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대통령 3.1절 경축사의 ‘조선인’ 논란...당시는 ‘대한인’ 아닌가?
[이종환칼럼] 대통령 3.1절 경축사의 ‘조선인’ 논란...당시는 ‘대한인’ 아닌가?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19.03.02 13: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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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조선인’ 호칭은 멸칭(?)이자 식민유산...대한제국 망하면서 민국 건국해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1919년) 3월1일부터 두달동안 남북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 220개 시군중 211개 시군에서 만세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만세의 함성은 5월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당시 한반도 인구의 10%나 되는 202만여명이 만세시위에 참여했습니다. 7,500명의 조선인이 살해됐고, 16,000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가 홍콩 한국국제학교 대강당에 울려퍼졌다. 김원진 홍콩총영사가 대독한 기념사였다.

홍콩 한인사회는 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홍콩한국국제학교(KIS) 강당에서 열었다. 학생들에게 3.1운동의 의미도 되새겨주고, 행사 참여도 고취시키자는 취지였다. 이 행사에는 학생과 교민 400명이 참여했다.

홍콩은 올해 한인회 창립 70년을 맞았다. 3월1일이 정확히 7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마침 3.1운동 100주년 행사도 크게 개최해서, 홍콩을 찾았던 것이다.

홍콩에서 대통령 기념사를 들으면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1919년 기미년 3월1일, 당시 학생으로 탑골공원 시위에 참여했던 천도교 지도자 박래원 선생이 쓴 참가 수기, ‘내가 겪은 기미년 3.1’을 본지에 전재기사로 올려놓기도 해서, 그 글과 대통령 기념사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겹쳐지기도 했다.

전국 220개 시군 가운데 3.1만세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9개 지역은 어디일까? 왜 참여하지 못했을까? 시위 참여자와 사망자, 부상자 집계는 누가 어떻게 했을까? 그러다가, 기념사 중의 ‘조선인’이라는 용어에 마음이 쓰였다.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린 듯했다.

기념사에는 위에서처럼 “7,500명의 조선인이 살해됐다”는 내용에 이어 다시 “대조적으로, 조선인 공격으로 사망한 일본 민간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라고도 하면서 ‘조선인’이라는 말을 다시 언급했다.

사실 최남선 선생이 초안을 잡은 ‘3.1독립선언문’은 맨처음에 ‘우리는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고 해서, 당시 국내에서는 스스로를 ‘조선인’으로 부르고, 나라 이름도 ‘조선’으로 불렀다. 대통령 기념사도 이를 따라 ‘조선인’이라고 언급했지 않나 싶다.

문대통령이 3.1운동 10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문대통령이 3.1운동 10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하지만 이 용어를 들으면서 오래 전에 오공태 당시 재일민단 중앙단장이 기자한테 던진 질문을 떠올렸다. 그는 “일제 강점기의 우리 선조들을 조선인으로 불러야 하느냐, 아니면 한인으로 부르는 게 맞느냐”고 질문했다. 조선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후 국권을 잃었으니, 조선인이 아니라 한인이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재일동포들은 ‘조선인’ 호칭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공태 전 단장의 얘기는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도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조선에서 대한제국이 되고, 다시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 상해 임시정부도 대한제국이 없어지면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자고 해서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도 이를 이어받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3.1독립선언문에 앞서 만주 길림에서 발표된 무오독립선언에 일찌감치 나와 있다. 이 선언은 국호를 ‘조선’이 아니라 ‘대한’이라는 쓰고 있다. “우리 대한 동족남매와 온 세계 우방 동포여, 우리 대한은 완전한 자주독립과 우리들의 평등복리를 우리 자손 여민에게 대대로 전하기 위해 대한 민주의 자립을 선포하노라....”

이처럼 ‘대한 민주’라고 해서 독립된 나라의 방향을 일찌감치 밝혔다. 국내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민족대표 39인이 선언자로 참여한 이 무오독립선언은, 2.8독립선언, 3.1운동을 거쳐 그해 4월11일 상해에서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귀결된다.

무오독립선언에는 ‘조선’은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대한’으로 나온다. 대한은 동족남매이고, 전 세계가 동포로 나온다. 지금으로 봐도 신선하고, 진취적이다.

이에 앞서 이등박문을 척살한 안중근 의사도 스스로를 '대한국인'으로 불렀다. 19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안창호 선생 등이 만든 최초의 한인단체 이름도 '대한인 국민회'다. 미주 최초의 한인회로 불리는 자랑스런 단체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일제는 우리 선조들을 '대한인'이 아니라, ‘조선인’으로 불렀다. 그속에는 나름의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일본인을 ‘왜X’이라고 할 때와 같은 이치다.

대통령 기념사는 단어나 용어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속에 역사의식이 있고, 철학이 들어 있다. ‘빨갱이’라는 용어를 두고 적절했느냐는 논란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인’도 마찬가지다. 3.1 만세시위에 나선 우리 선인들은 ‘조선인’ 아닌 '대한인' 아닐까? 홍콩에서 대통령 기념사를 들으면서 든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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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일 2019-03-14 09:47:47
좋은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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