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63] 평양냉면
[아! 대한민국-163] 평양냉면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9.02.16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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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이 진짜 평양냉면 맛을 보여주겠다며 제면기까지 이고 오는 퍼포먼스를 보인데다 김정은 위원장의 “아,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하는 유머 섞인 한마디까지 겹치며, 남한에 평양냉면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먹어보기 마련인 옥류관 냉면이 평양냉면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옥류관의 냉면을 평양냉면의 적통(嫡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냉면업계의 정설이다.

우선 옥류관은 1961년, 평양냉면의 전통이 희미해진 뒤에 생겼다. 육안으로도 확인된 것이지만, 냉면의 빛깔이 검다. 평양냉면은 메밀의 함량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인데 옥류관 냉면은 메밀과 전분(감자녹말)의 비율이 4대 6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육수를 간장으로 간하고, 면 반죽에 식소다를 타서 더 검게 보일 뿐만 아니라 면발이 질기고 메밀향이 덜 난다는 것이다.

평양냉면을 노래한 백석(1912~1996)의 시가 평양냉면의 본모습을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겨울밤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국수’ 부분, 1941년 『문장』에서). 국물은 겨울에는 동치미 국물을, 여름에는 고기육수를 쓰되, 보통은 닭과 꿩으로 뽑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수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냉면에 관한 기록은 17세기 장유(張維)의 자장냉면(紫漿冷麪 - 자주색 육수에 만 냉면)이라는 시에 처음 보인다. “자주색 장국 노을 빛으로 비치니/옥가루 같은 눈꽃이 흩어지누나/입안에 젓가락을 넣으니 이에 향기가 도네/찬기운 몸에 돌아 옷을 껴입네”

1849년에 간행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겨울철에 무, 배추,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고 돼지고기를 얹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면서 겨울 계절음식인 냉면은 평안도가 으뜸이라고 했다. 평안도는 메밀이 잘 되고, 겨울이 길어서 일찍부터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냉면이 여름음식으로 탈바꿈한 것은 오로지 냉장고 덕분이었다. 또한 일제시대와 함께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대량 보급되면서 냉면 맛이 변했고, 따라서 사람들의 입맛도 변했다.

평양냉면에 농마(전분)의 함량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와도 관련이 있다. 메밀 100%의 평양냉면을 포기한 것이다. 1920년대에도 남한에 평양냉면 집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한국전쟁 때 월남민들에 의해 평양냉면이 전국에 걸쳐 널리 퍼졌다. 서울냉면집의 대부분은 고기 육수를 쓰고 메밀의 비율이 70~80%에 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남과 북에서 평양냉면은 사뭇 다른 음식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서울에서는 우래옥, 필동면옥,을지면옥, 평양면옥 등이 유명하다.

냉면을 먹는 데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선주후면(先酒後麵), 먼저 술을 들고 냉면을 먹는다. 식초는 육수에 치지 말고, 국수발에 친 다음에 육수에 말아야 제 맛이 난다. 농마(함흥식 냉면)국수에는 양념장을 치지만, 냉면에는 양념장을 쳐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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