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독일마을’에 이어 ‘중국마을(?)’… ‘중국 아재’들의 남해 답사기
[탐방] ‘독일마을’에 이어 ‘중국마을(?)’… ‘중국 아재’들의 남해 답사기
  • 박제영 전 중국한국인회 부회장
  • 승인 2019.04.22 08: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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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한국인회 운영위원들이 찾아…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격전지

중국한국인회 8,9대 운영위원을 역임했던 임원단 일행이 4월19일 오후 남해대교 입구의 노량해역에 모였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격전지였던 곳이다.

일행은 먼저 배를 타고 노량해역에 나가 묵념을 올렸다. 1598년 11월 장엄하게 전사한 이순신장군과 조선의 수군들의 이틀간의 전투 장면을 상상하면서였다. 노량바다는 남해도와 하동, 그리고 대도섬으로 에워싸여 있다. 그날의 조선 수군은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죽을 때까지 싸웠다. 바다에서는 그날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고향에는 죽마고우가 있고 추억이 있다, 이숙순 회장의 ‘국민학교’와 중고교 동창 그리고 대학친구들도 만찬에 합류했다. 고향의 구수함와 인연의 연륜이 느껴지는 흥겨운 자리였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도다리 탕으로 아침을 들고는 셔틀 버스를 타고 관음포로 향했다. 관음포에는 이충무공 순국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거기서 대형 도자기벽화도 구경하고는 남해도 특산품인 마늘을 연구하는 마늘연구소를 지났다. 이어 705m의 금산을 등정하며 남해 투어가 본격화됐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드렸다는 바위와 보리암이 자리 잡은 명산. 태조 이성계는 무슨 소원을 간절히 빌고 갔을까?

이어 버스가 멈춰선 곳은 이국적인 마을이었다. 입구에 ‘미국마을’이라고 크게 새긴 안내 기둥이 눈에 띄었다. 바로 아래에는 폐장이 된 해수욕장이 있었다. 태풍으로부터 어선을 보호하고자 인공방파제와 선착장을 건설했으나 모래가 파도에 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인파가 몰렸던 해수욕장은 결국 폐장이 됐다.

그로 인해서 수입원을 잃게 된 상인들이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안내를 담당했던 이상국씨가 담담히 소개했다. 수십만년을 거쳐 자연이 만들어낸 환경이 검증 없이 급조된 인공건설물로 인해 어떻게 폐허가 되는가를 들을 수 있었다. 적막감이 흐르는 미국마을 뒤로한 채 버스는 가천다랭이마을에 이르렀다.

배우 박원숙씨 집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오르자, 맨손으로 45도 각도의 비탈진 언덕을 일구어낸 과거 농어민의 고달픈 삶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남해가 자랑하는 상주은모래비치 해수역장을 지나 남해 최남단항구인 미조항으로 들어섰다. 국도 3번과 19번의 시발점이기도 하며 멸치의 집산지로 유명한 미조항은 좁은 포구에 18개의 다방이 들어서 있다고 한다. 단위면작당 다방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소개도 나왔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있다는 내용의 또 다른 단면이다.

‘금강산도식후경’. 꽉 메운 식당안의 손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들어선 금호식당에서 죽방렴 멸치찌개를 시켰다. 남해 특산인 죽방렴 멸치찌개는 색다른 맛이었다.

이어서 들른 곳은 독일마을이었다. 그동안 여러 번 이야기로만 들었던 이곳을 드디어 육안으로 볼기회가 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휴일에는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어 차량 통행이 제한을 받는다고 운전기사님이 소개했다.

토요일인 오늘은 다행이 차량제한까지는 아니었다. 젊음을 불살라 고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노후에 귀국하여 생활할 터전으로 개발한 곳이다. 처음 30호의 주민이 입주해서 살았던 마을이 지금은 주변으로 커지고 있다고 한다. 입구 한 켠에 최초 입주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명단을 새긴 안내석이 눈에 띈다.

독일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대화는 자연스레 우리의 얘기로 돌아갔다. 독일마을처럼 중국마을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 입지 선정, 콘텐츠, 시장 수요와 잠재고객 파악, 홍보전략, 스토리 마케팅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가며 자연스레 총괄, 기획 홍보, 설계기획, 영업, 총무까지 즉석에서 정했다. 남해 답사 목적의 하나였던 주제는 이렇게 간단히 정리되었다.

남해 지족해협을 연결하는 창선교에서 죽방렴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제는 문화보호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죽방렴은 해협의 빠른 물흐름을 이용하여 참나무 기둥을 촘촘히 세워 멸치를 잡는 구조물이다.

남해의 특산물은 마늘 시금치 고사리다. 3번째인 고사리는 남해도의 동대만을 끼고 있는 동쪽 산등성이가 주된 재배지다. 산등성이의 청산 고사리 밭은 온통 짙은 고동색이었다.

동대만을 끼고 달린 버스는 창선 삼천포대교를 건너자 유턴을 해서 대교에 진입했다. 바다와 섬 그리고 다리가 함께 어우러진 경관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삼천포와 남해도 창선면을 잇는 공중 케이블카 관광객들과 서로 손을 흔들며 다리를 건넌 버스는 강진만을 끼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강진만은 상대적으로 물 흐름이 느려서 수심이 얕고 갯벌이 발달한 지형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서행하며 남해 대교 쪽으로 이동할 때 해안도로에 일렬로 끝없이 늘어선 차량들을 만났다.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들이었다. 이들의 입장료는 마을 공동의 수입으로 잡힌다고 한다. 조개가 많으면 채취 체험자들이 몰린다. 안내자의 소개에 따르면 어떤 마을의 이장은 월 급여가 6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축복받은 마을이다.

남해도는 우리나라 다섯 번째 면적의 섬. 하지만 해안선은 가장 길다. 마치 호두를 자른 단면도 같기도 하고 몸통 없는 나비 모양 같기도 하다. 사시사철 볼거리가 있고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필자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당 사장님의 요청에 따라 식당 기둥에 한 줄의 글귀를 남겼다. ‘生意兴隆即国家贡献’. 장사를 잘하는 것이 곧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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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영 2019-04-30 18:00:25
중국마을은 넓은 중국땅에 만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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