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67] 선교사 제임스 S. 게일
[아! 대한민국-167] 선교사 제임스 S. 게일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9.04.2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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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제임스 게일(1863~1937) 캐나다 선교사는 그가 25살 되던 해인 1888년에 조선에 왔다. 조선과 미국이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지 6년이 되는 해였다. 그는 캐나다의 토론토대학 YMCA의 지원을 받아 조선에 와서 1889년부터는 언더우드 선교사와 함께 북장로교 선교부에서 1927년까지 39년 동안 사역했다. 그는 특히 어학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지, 『천로역정』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한영(韓英)사전을 편찬했다. 한성YMCA 창설을 주도하고 종로에 안동교회를 설립했다.

그는 서울에만 머무르지 않고 틈만 나면 이 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부산, 제물포, 대구, 원산, 개성, 해주, 평양, 의주 등 한반도는 물론 라오양, 선양, 통화 등 만주 지역에까지 그의 발길은 이어졌다. 그는 조선에 입국한지 10년만인 1898년 미국에서 『코리안스케치』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그가 몸으로 겪은 10년간의 조선, 조선인에 대한 기록이다.

글을 마무리한 시점은 1896년 봄에서 1897년 가을 이전의 어느 시기로 추정된다. 책에는 1896년 2월11일,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에 관한 기록은 있지만, 1897년 10월 12일, 대한제국을 선포한 기록은 없다.

그의 글은 조선, 조선인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있다. “외국인이 조선 땅에 들어온 지 10년이 더 되었지만,그 10년 동안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도 이 땅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극진한 예로써 대접을 받았을 뿐, 유럽인이든 미국인이든 그 누구도 해를 입거나 협박당한 경우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어진 품성을 지니고 있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이렇게 낙후된 문명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찌 이토록 현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상놈(평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게일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엄청난 부담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지만 상놈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다. 도시의 성문과 골목 구석구석을 빛내는 보석이다.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면서 자신의 여행 길잡이였던 까만 얼굴의 왜소한 상놈이 “자신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너고, 자신의 안위는 팽개친 채 눈과 빗속에서도 굳게 버텨주는 것을 보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던 것일까, 돈 몇 푼 때문에 그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이것이 우정과 명예의 문제였던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동해안 여행 때,돈이 떨어져 100달러를 보내라고 서울에 전보를 쳤다. 사흘 후 어느 ‘상놈’이 찾아와 종이로 둘둘 감싼 100달러를 내밀었다. 서울에서 300km 떨어진 곳이었다. 하루 100km씩 달려온 것이다. 심부름 값은 1달러도 안 되는 돈이었다. 100달러면 몇 년은 먹고살 수 있는 큰 돈이었다. 왜 그는 도망가 버리지도, 강도를 당했다고 얘기하지도 않은 걸까, 게일은 그가 신의를 알고 덕을 행하는 진정한 남자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양반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생활 속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직접 하는 것이 없다보니 손은 비단 같았고, 손톱은 길게 자라 있었다. 또 항상 앉아만 있어서 그 뼈는 완전히 무너져 내린 듯했고, 중년이 되기도 전에 연체동물 같은 상태가 되었다”면서 “그들은 실체가 아닌 겉치레가 삶의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고종을 알현했을 때 모습도 적고 있다.

게일은“이제 확실히 조선은 일본인 손아귀 안으로 들어갔다”고 진단하면서도 “다음 시대가 밝아오면 이 땅의 사람들이 품고 있는, 눈길을 뗄 수 없이 아름다운 덕의 모범을 다른 사람들도 확실히 알아볼 것이다”라고 조선 백성에게서 그 희망을 보았다.

제임스 게일(James S. Gale)의 <코리안 스케치(Korean Sketches)> (Fleming H. Revell Company, 1898)에 수록된 정동 일대의 전경이다.

James S. Gale[사진=서강대학교]
James S. Gale[사진=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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