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욱일기(旭日旗)를 보는 한중(韓中)간 온도차··· 과거를 보는 눈이 달라서일까?
[이종환칼럼] 욱일기(旭日旗)를 보는 한중(韓中)간 온도차··· 과거를 보는 눈이 달라서일까?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 승인 2019.04.25 15: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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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함식에는 욱일기 불허··· 중국 국가주석은 욱일기 전함 사열
인민망(www.people.com.cn) 캡쳐
인민망(www.people.com.cn) 캡쳐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다시 세워졌다는 뉴스와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함정의 관함식을 가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중국은 4월23일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중일전쟁이 벌어졌던 산둥성 칭다오 해역에서 대규모 해상 열병식 및 국제 관함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60개국 대표단과 일본 한국 등 13개국 해외 함정 18척도 참가했다. 일본함정은 관함식을 위해 칭다오항에 와서 정박할 때도 욱일기를 게양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우리 해군이 진행한 제주 관함식에는 일본이 불참했다. 욱일기 게양이 논란이 된 때문이었다. 제주 관함식에는 46개국의 외국 해군 대표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한국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은 1998년 진해와 2008년 부산에 이어 지난해 제주가 세 번째였다.

관함식의 하이라이트인 해상사열에는 미국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호를 비롯해 12개국의 함정 17척, 우리 해군 함정 24척 등 41척의 함정과 항공기 24대가 참여했다. 당초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1척도 해상사열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욱일기 게양 문제로 인해 일본은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자위대 군함에 ‘욱일기’를 달지 말라고 요청하자, 일본은 그러면 참석할 수 없다며 불참한 것이다.

일본의 불참 통보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자위대 수장인 통합막료장은 “자위함기(욱일기)는 우리의 자랑”이라며 “이를 내리고 (관함식에) 갈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는 욱일기 게양까지는 허용하되, 대통령 사열 때는 경례를 받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우리 정부는 결국 ‘욱일기 게양 불허’로 가닥을 잡았다.

이 논란에는 북한도 참여했다. 북한 선전매체는 “민족에 대한 모독과 조롱”이라며 “게양 자제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단호히 불허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한테 ‘욱일기’는 ‘전범기’로 통한다. 나치 독일의 스바스티카 만자기와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일본은 다른 듯하다. 나치 패망후 독일은 스바스티카 만자기의 사용을 금지했다. 지금도 철저히 불허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도 해상자위대의 자위함기로 사용하고 있다.

욱일기에 대한 시각은 한중간에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중국은 우리와는 달리 관함식에 욱일기의 참여를 허용했다. 시진핑 주석은 욱일기 함정 사열도 받았다.

중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에 ‘군자의 복수는 10년을 참아도 늦지 않다’(君子報仇 十年不晩)’는 귀절이 있다. 사마천 ‘사기’의 ‘범저(范雎)채택(蔡澤)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범저는 위나라 사람으로 제나라에 사자 수행원으로 따라갔다. 제나라 양왕은 그가 변설에 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금과 음식을 보냈다. 범저는 정중히 사양하였으나 이것을 우연히 본 제나라 사자는 범저가 제나라와 내통한 것으로 의심했다.

귀국해 범저는 심한 태형을 받고 죽은 체하여 돗자리에 말려 뒷간에 버려진다. 빈객들이 번갈아 오줌을 누며 모욕을 주었으나, 범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범저는 장록이라고 이름을 바꾼 채 지내다가 진나라 소양왕의 사자를 따라 진나라로 들어간다. 거기서 능력을 인정받는 그는 나중에 재상으로 올라 결국 위나라를 쳐서 원수를 갚는다는 내용이다.

원수를 갚는 일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할 때 중국 사람들은 위의 고사를 주로 인용한다. 성급하게 해서는 되려 일을 망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즐겨 사용한 도광양회(韬光养晦)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이다.

이 고사를 떠올린 것은 욱일기에 대한 한중 양국의 온도차 때문이다.과거 일본의 침략과 그에 대한 반감은 중국인들도 우리에 못지 않다. 지금의 중국은 항일투쟁으로 이뤄진 나라이고, 중국 애국가도 일본의 침략에 맞서 일어나 싸우자는 내용으로 돼있다. 그리고 부강하고 일본인들조차 부러워할 격조높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일본에 대한 진정한 복수라는 생각도 한중 양국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은 왜 온도차를 보일까. 과거와 미래를 보는 눈이 서로 달라서일까? 아니면 중국은 와신상담하며 때를 기다리는데 우리는 너무 성급해서일까? 지난 수년간 '한일 외교 실종'에 이어 최근에는 한일 경제계 교류에까지 냉기류가 흐른다는 소식을 접하며 떠오르는 의문이다.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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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2019-05-07 15:46:35
국력을 키워서 정정당당하게 실력에서 일본을 앞서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고 생각하는 중국과 욱일기 위안부 등등 특정 사안들을 가지고 상대나라를 과도하게 헐뜯는 식의 정치행위를 복수라고 생각하는 한국. 두 나라간의 차이인 것이죠. 둘중 어느 나라의 길이 옳은지는 전세계에서 5천만명 빼고는 다 알고 있습니다.

북경지킴이 2019-05-02 14:30:28
아이구 뭔 말씀을요~~~~
君子報仇 十年不晩 이라뇨?
10년이 훨씬 넘은 거의 100년이 다 되가는 원한입니다.
중국은 오로지 눈앞의 실익에만 급급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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