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황병구 회장 “8월초 한국산 호접난 출하돼요”
플로리다 황병구 회장 “8월초 한국산 호접난 출하돼요”
  • 올랜도=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5.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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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사관 10년 노력의 결실··· ‘한인 가든산업’ 구축 디딤돌

“여기서부터가 한국산 호접난입니다. 4월9일 우리 농장에 도착했어요. 충남 태안의 상미원 농장에서 출하한 것입니다. 부산항을 출발해 마이애미 항까지 오는데 40일이 걸렸습니다. 여기서 4개월간 자라면서 예쁜 꽃을 피워내 8월초 출하됩니다.”

플로리다 올랜도 외곽 ‘코러스오키드’ 농장에서 황병구 회장이 상기된 목소리로 소개를 했다. ‘한-미(korus) 호접난 농장’이란 이름이다.

“한국 농업진흥청은 정말 주도면밀해요. 이번에 호접난 구근을 선적할 때 농진청에서 개발한 7,8종류의 다른 품종 2천개도 함께 보내왔어요. 미국시장의 기호를 테스트하기 위해 여러 호접난 품종을 보내온 것이지요.”

그의 손을 따라가니 ‘러블리엔젤’ ‘만천홍’ 등의 이름표가 보였다. 얼핏 보기에는 모두 비슷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색깔과 모양이 조금씩 다른 꽃을 피운다고 한다.

“40일간의 항해를 거쳐 한국산 호접난이 여기 왔을 때 한국의 수출 농장인 상미원의 박사장과 전주 농진청의 안혜련 연구사도 맞춰서 이곳을 찾았습니다. 한국에서 화분째 수출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농진청에서는 함께 보내온 호접난에 품종별로 태그를 붙여서 크는 과정을 비교하고, 꽃 색깔이 기대대로 선명한지, 시장 인기도는 어떤지를 체크할 준비도 해왔습니다.”

그후 한달 째가 되자 워싱턴DC의 주미한국대사관(대사 조윤제)에서도 농장을 찾아왔다. 권재한 농무관과 김정구 검역관, AT센터 뉴욕지사장, 뉴욕 롯데마켓 대표 등이 5월2일 올랜도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한국산 호접난이 화분째 들어온 것은 주미한국대사관의 노력 덕분입니다. 미 농무부(USDA) 식물검역기관에서 한국의 농장을 현장 방문해 화분째 호접난을 보내올 수 있는 농장들을 선정하기까지는 주미대사관에서 10여년째 공을 들였습니다. 그 결실로 이번에 처음으로 화분째 들어왔습니다.”

권재한 농무관 등은 올랜도에서 호접난과 화훼를 재배하는 15개 한인농가들과 저녁에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올랜도 인근 아포카지역에는 한인 화훼농가가 45가구가 크고 작은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호접난을 키우는 10개 농가 외에도 각종 화훼류나 관엽식물을 재배해 월마트나 홈디포 등에 납품하고 있다. 화훼농가 실정과 향후 한국산 호접난을 재배해 미국 시장에 출하하는 방안 등을 이날 논의한 것이다.

주미대사관에서는 이날 좋은 소식을 황 회장한테 남겼다. 이번에 들여온 한국 호접난이 꽃을 피우면 2천개를 대사관이 구입해서 국경절 행사에 전시하는 한편, 홍보용으로 우리 난을 다른 대사관 등에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간 것이다. 황 회장은 “대사님이 한국산 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 한인농가로서 무엇보다 기쁘고 고맙다”면서 “뉴욕 롯데마켓도 꽃이 출하되면 팔아주겠다며, 납품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농장을 안내하면서 “한국산 호접난 품질이 아주 좋다“면서 “그동안 수입해온 대만산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그냥 입에 발린 말은 아니었다. 미국시장 개척을 위해 출하에서 배편 운송에 이르기까지 무척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이렇게만 지속되면 “우리 호접난이 미국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역설했다.

