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욱 카탈루냐한인회장 "총영사관 개관은 교민사회 노력의 결실"
박천욱 카탈루냐한인회장 "총영사관 개관은 교민사회 노력의 결실"
  • 바르셀로나=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2.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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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바르셀로나에 진출… ‘태권도 전자호구의 대부’로 불려
박천욱 카탈루냐한인회장

승용차가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를 지나자 큰길가로 ‘대도(大道)’라는 간판이 외벽에 내걸린 건물이 나타났다. ‘태권도 전자호구의 대부’ 박천욱 카탈루냐한인회장이 경영하는 회사였다. 카탈루냐는 바르셀로나가 속해 있는 주 이름이다.

“큰 길(大道)이라….” 마치 삶의 철학이나 좌우명 같은 느낌이 드는 회사 상호에 대해, 박천욱회장은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에서 따온 말이라고 소개했다. “사람이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숨어서 피해 다닐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어릴 적 조부로부터 늘상 듣던 문구였다고 한다.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대형 물류창고가 이어졌다. 3층 높이는 될 듯한 창고에는 태권도 도복과 무릅보호대, 머리보호용 헬멧 등 다양한 제품들을 담은 크고 작은 종이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통로로는 지게차도 오가고 있었다.

“4개월 치의 재고를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 주문을 해서 한국과 중국의 공장에서 만들어 이곳으로 보내오기까지 3개월 남짓한 시간이 걸리거든요.”

아이템이 무려 450개에 이른다고 한다. 태권도 장비라도 체급별로, 그리고 청홍팀으로 골고루 갖춰야 한다. 나아가 유도 가라데 도복과  보호대를 비롯한 각종장비, 카톤박스 등을 유통하다 보니, 아이템이 많다.

‘대도’사의 에이전트는 70여개 국에 포진해 있다. 별도로 물품을 가져가는 나라까지 합치면 100여개 국에 공급된다. 태권도 장비중에서도 공인 경기에 착용해야 하는 ‘전자호구’는 사실상 대도가 ‘독점공급’하는 제품이다. 전자호구 50%를 공급하는 아시아연맹 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대륙연맹 대회는 대도가 전자호구 독점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세계연맹대회가 매년 6회 있고, 아시아 미주(팬암)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5개 대륙연맹들도 각기 대회를 치릅니다. 국제오픈태권도 대회도 매년 25개 지역에서 개최됩니다.”

대형 국제대회가 치르질 때면 ‘대도’가 현장에 직원을 파견한다. 전자호구 장비들이 투입되는 대회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스폰서 활동도 많다.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선수권대회는 물론이고,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대회도 대도가 공식 용품 공급업체로 활약하는 무대다.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물론, 전자호구가 사용되기 시작한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올림픽에도 공식으로 용품을 공급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29개국 58명의 선수 도복 및 장비를 스폰서하기도 했다. 내년의 도쿄올림픽도 ‘전자호구’와 헤드기어 시스템을 포함해 대도 제품이 공식 공급된다.

대도가 굴지의 태권도 용품업체로 성장하기까지는 눈물 나는 사연도 많다. 박천욱 회장은 원래 요리사였다. 경남 사천 출신인 그는 고향과 부산에서 한식, 중식집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그러다 198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건너가 지인의 음식점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가 식당 일을 하면서 주목한 것이 태권도 용품이었다. 한국 사범들이 들어가 스페인에 태권도가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마침 부산에서 이불집을 하다가 바르셀로나로 온 지인이 있어서 그를 도우며 태권도 용품에 눈을 떴다. 식당일을 하면서 짬이 나는 대로 태권도장을 돌며 ‘태극기’와 ‘도장 마크’ 같은 자수용품을 주문받아 공급했던 것이다. 한편으로 스페인어도 3천 단어를 1년반만에 달달 외웠다. 하지만 도복에 붙이는 ‘태극기’를 팔아서 얼마나 벌겠는가?

당시 태권도 도복은 ‘섬유쿼터’ 제한으로 인해, 스페인 국내에서 제작돼 공급되고 있었다. 현지인 업체가 만들다 보니 제품이 좋지 않았다. 마치 ‘잠옷 같았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도복을 만들면 되겠다는데 생각에 미치면서, 그는 드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초 동업을 생각했지만, 이불집 경력이 많은 분이 28세 청년과 동업을 하려할리 없었다.

“아파트에서 재봉기 4대를 들여놓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이 재봉일을 하고, 저는 팔러 다녔습니다.”

1983년 지금의 대도인터내셔널은 이렇게 출발했다. 1986년에는 바르셀로나 시내에 대도 매장을 오픈했다. 발메스가에 있는 이 매장은 지금도 소매점포로 운영되고 있다.

태권도 도복은 물론, 유도, 검도, 합기도 도복과 추리닝까지 만들면서 대도는 시장을 열어나갔다. 쉽지는 않았지만, 태권도의 성장과 함께 대도의 사업도 확장돼 나갔다. 태권도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됐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기자가 ‘대도’를 찾은 것은 바르셀로나총영사관 개관을 청원하는 1만여명의 청원서 원본을 비롯해, 서명 요청 포스터 등 당시 청원활동 기록이 ‘한인회 사무실’에 비치돼 있어서였다. 태극기와 카탈루냐한인회기가 세워져 있는 한인회 사무실은 대도 인터내셔널사의 역사 전시관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널찍한 공간 가운데를 회의실로 쓰면서, 한쪽 벽으로는 역대 올림픽 등에 스폰서를 해서 받은 감사패 등이 진열돼 있었다.

까딸루냐한인회는 2016년 바르셀로나 영사관 개설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여, 3개월 만에 1만명의 서명을 모았다.
까딸루냐한인회는 2016년 바르셀로나 영사관 개설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여, 3개월 만에 1만명의 서명을 모았다.

“바르셀로나 영사관을 개설하기 위해 2016년 교민사회가 똘똘 뭉쳐서 서명운동을 했습니다. 3개월 만에 1만명의 서명을 모아서는 외교부와 국회 등 요로에 보냈습니다.”

이렇게 소개하면서 그는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명단과 연락처가 담긴 자료도 내놓았다. 외통위원 한사람 한사람한테 일일이 자료를 보내고, 도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현지에서 연락만 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와서도 외교부와 국회를 찾았다. 당시 본지도 기자를 파견해 박 회장과 함께 국회를 돌았다.

“오늘 개관식을 합니다. 4시에 그라시아 거리의 총영사관 건물에서 현판식을 하고, 6시에 장소를 옮겨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개관기념행사를 엽니다. 교민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이지요.”

그는 “한인회장을 연임해 4년 활동이 올해 말로 끝난다”면서 “바르셀로나 교민사회의 숙원사업이었던 총영사관 개관을 임기 내에 이뤄낸 것이 무엇보다 보람을 느낀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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