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인 뉴욕 터보홀딩스 회장 “2세들에게 꿈과 도전정신 심어야”
정영인 뉴욕 터보홀딩스 회장 “2세들에게 꿈과 도전정신 심어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4.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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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도미해 섬유비즈니스로 성공… “과거 얽매이지 많고 미래보고 뛰어야”

정영인 뉴욕 터보홀딩스 회장과의 얘기는 올초 그가 아프리카를 다녀온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다. 지인 부부 4쌍이 팀을 이뤄서 17일 동안 케냐 탄자니아 짐바브웨 남아공 등 8개국을 돌았던 여행이었다.

그는 본지가 선정해 시상하는 월드코리안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 해를 빛낸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당초 그는 2월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이 여행 말미에 피로가 쌓여 결국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 연유가 있어서, 4월23일부터 26일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에 참석한 후 본지와 따로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4월27일 여의도 켄싱턴호텔 인근 식당에서 시작된 대화는 아프리카여행에 이어 본지가 준비 중인 가칭 ‘월드코리안TV’에 대한 내용으로도 이어졌다.

월드코리안TV가 국내청년들의 해외 취업과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주된 내용으로 할 예정이라고 소개하자, 정 회장이 서슴없이 자신의 경험과 느낌들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그는 취업 문제는 청년들의 꿈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꿈을 가져야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는 얘기다.

“유태인들은 젊은이들을 해외에 내보낼 때 다이아몬드 가공법을 가르쳐서 내보냈어요. 현지에 적응해서 다른 일을 찾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서 내보냅니다.”

유태인들과 달리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채 막 내보내는 것 같다는 게 정 회장의 진단이었다.

“한국 부모들이 아이들을 너무 곱게 키운 것 같아요. 일에 대한 의지와 집념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해요. 해외는 한국 국내보다 쉽지 않습니다. 모든 환경이 다 낯설고 어려워요. 기업은 경쟁력이 있는 사람을 찾잖아요. 한국 청년이 현지인에 비해 더욱 경쟁력이 있어야 뽑지 않겠어요.”

정 회장은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아무리 부자라도 방학이면 자녀들이 웨이터를 하던 접시를 닦든 아르바이트를 시킵니다. 이를 통해서 사회를 배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미국에 유학 온 젊은이들은 험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해요. 사회를 배우는 기회를 놓치는 거지요.”

정 회장은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전남 함평출신인 그는 한양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학업을 할 때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파월부대를 자원해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원림산업 무역부에 배치된 그는 미국 지사 파견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파견된 지 불과 1년 반 만에 뉴욕지사는 문을 닫았다. 영업부진으로 지사를 철수시킨 것이다. 그는 고심 끝에 미국에 남아 독립하기로 했다. 의류 소매점을 차려서 승부를 걸었다. 고생길이었다.

“외지에서 손님들이 오면 방을 내주고, 저는 소파에서 잤습니다. 그래서인지 ‘빽’은 없어도, 친구는 많았습니다. 중국 인도 등 각지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게 오늘의 저를 만든 원동력이었어요.”

소매점 수도 늘어나면서, 1983년 터보사를 설립했다. 섬유 및 어패럴 무역과 스포츠의류 유통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지금은 부동산과 금융, 골프장 등도 산하에 둔 뉴욕 한인사회 굴지의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터보홀딩스사다.

정 회장 회사의 브랜드 의류는 지금도 젊은이들한테 대단한 인기다. 일본계 유명 백화점에서 가짜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하는 일이 적발돼 사과를 받는 일 등 에피소드도 많다.

정영인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아들과 막내딸은 스탠퍼드대학을 나왔고, 큰 딸은 유명한 펜실베니아대학 와턴스쿨을 나왔다. 정 회장은 부인이 아이들을 모두 키웠다고 하지만, 자녀를 ‘잘 키운’ 데는 그의 ‘가정교육 철학’이 한몫을 했을 게 분명하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도전 정신을 심어야 합니다. 필사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르쳐야 합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 지방정부에서 청년들에게 보조금을 나눠주는데 대해 비판적이다.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돈을 나눠준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합니다. 공돈 주는 것은 제대로 사람을 만드는 방법이 아닙니다. 도리어 성공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정 회장은 나눔과 봉사에도 앞장서 왔다. 본지가 한때 운영한 단체카톡방에서 해외 불우학생들을 위한 학용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선뜻 기부하고 나선 사람도 정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뉴욕에서 장학회를 운영하며, 매년 수십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뉴욕한인회관에 소녀상을 세우는 일에도 거액을 기부하고 앞장서서 성사시켜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과거를 잊을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일본으로부터 아직 배울 게 많다면서 너무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4차산업 혁명의 빠른 변화를 우리가 따라잡지 못하면, 우리 후세들이 힘들게 될 뿐이라며, 미래를 보라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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