황 회장이 경영하는 올랜도 농장을 찾은 것은 5월21일이었다. 황 회장은 올랜도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고,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5월초 뉴욕에서 열린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총회에서 기자를 만나 한국산 호접난 2만개가 농장에 입하돼 자라고 있다고 소개를 했다. 거의 20년을 기다려온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이 같은 말에 따라 달라스 미주한인한인회총연합회 총회 및 박균희 회장 취임을 보고는 올랜도로 향했다. 탬파한인회장을 지낸 장익군 민주평통 마이애미협의회장은 탬파에서 동행했고, 멀리 애틀란타에서 최현경 회장과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으로부터 유영걸 전 샬롯한인상공회의소 회장도 올랜도로 집결했다. 황 회장은 이날 이들을 맞아 자신의 ‘호접난 인생’을 소개했다.

황 회장은 2001년 한국에서 플로리다로 건너왔다. 한국산 호접난 구근을 가져와 미국에서 꽃을 피워 미국시장을 뚫겠다는 한국 농협과 지방정부의 뜻이 어우러져 플로리다 행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 48세때였다.

하지만 낯선 땅, 낯선 시장인 만큼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한국에서 흙을 튼 채 맨뿌리만으로 비행기에 실려 온 우리 호접난은 수공이 많이 들어가 원가도 높았고, 미국 땅에서의 생존율도 낮았다. 화분째 들어오는 대만산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대만은 화분째 들어올 수 있는 반면 우리는 흙이 뭍은 채로는 들여오지 못하게 한 쌍방간 협약 때문이었다. 주미대사관이 나서서 이를 바꾸는데 무려 10여년이 흘러, 지난해 겨우 화분째 들여올 수 있다는 양국간 협약이 체결됐다. 역대 주미농무관들이 땀을 흘린 결과였다. 미 농무부 식품검역기관이 한국 농장을 실사를 마친 후 비로소 선적이 이뤄져 지난 4월9일 ‘역사적으로’ 한국산 호접난이 미국 올랜도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황 회장은 이제 대장정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 호접난 재배농가와 농협, 지방정부가 합작으로 수십년을 키워온 꿈이 미래를 향해 대항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유통된 호접난은 600만개입니다. 한국에서는 50만개만 더 생산되면 생산과잉으로 값이 폭락합니다. 500만개만 생산되면 난값은 올라가고, 농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미국의 난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미국으로 우리 난이 공급되면 국내 내수가격도 개선되고 수출농가 소득도 안정됩니다.”

황 회장이 경영하는 코러스오키드에서 연간 대만에서 수입하는 호접난은 2백만개에 이른다. 올랜도에 있는 10여호의 한인농가까지 합치면 수요량은 훨씬 많다. 이를 바탕으로 황 회장은 오랜 꿈을 이루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 동부 연안도시를 따라 프랜차이즈 가든센터가 들어선다. 마이애미에서 애틀란타, 워싱턴, 뉴욕, 보스턴 등 주요 도시를 따라 한인들이 경영하는 가든센터 50-100개가 만들어진다. 호접난 등 꽃 도소매는 물론, 관엽식물도 유통시키고, 정원도 가꿔주면서 조경 컨설팅도 하는 종합 가든센터다.

여기에 공급되는 꽃과 관엽식물은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한인농장에서 재배한다. 이미 아포카 지역에 형성돼 있는 45가구의 한인농가들이 생산 및 유통 조합을 만들어 가든센터에 필요한 꽃 및 관엽식물을 공급한다. 물량이 딸리면, 한인농장이 더 확대될 수 있고, 주변의 농장으로부터 계약재배로 공급받을 수도 있다.

가든센터 시스템이 구성되면, 한인농장들은 월마트나 홈디포에 헐값으로 납품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품질의 꽃과 관엽식물을 제값을 받고 우리 가든센터를 통해 팔 수 있다. 가든센터는 한인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한 한인 청년들이 센터마다 10여명씩 배치돼 미국의 가든시장을 공략해 나갈 수 있다. 이미 한인들이 다수를 장악한 뷰티서플라이, 세탁업 등에 이어서 가든산업이 미주한인사회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꾸면 꿈이지만, 여럿이 꾸면 현실이 됩니다. 이 꿈을 함께 꾸고 싶어요. 이번에 들어온 한국 호접난이 미국 가든산업 시장을 개척하는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았으면 합니다.” 황 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다 바친 농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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