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지금 한국어 열공중”
“베트남은 지금 한국어 열공중”
  • 호치민=유종길 해외기자
  • 승인 2019.02.19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트남 대도시와 지방에 한국어학과 우후죽순 생겨
호치민 시내에는 학생 200명 넘는 한국어학과 많아
왜 한국어과 선택하냐 묻자 "그냥 한국어가 좋아서"
박항서의 인기도 큰 작용 한 듯
사진은 반랑대학교 한국어과 2학년 학생들
사진은 반랑대학교 한국어과 2학년 학생들

1992년 한-베 수교 이후 1994년 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베트남 하노이종합대학교에 2명의 한국어 교원을 파견한다. 그 이듬해인 1995년에는 파견 범위를 확대해서 하노이 종합대학교를 포함 베트남국립대학교 외국어대학(하노이 Tu Liem 소재)과 또 다른 외국어대학(하노이 Thanh Xuan 소재),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 호치민 휴먼직업기술학교 등에 7명의 한국어 교원을 추가로 파견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의 2개 대도시와 각 지방의 대학들에도 한국어과정이 새로 개설되거나 한국어학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한국어학과 정원이 일본어학과를 압도적으로 초월하고 있는 현상도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흐름이다.

뿐만 아니라 90년대에 동방학부에 속해 있거나 다른 주요 외국어학과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한국어학과는 현재 한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베트남인 한국유학파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어학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호치민 외국어대 학생들

호치민에서 90년대에 한국어학과가 생긴 호치민외국어대학교(직역: 호치민외국어정보대학교)와 호치민인문사회과학대는 부속어학원까지 운영하면서 한국어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치민 시내에는 정원 200명을 훌쩍 넘는 한국어학과들이 다수 있고 대한민국 문광부 소속의 세종학당은 베트남에 중국 다음으로 많은 15개소의 세종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 소속의 호치민시 한국어교육원도 공간이 부족하여 지원자들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어 학습자의 수는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호치민외국어대학교는 작년보다 1.5배 더 늘어난 정원을 한국어과에 배정할 예정이고 반랑대학교도 작년보다 2배 늘어난 신입생을 모집예정이다.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어학과 정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현지기업들 가운데도 자사 직원들에게 한국어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늘었다.

이렇게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모여드는 것은 K-POP을 필두로 한 한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학과 학생들이 졸업을 한 후에는 현지진출 한국계 기업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취직을 위해서라거나 유학, 결혼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한국어과를 선택했다고 말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왜 한국어과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거의가 “그냥 한국어가 좋아서”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다.

또 한 가지 이유로는 여기에 더하여 한국과 한국의 문화를 널리 홍보하고자 하는 주베트남 한국기관, 단체들의 문화행사, 홍보활동 등이 한 몫을 하고 있고 최근에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선수단을 이끈 박항서의 인기도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소식은 현지에 상주하는 한국인들보다 호치민의 현지 젊은이들이 훨씬 빠르다.

현지의 젊은이들은 방탄소년단과 한국 아이돌그룹의 이름들을 줄줄 꿰고 다닌다. ‘응답하라 1988’과 ‘러닝맨’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한국어를 독학했다는 한 고등학생은 90%까지 한국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고 했다.

베트남의 연예인들 가운데는 언뜻 한국인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 ‘장미’나 ‘민지" 같은 닉네임을 쓰는 가수도 있다. 베트남 현지 드라마의 대사 중에는 미인이나 미녀를 지칭할 때 꼭 “한국 드라마의 탤런트 같이 생긴 사람”이라고 사족을 다는 경우도 있다.

한때 한베국제결혼이 한 해에 6000쌍을 초과 기록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이런 결혼이민자들에게도 기초 한국어가 필수적인 요건이 되면서 결혼이민자들의 수도 한국어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호치민 외국어대 1학년 학생들

그러나 공교육에서는 이렇듯 호황을 누리는 한국어가 사교육 시장으로 가면 명암이 엇갈린다. 호치민에서 비교적 유명한 가나다 어학당이나 한사랑 학원 등 몇 곳을 제외하고 한국어학원으로 성업 중인 곳은 많지 않다. 오히려 몇 개월씩 적자로 버티고 있는 곳이 흔하다. 학생들은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보다 큰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익을 바라보기 힘든 학원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어학원은 실용적인 면을 중요하게 보는 회사원들이나 대학에 입학하기 전인 중고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하노이 쪽에서는 한국으로 유학을 가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유학원의 광고가 먹히면서 한국유학의 대부분이 하노이 쪽에 집중돼 있다.

이렇게 한국어 교육이 현지 저변에 확대되면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나 한국문화의 홍보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가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나 범죄행각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학의 교육도 실제 교육현장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등을 4년 동안 배우는 직업교육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의 한국어교육이 수준 높은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줌으로써 학습 의욕을 고취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 (한신잠실코아)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