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소중한 내 다리
[이영승의 붓을 따라] 소중한 내 다리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19.02.2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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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 부쩍 재미를 들였다. 10년 이상 조깅을 하다가 걷기로 전환한지 5년이 넘었다. 체중관리가 주목적이지만 걷는 동안만은 모든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 하루에 걷는 양은 만보이상이 목표이다. 대략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다리에 이상이 생기는 듯하다. 오른쪽 다리가 조금씩 저리고 통증이 감지된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운동량을 줄여보지만 회복이 되지 않는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보아도 차도가 없다. 그토록 쾌감을 느끼며 열정을 쏟던 일상인데 그 행복을 빼앗아 갈까봐 걱정이다. MRI를 찍어보니 다행히 디스크는 아니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다리는 주인을 잘못만나 70년 가까이 몹시도 고생한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운동회 때마다 청백계주 선수로 뽑혀 고생시켰다. 중학교 때는 도민체전에 안동시 중등부 대표로 선발되어 몇 개월간 혹사했다. 직장에서도 체육대회 때만 되면 마라톤, 축구 등 대표 선수로 발탁되어 많이도 부려먹었다. 한 때는 등산에 미쳐 각종 산악회에 가입 전국을 돌아다녔다. 내 다리는 전천후 인줄로 착각했다. 그러다 보니 넘어지고 겹질리고, 타박상이다 골절이다 많이도 병원을 드나들었다. 한번은 테니스를 하다가 인대가 끊어져 3주 동안 목발을 짚은 적도 있다. 그때마다 빨리 낫기만을 독촉할 뿐 다리의 소중함은 전혀 알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다.

몸의 어느 한 부위도 중요치 않은 곳은 없겠지만 신체 부위 중 다리의 중요도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 보았다. 머리, 이목구비, 오장육부 등과는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기능이 유사한 팔과 비교해보았다. 당연히 팔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하니 그렇지 않았다. 팔은 한쪽이 불편해도 다른 쪽으로 웬만큼 대신할 수 있다. 불편하지만 돌아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다리는 그럴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리는 팔에 비해 다리를 홀대하고 있다. 먼저 호칭부터 차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팔다리라고 하지 다리팔이라고 하지 않는다. 다리의 입장에서는 꽤나 속이 상할 법하다. 누구나 손톱은 정성들여 깎아주고 다듬고 화장도 시키지만 발톱은 남이 잘 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대충 관리한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손은 자주 씻어주고 로션도 발라주면서 발은 그냥 방치한다. 또한 장갑은 비싸고 예쁜 것을 많이도 만들면서 양말은 상대적으로 싸구려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릴 적 벌줄 때도 회초리는 주로 다리에 가한다.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한 죄 밖에 없는데 이 얼마나 불공정한 대우인가? 우리가 그렇게 대해서인지 그 못된 무좀도 죄 없는 발에만 생겨 고통을 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발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지독한 약만 발라댄다.

신체부위 중에서 내용연수에 가장 취약한 것이 무릎 관절인 것 같다. 장수시대에 접어들면서 너도 나도 인공관절 수술을 하느라고 야단이다. 진작 다리의 소중함을 알았더라면 아껴 쓰고 잘 관리하여 그런 수술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육과 홍보를 소홀히 한 보건당국과 의학계의 책임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다리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다. 앞으로는 팔과 다리를 차등 없이 아끼고 사랑하리라. 아, 소중한 내 다리! 오래, 오래 잘 버티어주기만을 애원할 따름이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수필문학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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