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종말론
[선비촌만필] 종말론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19.05.27 10: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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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현생인류의 종말을 예고한 「사피엔스(sapiens)」라는 인문서가 독서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른바 현생인류의 종말론이다. 세상만사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지만 현생인류가 그것도 금세기 안에 종언을 고할 수 있다는 주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무명의 무속인 이나 사이비 종교인도 아닌 유명한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히브리대학 유발 하라리 교수가 한 예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2016년 인간의 절대영역이라고 믿어왔던 바둑게임에서 세계최강의 기사(棋士)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패하는 것을 본 하라리 교수의 주장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주장하는 종말론은 문명진화의 결과로 인공지능에 의해 현생인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타 동물에 비해 취약한 신체 조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지능의 힘으로 자연을 정복하고 수 만년에 걸쳐 오늘날의 문명을 일구며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해 왔다.

그런 현생인류가 21세기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완결될 2050년 전후로 인간이 만든 기계에 지배당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 문명진화에 기폭제가 된 각종 혁명은 인간이 주체가 되고 대상이 자연이거나 새로운 가치였다면 21세기 후반엔 혁명의 대상이 ‘인류’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도래할 AI 시대에는 현존하는 직업 50%가 사라지고 인간의 판단 기능도 인공지능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며 문명의 주체였던 인간이 문명의 객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22세기에는 현생인류가 사라지고 인간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류가 이 땅에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이 하라리 교수의 예언이다.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학자의 예언이 어느덧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엔 또 다른 차원의 종말을 예감 할 수밖에 없는 기막힌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인구 절벽이다. 오늘날 선진 각국은 인구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200여 년 전 과잉인구를 전제로 체계화 된 고전 경제학 이론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인구감소이다. 경제적 풍요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나라들이 저 출산 현상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지 않으려면 합계 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하는데 특히 한국은 2018년 합계 출산율이 0.98명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결혼이나 출산 기피현상이 지속된다면 향후 50년 이내에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20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소멸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의 모든 제도와 관행 그리고 사회시스템이 평균 수명 70세, 인구 4~5천만, 2~3%대의 경제 성장률,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노동, 복지, 교육 시스템이 설계되었다고 한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급속한 기술진보에 각종 사회 시스템을 조정할 겨를도 없이 저성장과 고용감소, 인구절벽에 고령화 같은 급격한 변화를 맞으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령인 구 급증에 따른 복지비용 부담으로 사회가 활력을 잃고 재정이 파탄 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과잉인구로 인한 식량부족으로 빈곤과 범죄가 창궐하여 사회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는 맬서스의「인구론」과는 상반되는 현상이 국민소득 3만 불, IT 선진국인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온갖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자녀의 성공을 통해 고단한 삶을 위로받겠다고 자녀양육에 올인했던 기성세대들과 달리 불확실한 미래와 극심한 생존경쟁에 지쳐 3포세대로 전락했다는 신세대들은 미래의 꿈을 접고 현실적 자기생존본능에 충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류가 질병이나 전쟁, 기아와 자연재앙이 아닌 문명진화의 결과로 인류가 종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종(種)은 종족보존의 본능보다 자기보존의 본능이 더 강하다고 한다.

악화일로에 있는 환경 재앙과 치열해지는 강대국들의 패권적 국제질서, 그리고 극심한 생존경쟁의 삼각파도를 해쳐 가야하는 현실에서 문명발전의 역기능(逆機能)을 계산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고 삶이 두려워 국가를 만들었다’는 옛 철학자의 설파도 작금의 종말론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발전하는 문명이 인류의 미래를 담보해 줄 것으로 믿었고, 과잉인구를 우려해 출산을 제한하던 6~70년대를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이런 인구절벽에 따른 종말론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가 결혼과 출산에 대증요법(對症療法)식 인센티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출산 장려정책을 국가 발전전략의 중심에 둔 근본적인 시스템개혁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인구감소는 ‘망국’이라는 위기의식과 함께 출산세대도 우리 공동체의 미래가 개인의 생존본능에 함몰되어 결과적으로 종말론에 동참하게 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호소하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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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권 2019-05-30 07:44:22
공감하는 내용이네요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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