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사할린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
[참관기] 사할린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
  • 유즈노사할린스크=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2.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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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유럽지역회의 주최··· 사할린 동포들도 참여

사할린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올 무렵, 창밖은 새하얀 얼음 세상이었다. 눈 덮인 대지는 물론, 바다도 꽁꽁 얼어붙어, 마치 흰색 도화지를 펼쳐놓은 것 같았다.

인천에서 유즈노사할린스크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이 걸렸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박종범 민주평통 유럽부의장 등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 온 해외자문위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에서 46명이 출발하고,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브스크 지역의 해외자문위원들은 사할린에서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의원과 이상민 의원도 참여해 3박4일간의 일정을 꼬박 함께 했다.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공연팀들은 이튿날 사할린에 도착해 합류했다.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에 내리자 이경종 평통 블라디보스톡협의회장과 박순옥 사할린한인협회 회장이 일행을 맞았다. 입국 수속은 한꺼번에 몰린 손님으로 더디게 진행됐다. 서울에서 준비한 300개의 행사용 태극기는 수가 많아서였는지, 통관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이 2월20일 유즈노사할린스크시에 있는 악짜브리극장에서 열렸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이 2월20일 유즈노사할린스크시에 있는 악짜브리극장에서 열렸다.

민주평통 유럽지역회의는 2월18일부터 21일까지 사할린을 방문해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도착일인 18일에는 박종범 유럽부의장 초청으로 만찬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사할린 한인사회 대표들도 참여했다.

사할린에는 3만여명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당한 한인들의 후손들이다. 위키백과는 ‘사할린 한인’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시 상황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하여 이들을 탄광, 군수공장 등에서 혹사시켰다. 일제는 전쟁으로 노동력이 부족하자 1939년부터 모집의 형태로, 1942년부터는 관 알선 방식으로, 1944년부터는 강제징용으로 조선인들을 끌고 갔다. 이중징용(二重徵用)이란 강제동원이 이루어진 것도 이 때였다. 사할린에서의 해상 연료운반이 어렵게 되자 일본 본토 내의 석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사할린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1만여 명을 다시 본토로 끌고 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할린 이산가족이 생겼다. 1944년 8~9월에 걸쳐 이중징용된 3200여명의 조선인들의 생사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종범 민주평통 유럽부의장 주최 환영만찬.

일본이 패망한 후 사할린의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송환됐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예외였다.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은 방치됐다. 조국인 한국도 광복 이후의 혼란 속에서 이들을 데려올 여력이 없었다. 6.25전쟁 이후 냉전시대에는 소련의 무관심속에 사할린 한인들은 무국적자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1960년을 전후해 북한이 북송을 시도했으나, 남한 지역 출신이 대부분인 사할린 한인들은 북한으로 가는 것을 거부했다. 이들과 그 후손들이 지금의 사할린 한인이다.

방문 이튿날인 19일에는 민주평통 유럽지역회의 운영위원회와 사할린동포간담회, 통일강연회가 사할린한인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동포간담회에서는 사할린한인협회 김홍지 고문과 사할린한인이산가족협회 이수진 명예회장이 나와, 사할린 한인사회의 현안과 과제에 대해 소개하고, 질의에 응답했다.

사할린한인문화회관에서 열린 통일강연회.
사할린한인문화회관에서 열린 통일강연회.

통일강연회에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강사로 연단에 올랐다. 이종걸 의원은 ‘한반도 평화와 재외동포의 역할’을 주제로, 100년 전에 나온 무오독립선언 등 독립선언 참여자들을 소개했다. 김진향 이사장은 ‘한반도 냉전시대의 종언과 평화시대의 개막’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은 이경종 블라디보스톡협의회장 초청 만찬이 열렸다.

셋째날인 20일은 역사문화관 및 시내 탐방과 함께 평화통일 페스티벌 공연이 이뤄졌다. 일행은 먼저 사할린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이어 러시아전쟁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

러일전쟁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소개한 러시아전쟁역사박물관은 유물 전시 없이, 대형 스크린과 동영상으로 벽면을 장식한 것이 특징이었다. 연대기 순으로 연결된 전시관은 모든 설명이 키릴문자로 되어 있어,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아쉬운 점이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

3박4일 행사의 클라이막스인 ‘3.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은 이날 오후 6시 반 유즈노사할린스크시의 악짜브리극장에서 열렸다. 기념식과 공연으로 이뤄진 이 페스티벌에는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자문위원과 운영위원, 사할린 한인들과 부두하노프 사할린주 경제부 부장관, 이종걸·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우철 완도군수, 곽기동 유즈노사할린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부총영사, 박순옥 사할린주한인협회 회장 등 500명이 참여했다.

박종범 부의장은 개회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한인들의 피와 땀, 흔적이 공존하는 사할린에서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갖게 돼 뜻깊다"며 "통일된 고국에 돌아가겠다는 꿈을 잃지 않았던 사할린 1세대의 뜻을 기리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고 밝혔다.

기념식은 박 부의장과 이 의원, 신 군수, 이수진 사할린이산가족협회 전 회장과 유럽지역회의 자문위원 등 33명이 돌아가며 3·1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33명의 선창으로 참여자들은 '대한 독립 만세'를 목청껏 외쳤다.

박종범 민주평통 유럽부의장.
박종범 민주평통 유럽부의장.

이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나의 땅' 뮤직비디오 영상이 소개됐다.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홍보대사인 래퍼 비와이가 작사, 작곡한 뮤직비디오였다.

무대공연은 한국무용가 박경랑, 최은숙의 ‘독립군 영령을 위한 진혼무’, 김시영, 장희영, 박민주, 김나연의 피아노 4중주, 소프라노 김경란과 테너 지명훈의 ‘아리아리랑’으로 이어지며 진행됐다. 러시아 민속무용과 비보이 공연에 이어, 피날레로 한인합창단과 참가자 전원이 ‘3,1절 노래’와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불렀다. 객석까지 모두 일어서서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공연 후에는 자리를 옮겨 박선옥 사할린한인협회 회장 초청 만찬이 이뤄졌다.

이종걸(왼쪽),  이상민 국회의원
이종걸(왼쪽), 이상민 국회의원

마지막 날은 코르사코프항을 방문하고 귀국길에 오르는 일정이었다. 일행은 아침 9시 반 두 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코르사코프항으로 갔다. 코르사코프항까지는 버스로 30분가량 걸렸다. 코르사코프항은 광복후 사할린 각지에서 모여든 한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는 배를 기약없이 기다렸던 항구다.

당시 그들이 목을 빼고 귀국선을 기다렸던 곳에는 지금 망향의 탑이 서 있다. 그들은 기다리고 기다렸으나 모국행 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코르사코프항이 내려다보이는 망향의 탑에 내려, 단체 묵념을 하고는 기념촬영을 했다. 얼어붙은 바다에는 몇 척의 배가 얼음 속에 떠 있었다. 당시 그런 배 한두 척만 있었다면, 사할린 한인들의 오랜 이산의 아픔도 생겨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나누면서, 우리 일행은 3박4일의 사할린 통일페스티벌 여행을 마감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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