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해외여행 3천만 시대, 가이드의 역할 왜 중요한가?
[이계송칼럼] 해외여행 3천만 시대, 가이드의 역할 왜 중요한가?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19.06.03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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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여행지 선박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들과 슬픔을 함께 한다. 우리 부부도 똑 같은 곳에서 배를 타고 강상(江上)에서 부다페스트의 밤을 구경한 적이 있다. 불빛으로 감싼 국회의사당, 성당 등 다양한 멋진 옛 건축물들이 곳곳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도시, 밤 풍경은 특히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순간의 사고로 생사가 갈린 가족들의 슬픔은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해마다 연인원 3천만명의 한국인들이 세계여행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해외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고향을 떠나본 일이 없는 사람들은 결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해외여행은 무엇보다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평소에는 못 느꼈던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우리도 이런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발상이 생기기도 한다. 국가적으로 보면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엄청난 교육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멋진 해외여행의 경험은 어떤 가이드를 만나는 가에 따라 시작된다. 지난해 동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해본 여행 중에서 가장 즐겁고 흐뭇했다. 그것은 멋진 가이드를 만난 덕분이었다. 그분처럼 해박한 지식과 세심한 배려로 우리에게 최고의 매력적인 여행 경험을 안겨준 가이드는 처음이었다. 그분은 지성/교양은 물론 미모까지 겸비한 50대 초반의 여성이었는데, 런던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유럽의 역사를 쉽게 그리고 의미와 재미를 겸한 요점만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군더더기 없는 담담한 말솜씨, 긴 얘기도 짜증스럽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장시간 버스를 타고 관광지 곳곳을 지날 때마다 어울리는 음악과 영화도 곁들어 주었다. 정말 전문가다웠다. 물론 여행 중 건강 및 안전을 챙기는 일에도 철저했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가이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또한 국가가 나서서 국제여행 가이드를 양성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 때 하게 되었다. 

해외여행 현지 가이드는 안내자이면서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어머니처럼 자상해야 하는 직업이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여행사에서 좋은 가이드를 양성하고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그런 훌륭한 사람들을 발굴, 평생을 보장해주면 어떨까. 예를 들면 국가 고시제도를 통해서 자격증을 부여하고,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국가가 그들의 생계와 직업의 품위를 지켜주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가이드 자격시험제도가 대부분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사업의 일환일 뿐이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생계문제가 해결된다면 가이드는 본인의 직업에 100퍼센트 충실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이들에게 매년 일정 시간의 교육을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가 지향하는 목표에 맞는 해외 현지여행 가이드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설정할 수 있다. 여행객들이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다양한 사고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 등...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해외취업/비즈니스 등에 대한 현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청년들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그것이다. 각 나라의 특이한 제도의 장점들도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착안, 여행 후 나라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하나의 예다.

해외여행가이드들의 현실은 다양한 것 같다. 현지 유학생에서부터 거주자들까지, 고정가이드에서 당일치기도 있다고 한다. 좋은 분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여행사끼리 경쟁을 하다 보니 값싼 상품을 개발하면서 인건비를 우선적으로 줄이기 때문이고도 한다. 가이드의 수입도 천차만별, 기본월급(없는 경우도 있음), 옵션관광 안내비(관광객을 설득해서 추가관광을 안내해줌), 팁, 상품판매수수료(관광특산품상점으로부터 받음) 등이 있는 것이다. 

부다페스트의 선박사고를 슬퍼하면서, 해외여행가이드들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인지, 국가가 이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글로벌코리아에 얼마나 큰 자산이 될 수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이 글은 이번 선박사고에 대한 가이드 책임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밝혀 둔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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