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70] 택리지(擇里志)
[아! 대한민국-170] 택리지(擇里志)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9.06.1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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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택리지는 어느 마을(里)에 살면 좋을지 고르는(澤) 일을 돕는 기록(志)이라는 뜻의 책으로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이 썼다. 이중환은 숙종 때 과거에 급제, 주서(注書)를 거쳐 지평(持平)에 올랐으나 당파싸움에 얽혀 1726년에 섬으로 귀양을 갔다가 자유의 몸이 된 뒤 이 책을 썼다. 원래 필사본으로 내다보니,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 원본을 베껴 조금씩 판본이 다른 책이 200여 종이 넘게 나왔다. 2018년에 안대희 교수가 초고본과 개정본, 그리고 필사본들을 6년여에 걸친 분석, 정리 끝에 『완역 정본 택리지』를 비로소 내놨다.

이중환의 택리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인문지리서로 그만큼 인기가 많아 당대 이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을 쓴 목적부터가 ‘어디서 사는 것이 좋을까’였고 어느 지역이 농사가 잘되고 또 어느 지역이 장사를 잘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부동산 서적이자 각 지역의 빼어난 산수와 물산과 교통상황을 자세히 소개하고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북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각 지역에 내려오는 전설을 수집해서 기록한 구비문학의 보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인쇄본으로 간행되기도 전에 일본과 중국에서 먼저 간행될 정도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가장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전편인 팔도총론과 후편인 복거총론으로 되어있는데, 각 도의 역사, 지리, 지세, 기후, 산물, 인물, 취락 등을 서술하고 살 만한 곳(可居地)과 그렇지 못한 곳(不可居地)으로 설명하고 있다. 복거론에서는 지리, 생리, 인심, 산수 등 네 가지 잣대로 ‘살 만한 곳’을 찾아보고 있다. 단순한 지리 정보뿐만 아니라 어디의 농업수확량이 많고, 어디에 물류가 집중되어 있는지 등 각 지역의 경제활동 현황(생리)과 정신문화의 현황까지 다루고 있다. 택리지는 일광(日光)과 지세에 대해 “사람이 사는 집터는 태양이 잘 비쳐야 한다. 그러므로 하늘이 작게 보이는 산간 같은 데는 살 곳이 못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넓은 들(野)이 집터로서 적당하다. 이런 곳에는 태양, 달, 별들이 찬연히 비치고, 기후가 순조롭고 질병도 적어 인재가 많이 태어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택리지가 말하는 ‘살 만한 곳’은 수확량이 많고 토지가 비옥해 경제가 활성화된 곳, 그러면서도 인심이 좋고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꼽았다. 평양 주변과 재령평야, 경남 합천, 전남 구례, 전북 전주, 대전 유성, 경북 하회 같은 곳을 추천하고 있다. 택리지에서 우리나라 국토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극찬한 곳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휴가철에 찾는 강원도 동해안이었다. “이 지역을 한번 유람하면 저절로 다른 사람이 되고, 여기를 거쳐 간 사람은 10년이 지나도 얼굴과 몸가짐에 신선 세계의 기운이 남아있다”고 썼다.

그러나 택리지의 결론이라 할 마지막 부분에서 이중환은 사대부가 사는 곳은 인심이 어그러지고 망가지지 않은 곳이 없어 조선팔도 전체가 “몸을 둘 곳이 거의 아무 데도 없다”고 탄식하고 있다. 그의 이런 탄식에는 국토에 대한 애정과 증오가 함께 섞여 있다. 정인보는 그가 펴낸 책의 발문에서 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치우치고 사사로운 당파의 견해를 뿌리째 뽑은 뒤라야 비로소 자기 마음의 본바탕을 찾을 수 있으며, 자기 마음의 본바탕을 찾은 뒤라야 비로소 사람으로 설 땅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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