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禪) 흙에 담다’ 전시회에 부쳐
[기고] ‘선(禪) 흙에 담다’ 전시회에 부쳐
  •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
  • 승인 2019.05.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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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6일-12일 봉은사에서 전시… 끝없는 도전의 한 매듭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

2년전 이호영 도예명인의 전시회에 축하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불의 그림’이라는 제하의 전시회였다. 그 후에도 이호영 도예가는 여러 작품전과 굵직한 일들을 했다. 하나는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초청돼 전시회를 가진 일이다.

이호영 작가의 전시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연결되는 관문인 진부역에 있었다. 거기에 그는 도자기와 평면도자기 작품 등 수십 점을 전시했다. 일본의 10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인사도 개막식 참석차 왔다가 이호영 도예가의 전시장을 들러서 작품세계에 빠져드는 등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나중에 들었다.

이태 전에는 남해에도 대형 도자기벽화 작품을 완성했다. 높이 5m짜리 평면도자기 벽화가 무려 200m 길이로 늘어선 대작이다. 가로세로 50cm 짜리 평면 도자기를 4천장 가까이 붙여서 노량해전과 이순신장군의 순국 장면을 담은 사실화 도자기 벽화다.

남해군이 이순신장군이 순국한 관음포 해안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이 도자기 벽화를 세우고는 ‘이순신순국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벽화가 공개된 뒤 몇 달 지나서 이호영 도예가의 안내로 남해일대와 이순신순국공원의 도자기 벽화 작품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해서 이렇게 큰 대작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는지 의아해한 적이 있다.

이호영 도예가는 청자는 물론, 백자 분청 등 달려들어 보지 않은 분야가 없다. 외조부와 선친에 이어 3대째 도예작업을 하고 있는데다, 자신은 유년기부터 가마 옆에서 성장해서 도예가 체질화돼 있다.

평면도자기도 이 같은 상황에서 나왔다. 전통모양의 ‘그릇’ 만들기에 질려서 도자기를 펼치는 평면도자기에 도전했다. 그게 지금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는 독보적인 그만의 ‘전공분야’가 됐다.

흙은 불에 구우면 줄어든다. 16-22%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휘어지고 요철이 생긴다. 마치 오징어를 구우면 비틀어지면서 쪼그라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뒤틀림을 잡는 게 그만이 가진 독보적인 노하우다.

지난달에는 이천 설봉공원에 있는 세라피아에 가서, 이호영 도예가가 전통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날 이천지역에서 우쿨렐레 악기를 연주하는 동호회가 공원에서 발표회를 갖고는 전통가마 불 지피는 곳을 찾아와 흥겨운 저녁을 만들었다. 전통가마의 장작불과 우쿨렐레, 바이올린, 기타가 어울린 음악의 밤을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때 이호영 도예가는 서울 강남 봉은사 전시회에 내놓을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불을 지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 바로 그때 만든 작품들이 선보인다. 또 평창동계올림픽에 출품한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고 한다. 이호영 도예가는 이번 전시회에 ‘선(禪) 흙에 담다’라는 주제를 붙였다. 사찰에서 열리는 전시회 느낌이 물씬 풍기는 주제다.

이호영 도예가의 도전은 끝이 없다. 그는 자신이 만든 별밤유약, 우주유약으로 밤하늘과 우주에 도전하면서, 이번에는 선(禪)의 세계에도 화두를 던졌다. 이번 전시회가 무척 기대된다. 장작불 때는 것을 직접 지켜보기도 했으니 더욱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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