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외통부는 이삿짐 잘 싸야 한다
[시론]외통부는 이삿짐 잘 싸야 한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05.0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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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의 교훈..'상아' 있으면 안돼

 
오월(吳越)간에 와신상담(臥薪嘗膽) 고사가 만들어지던 때이다. 오나라는 지금의 강소성 소주, 월나라는 절강성 항주에 수도를 두고 있었다.

부차가 오나라의 왕이 되었다. 부차는 아버지 합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월나라를 침공해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월나라가 묘안을 짜냈다. 오나라 재상인 백비를 뇌물로 매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오나라의 명신 오자서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차는 백비의 말을 따라 월나라와 화친했다.

이어 월나라의 복수전이 준비된다. 월왕 구천은 월나라로 돌아가 오나라에 복수하기 위해 철저히 위장하고 전쟁에 대비하면서 부차와 백비를 안심시켰다. 반면 오나라는 승리에 도취돼 있었다. 내부는 분열됐다. 백비는 오자서를 제거하기 위해 반역을 꾀했다고 모함했다. 백비의 말을 믿은 부차는 오자서에게 검을 내려 자결할 것을 강요했다.

오자서가 죽자 월나라가 오나라를 쳐들어왔다. 오왕 부차는 오자서의 말을 믿지 않고 백비의 말을 들은 것을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부차는 "내가 죽은 뒤 저승에서 무슨 면목으로 오자서를 보겠는가. 비단 세겹으로 내 죽은 얼굴을 가려달라" 는 유언을 남기고 자결했다.

얼마전 실명까지 밝힌 어느 신문 사설을 읽으면서 문득 이 고사를 떠올렸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박모 전대사의 이사짐속에서 상아 16개가 발견된 것을 꾸짖은 사설이었다. 박 전대사는 원형 상아 6개, 조각된 상아 10개를 가져오다 세관에 적발됐다.

상아는 수출입 금지품목이다. 코끼리 보호를 위해서다. 선물로 받았다고 해도 문제다. 공직자 윤리법에는 10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신고하도록 돼있다. 그는 신고도 안한 것이다. 나아가 관세청에 신고도 안해 밀수혐의로 고발당했다. 어떤 변명을 대더라도 궁색할 수밖에 없다.

사설은 이런 것들을 꾸짖었다. 하지만 한가지 덧붙였으면 하는 게 있었다. 상아를 받으면서 외교는 제대로 했을까 하는 점을 꾸짖지 않은 것이다. 상아 같은 고가품들을 어떻게 해서 수집했을까? 본인은 집으로 가져온 선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 그냥 받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을 대신해서 ‘국익’을 위한 외교를 하라고 대사로 보냈는데, 자기 이삿짐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아를 넙쭉 잘 챙기는 대사를 상대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통큰 관료로 봤을까? 오나라 백비처럼 보지는 않았을까. 오자서를 죽이고, 나라를 망하게 한 백비의 결말은 슬픈 코미디다.

사기 오자서 열전은 밝힌다. 월왕 구천이 투항해온 백비에게 말한다. “당신 주군은 부차이니 그의 곁으로 가시요” 이렇게 해서 결국 죽임을 당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뇌물 받아 나라를 망하게한 대표 간신으로 수천년 인구에 회자되는 추문 뿐이다.

외교통상부는 정말 박 전대사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외교부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대통령이 금감원을 찾아가듯 외교부를 찾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제발 이삿짐을 잘 싸고, 절대 ‘상아’는 들고 들어오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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