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 홍콩 맥선그룹 대표 “한식세계화는 한식의 현지화를 의미”
김미리 홍콩 맥선그룹 대표 “한식세계화는 한식의 현지화를 의미”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5.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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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패스트푸드 ‘이화원익스프레스’로 대박
킴스스푼, 킴스바울 등 브랜드도 다양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어떻게 리드할 수 있을까?”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우리 음식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을까?”

홍콩에서 우리 식품 제조유통회사 맥선(www.maxearn.com.hk)을 경영하는 김미리 대표는 1996년 창업 이래 이 두개의 화두를 들고 씨름해왔다.

홍콩은 임대료가 비싸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다. 라이프 트렌드도, 입맛도 세계 선두를 달린다. 이 메트로폴리탄 ‘도시정글’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김미리 대표를 만난 것은 김운영 홍콩한인회장의 주선에 의해서였다. 수협중앙회가 개최한 시푸드쇼에 참석하기 위해 김 대표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을 때 그를 만났다.

“한국 수산물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해외 바이어를 초청, 바이어와 셀러를 매칭 시키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부산어묵 회사도 방문했고, 김스낵을 생산하는 회사도 만났습니다. 계란찜용 소스로 새우액젓을 분말로 만든 ‘계란찜 요리사’란 제품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행사 기간 매일 7-8개 업체와 미팅을 했다”면서, 이같이 관심을 끈 제품들을 소개했다.

“부산어묵은 홍콩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요. 홍콩 어묵시장은 일본과 대만이 양분하고 있습니다. 부산어묵은 품질이 일본과 대만 제품의 중간이지만, 가격이 싸지 않아 경쟁력이 없어요. 이 문제를 풀어내는 게 과제입니다.”

그는 수협을 도와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리 대표와의 얘기는 그의 비즈니스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홍콩에서 맥선이라는 종합식품제조유통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계열사로 다양한 한식 프랜차이즈 점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가 홍콩에서 이화원을 경영했습니다. 이것을 보고 자라면서 한식에 익숙해졌어요. 미국에서 학교를 마치고 홍콩에 들어와 어머니를 돕고 있을 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홍콩에서 인기 있던 백화점 ‘시티슈퍼’ 타임스퀘어점에서 제안이 왔어요. 푸드코트를 여는데 이화원이 입점하면 어떻겠느냐고요.”

어머니는 “그 좁은 푸드코트 매장에서 어떻게 한식당을 하느냐”고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한식은 절이고 무치고 삶고 조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방도 일정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게 어머니 세대가 가진 정통 한식당 개념이었다.

하지만 김미리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이 몰리는 백화점이나 지하철역의 푸드코트에 한식이 진출하지 않고, 늘 널찍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는 그때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났다. 어머니가 경영하는 이화원의 도움을 받되, 다른 브랜드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한 것이다. ‘이화원익스프레스’의 탄생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 35세 때였다.

“미국 유학 때 푸드코트를 이용했던 경험이 도움으로 작용했어요. 이화원의 우리 음식을 푸드코트의 패스트푸드로 만들자고 했어요. 덮밥 비빔밥 잡채 등 빠르게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식단으로 꾸몄습니다. 재료를 손질하는 공간은 어머니의 이화원 주방을 이용했습니다.”

이화원익스프레스는 홍콩에서 한국이 패스트푸드로 선보인 신선한 시도였다. 이 때문인지 홍콩언론들이 관심을 갖고 대서특필했고, 아이템은 대박이 났다. 다른 쇼핑몰들에서 입점하라고 러브콜이 쏟아진 것이다. 김미리 대표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도 한몫을 했다.

한류바람이 한풀 수그러들기 전에는 무려 25개 점포까지 늘었으나 지금은 18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김미리 대표의 소개다.

김미리 대표의 실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홍콩의 식문화에 주목했다. 홍콩에서는 우리처럼 반찬 6-7개를 깔아놓고 밥을 먹는데 익숙하지 않다. 반찬을 깔아놓고 먹는 문화가 아닌 것이다. 그는 이 점에 착안해 패스트푸드와 한정식의 중간점을 주목해 한식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을 시도했다. 메인 디시는 주문하고, 반찬은 별도 주문방식으로 운영하는 한식점이었다.

나아가 그는 홍콩 출퇴근 직장인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도 주목했다. 미국식 맥도날드나 일본식 요시노야처럼 주문을 받고나서야 빠르게 조리에 들어가는 방식을 떠나, 랩앤고(wrap & go) 스타일을 시도했다. 더 빠른 패스트푸드를 소비자들이 원한다는 트렌드를 읽은 것이다. 그는 한식 랩앤고 레시피 매장을 열었다.

“김밥과 도시락 같은 메뉴입니다. 주문하면 준비해 놓은 것을 내놓습니다. 늘 3개 정도의 재고를 두고, 재고가 떨어지면 바로 즉석에서 만들어 충당을 합니다. 갈수록 기다리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시도들로 인해 그가 경영하는 브랜드는 늘어났다. 푸드코트형 패스트푸드점인 이화원익스프레스, 캐주얼 다이닝인 킴스스푼, 랩앤고 형태의 킴스바울, 약간은 더 전통적인 코리아하우스(韓國屋) 등이 홍콩 시내 전역으로 퍼져갔다.

“홍콩에서 아침은 샌드위치나 시리얼로 가볍게 듭니다. 우리 김밥을 지하철역에서 아침에 제공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 아침 김밥을 개발했습니다. 아침 단가가 25 홍콩달러(4천원상당)를 넘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현지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 시금치나 당근, 계란 대신 소시지와 단무지를 넣어서 저렴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침 김밥도 히트를 쳤다. 홍콩 사람들 사이에 아침 대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식세계화는 한국의 한식을 가져와서 그대로 선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 잘 먹힐 수 있도록 변형을 해야 합니다. 현지화입니다. 해외에서 한식에 종사하는 우리들이 할 일입니다. 홍콩에 있는 1만2천명의 한국인만을 보고 있어서는 안 되잖아요.”

김미리 대표의 도전은 끝이 없다. 한국의 유자차를 홍콩에 널리 퍼뜨리고, 홍콩디즈니랜드에 한국식 오징어 간식도 입점 시키기도 했다. 홍콩 유명 일본백화점들에 포장형 한식 반찬 제품들도 입점시켰다. 홍콩 공항에도 곧 패스트푸드 한식점이 입점한다. 다양한 한식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로 성공가도를 달려온 그는 최근 또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개념의 패스트푸드로 곧 출시되는데, 그때까지는 ‘비밀’이라고 말한다.

김미리 대표는 15살때인 1975년 홍콩으로 건너갔다. 어머니는 1965년부터 홍콩에서 이화원을 경영했으며, 아버지는 한국 정부의 산림청에서 임정국장까지 지낸 고위공무원이었다.

대학을 마치고 한국 IBM에 입사했다가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그는 학교를 마치고 홍콩으로 돌아와 비즈니스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아들도 그를 도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한식으로 승부를 거는 김미리 대표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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