찾던 커피숍은 여전히 남아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영래 회장은 바르셀로나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면서, 역시 바르셀로나 출신인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도 교분이 있었다며, 88서울올림픽 때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88올림픽 때 서울에 만든 경기장 하나가 규격에 미달해서 문제가 됐어요. 규정대로 하자면 재공사를 해야 했어요. 그러자면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많이 투입되어야 했습니다. 그때 노태우 당시 체육부장관이 바르셀로나로 와서 사마란치를 만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그 문제는 해결됐다는 게 이영래 회장의 소개. 그도 그때 동석했다고 한다.

“안익태 선생이 묵었던 하숙집은 없어졌으니, 커피숍이 안익태 선생의 바르셀로나 연고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장소를 소개하면 한국 여행객들이 가끔 다녀가는 곳이 될 수 있겠지요.” 그 자리의 대화는 이런 얘기로 끝을 맺었다.

왼쪽부터 바르셀로나한인회 김부향 13대 회장, 이영래 초대회장, 박천욱 현 회장.
왼쪽부터 바르셀로나한인회 김부향 13대 회장, 이영래 초대회장, 박천욱 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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