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세봉 월드옥타 시우다드엘에스테지회장 편저
이민사회에는 이민을 떠나 목적지에 도착하는 날, 비행장에 마중 나온 사람의 업종에 따라 첫 생업이 결정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월급쟁이 취직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기에, 거의 몸으로 때우는 자영업인 장사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1977년 부모님을 따라 파라과이로 이민을 간 명세봉 월드옥타(World-OKTA) 파라과이 시우다드델에스테지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열일곱 나이에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옷을 파는 ‘벤데’ 행상을 시작으로 많은 일을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파라과이로 이민 와 테라노바를 설립해 K-뷰티 물결을 선도하고 이제는 현지 사회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명세봉 지회장의 에세이 『파라과이 랩소디』(예미, 260p)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2009년 출간된 에세이집 『내 인생 파라과이』의 전면 개정판이다. 지구 정반대편, 머나먼 파라과이에서의 애환, 그리고 그 속에서 깨우친 인생에 대한 지혜가 담겨있다.
명세봉 저자는 파라과이 유일의 미용제품 전문 쇼핑센터인 ‘테라노바’를 설립해 화장품과 액세서리, 샴푸, 비누, 세제, 주방용품 등 500여 개 품목을 취급하면서 연간 700여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된 이민 생활이었지만, 지금은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파라과이 컨트리클럽 단지 안에 지은 하얀색 이층집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빠삐용의 드가와 비유한다. 빠삐용이 탈출 불가능한 ‘악마의 섬’에서 자유를 찾아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할 때 드가는 돼지를 키우고 채소도 심으면서 척박한 섬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바꿔나갔다. 주어진 현실과 타협하고 적응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이 책은 ‘이민의 지혜, 체념의 미학’, ‘힘겨운 선택, 이민’, ‘이민사회의 자식 걱정’, ‘이민의 끝은 어디인가’, ‘이민자와 언어’, ‘이민자화 신토불이’ 등 파라과이 이민과 관련된 50여개의 칼럼을 묶은 책이다. 박상주 지구촌 순례기자는 추천사를 통해 “『파라과이 랩소디』는 동화 속 주인공보다 더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명 사장의 자전적 에세이”이라고 말했다. 하용화 월드옥타 회장은 “지구촌 한 가족으로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