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달하 노피곰 도다샤’가 오페라로
[전대열時論] ‘달하 노피곰 도다샤’가 오페라로
  •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9.05.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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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비취오시라 아으 다롱디리 어긔야 어강됴리. 이 노래를 처음 접하게 되면 이게 우리나라 말인지 외국 언어인지 얼른 구분하기 힘들다. 가락의 흐름으로 볼 때에는 분명히 우리 말 같은데 어긔야나 다롱디리는 소절을 붙잡아 매주는 역할을 하는 게 틀림없다.

이 노래가 고장 사람들과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불러지게 된 것은 꽤 오래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백제 시대 정읍지방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던 것 같고 결국 정읍사(井邑詞)라는 제목이 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정읍사는 고교 고문(古文) 수업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과목의 하나였다.

정읍에서는 정읍사공원을 조성하여 해마다 축제를 열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풍성한 볼거리의 하나로 발돋움했다. 더구나 금년에는 전봉준장군이 일으킨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이 되는 해인데다가 5월11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면서 이중의 기쁨을 안겼다. 이에 질세라 호남 오페라단에서는 10번째 창작오페라 작품으로 ‘달하 비취시오라’를 선뵈었다.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전적으로 정읍사를 바탕에 깔고 백제의 멸망과 시대적 조화를 일치시켰다. 이 작품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호남오페라단 조장남단장의 노고가 가장 컸을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만 하다.

1986년에 창단하여 33년 동안 꾸준히 지역사회의 오페라 정착과 폭 넓은 지역사회의 저변확대를 이끌어 온 열성은 이제 한국 오페라의 큰 기둥으로 우뚝 서게 됐음을 알려주는 쾌거가 됐다. 달하 비취시오라는 이번이 초연은 아니다. 2년 전 전주와 정읍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던 작품을 가다듬어 예술의 전당에 올린 것이다.

오페라를 자주 관람할 수 있는 사람은 매니아급 인사가 아니라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관객의 수준도 엄청나게 높아졌고 일반인들의 인식도 기회만 있으면 오페라 관람에 선뜻 나설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창작 오페라가 공연된다고 해서 모두 성공을 거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실패할 확률도 높다. 제작 과정에서 피와 땀이 어린 고통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연되는 오페라가 성공하느냐 여부는 대본을 쓴 작가와 작곡가 그리고 지휘자가 삼위일체를 이룰 때 가능하다고 보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총괄적인 연출자다. 출연자 모두가 성악가요 배우인 오페라의 특성을 살려 어떻게 청관중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드느냐 하는 것은 연출자만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번 작품에서 예술총감독을 맡은 단장 조장남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이태리와 오스트리아에서 성악과 오페라를 전공하며 독창회와 오페라 출연으로 탄탄한 경력을 쌓은 실력자다. 현재 대한민국 오페라단 연합회 수석부이사장이다.

작곡가 지성호는 전북대를 나와 최명희가 남긴 ‘혼불’을 대서사 음악극으로, ‘서동왕자와 선화공주’ ‘논개’ ‘루갈다’ ‘흥부와 놀부’를 작곡했으며 전주시예술상과 목정문화상을 수상했다. 대본을 쓴 김정수는 현재 전주대 공연방송연기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국악뮤지컬 ‘님이시여 사랑이시여’ ‘꿈꾸는 나라’ ‘레퀴엠 탈’ 등 희곡작품과 오페라 작품으로 ‘춘향’ ‘달하 노피곰 도다샤’ ‘진채선’ 등 수많은 작품을 냈다.

지휘자 이일구는 영남대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국립음대를 졸업했으며 헝가리와 체코에서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과 울산 대구 전주 군산 시립교향악단에서 객원지휘자로 활약했다. 현재 협성대 교수로 그라쯔 국립대학교 종신 상임지휘자이다. 이들 외에도 연출 김지영, 합창지휘 임병욱, 안무 김수현 등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오페라는 청관중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달하 비취시오라의 줄거리는 나당연합군의 침입으로 사비성이 함락될 때 공주의 몸으로 윤간을 당하고 눈이 먼 월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정읍지역의 호족인 해장의 배신으로 익산 미륵사 공사에 동원됐던 도림이 죽을 고비에서 월아를 데리고 도망치는데서 얘기는 전개된다.

그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내장산 골짜기는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에 있던 왕조실록을 용굴에 숨겼던 실화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가까운데 있으면서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깊은 산골짜기에서 약초를 팔기 위하여 잠시 온고을(전주)에 다니러갔던 도림이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설정된 대본은 정읍사에서 보여주는 장사하러 멀리 떠난 임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어버린 이름 없는 아낙을 월아로 바꿔 놓았을 뿐 슬픈 얘기가 관중의 가슴을 때리는 것은 똑같다.

이 오페라가 마지막 대목에 이르며 젖 떨어진 어미의 품속에서 죽어간 아기와 눈먼 월아의 애가 녹는 슬픔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게 하는 청관중의 가슴을 한없이 뛰게 만들었음이다. 창자가 끊어지는 비탄에 잠긴 도림이 돌아와 돌이 된 월아의 눈을 조각해준다. 정읍사에는 안 나오지만 달은 높이서 환하게 비춰주며 그들의 사랑을 축복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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