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잘못된 명령에는 항명해야?...웨스트포인트 미육군사관학교를 찾아
[탐방] 잘못된 명령에는 항명해야?...웨스트포인트 미육군사관학교를 찾아
  • 웨스트포인트=이종환 기자
  • 승인 2019.06.1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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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전쟁 성공 이끈 중요한 요새...방문자센터에는 생도생활 담은 전시관 있어
방문자센터에는 생도들의 일과를 담은 영상이 나온다.
방문자센터에는 생도들의 일과를 담은 영상이 나온다.

네비게이션을 찍어 도착한 웨스트포인트 미육군사관학교 정문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묻자 경비실 직원이 나와서 손을 가로저었다. 민간인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할 수 없이 돌아 나와서 미리 봐둔 방문자센터를 찾았다. 정문에서 500m 앞쪽에서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면회소라는 느낌이랄까? 방문자센터는 입출입이 자유로웠다. 같은 경내의 옆 건물에는 군사박물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들을 따라 방문자센터 안으로 들어가자, 통유리로 된 벽면 한켠으로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였다. 강물 위에는 마침 화물선 한척이 느릿하게 상류로 향하고 있었다.

방문자센터에서는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인다
방문자센터에서는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인다

웨스트포인트를 찾은 것은 6월9일이었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광장에 갔다가 육군 중령의 동상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인상이 강하게 남아, 웨스트포인트를 찾아보기로 했던 것이다.

“프랜시스 P. 더피(1871.5.2~1932.6.27)는 캐나다계 미국인 병사, 카톨릭 신부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가면 상징물처럼 그의 동상과 광장이 있다. 남북전쟁 당시 많은 미국인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서울의 광화문 광장처럼 유명한 곳이다.”

뉴욕 타임스퀘어. 오른쪽으로 더피 중령의 동상이 서있다.
뉴욕 타임스퀘어. 오른쪽으로 더피 중령의 동상이 서있다.

한국판 위키백과의 소개다. 영어판에서 비교적 상세한 기록이 나오지만 생략하자. 이순신 장군처럼 유명한 군인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하다 싶은 육군 중령 동상을 타임스퀘어 광장에 세우는 미국인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서 웨스트포인트를 가보자고 한 것이다.

또 하나는 당시 SNS 내용 때문이었다. 5.18을 막 지나서였는지 SNS 상에서는 5.18 당시 진압군이 헬리콥터에서 시민들한테 기관총을 난사했느냐가 화제가 됐다. 지휘관이 기관총을 쏘라고 명령하면, 그 지휘를 받는 군인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거부하고 항명하는 게 옳은가? 이런 의문들도 웨스트포인트를 찾는데 한몫을 거들었다.

웨스트포인트는 뉴욕에서 허드슨 강 상류방향으로 1시간 거리였다. 하이랜드로 불리는 이곳은 말그대로 고지대로, 차를 타고 가다보면 높은 산등성이에서 탁트인 조망도 즐길 수 있다.

웨스트포인트는 미국 독립전쟁 때의 군사기지였다. 영국군이 허드슨 강을 타고 상류로 진입하는 것을 막던 보루였다고 한다. 영국을 상대로 한 독립전쟁기간 미국은 이곳을 잘 지켜, 영국군의 내륙 진출을 막아내면서 결국 독립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됐다. 이런 상징성에 힘입어 영국에서 독립한 후, 육군사관학교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방문자센터로 들어가면 웨스트포인트의 이같은 역사를 소개한 안내판 옆으로 육군사관학교 학사일정과 생도들의 일과를 소개하는 전시관이 만들어져 있다. 방문자들이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는 곳이다.

우드베리 아울렛 한켠에 서 있는 군인할인 안내문
우드베리 아울렛 한켠에 서 있는 군인할인 안내문

생도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4년간을 교육 받는다. 이 과정을 마치면 학사 자격과 함께 육군소위로 임관된다. 전시관은 학년별로 구분을 해서 이들이 생도로 어떤 훈련을 받으며, 어떤 생활을 하는지를 소개하고 있었다.

학년별로 부르는 이름도 달랐다. 신입생은 평민 혹은 천민을 뜻하는 ‘plebe’, 2학년은 한 살배기 가축을 뜻하는 ‘yearling’, 3학년은 소떼를 싣는 기차를 타고 하계훈련을 가는 ‘cow’, 4학년은 일등사관생도라는 뜻의 ‘firstie’라고 소개돼 있었다.

전시관은 입학할 때 전송하는 부모와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는 장면, 머리를 깎고 훈련에 임하는 모습, 각종 장애물 훈련과 전문교육을 거쳐 훌륭한 생도로 임관하는 모습까지 수백장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었다.

‘의무(duty), 명예(honor), 국가(country)’ 이 세가지가 웨스트포인트에서 가르치는 모토다. 생도들은 4년간 이 세가지 신조를 몸과 마음에 새기고 군 장교로 임관하게 된다.

우리나라 육군사관학교 생도 신조도 세가지다. ‘하나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다, 둘 우리는 언제나 명예와 신의속에 산다, 셋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가 생도 신조다.

우리는 육사를 만들 때 미국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내용에서 교육이나 생활, 정신교육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과연 이렇게 교육받은 군인들은 5.18과 같은 상황을 맞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지휘관이 혹 시민군을 상대로 발포명령을 내리면, 항명해야 할까? 명령에 따른 군인은 불명예스런 군인인가? 웨스트포인트를 떠나오는 길에 머릿속을 맴돈 의문들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우드베리 아울렛을 들렀다.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뉴욕 일대 최대의 아울렛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이곳에서 가게들을 지나치는데 길 한켠에 선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군인과 군인가족들에게는 특별할인합니다. 신분증을 보이고 절약하세요.’

웨스트포인트 정문에 있는 상징조각물. 의무, 명예, 국가라고 쓴 신조가 적혀있다.
웨스트포인트 정문에 있는 상징조각물. 의무, 명예, 국가라고 쓴 신조가 적혀있다.
방문자센터
방문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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