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교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외교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05.14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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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강리도'가 전시될 때의 해프닝

이종환 본지 발행인
유럽의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발견한 것은 1488년. 이른바 ‘대항해시대’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80년전에 동양에서 제작된 지도가 남아공을 담고 있다.현존하는 최고(最古) 세계지도인  ‘강리도(疆理圖)’다. 이 지도가 남아공에 전시된 것은 몇해전 일본에 의해서였다. 오부치 전 일본 총리가 남아공 국회의장에게 선물한 것.

남아공에서는 이 강리도를 전시하면서 지도제작자가 명나라의 취안진과 리후이라고 소개했다. 명의 황제가 조선 사신에게 하사한 것을 임진왜란때 일본이 빼앗아가서 류고쿠대에 보관하고 있다가 사본을 남아공에 선물했다는 소개도 곁들였다.

그러나 이 지도는 조선이 만든 지도였다. 태종 2년(1402년) 권근(權近)이 발문을 쓰고 이회(李檜)가 제작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였다. 권근과 이회를 중국 발음으로 읽으면 취안진와 리후이가 된다.

갑자기 이 지도를 소개하는 것은 최근 동아일보에 실린 칼럼 때문이다. 이화여대 사학과의 조지형교수가 쓴 이 칼럼은 ‘강리도’가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지도이지만, 우리 스스로조차도 이 같은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남아공에서 강리도를 전시할 때 우리 외교관이 자리에 있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이 칼럼은 밝혔다. 아마 몰랐을 것이 분명하다. 모르기는 우리 학계도 마찬가지라는 게 조지형교수의 지적. 강리도를 조선최고의 세계지도 정도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국사편찬위원회와 국정도서편찬위원회가 만든 고등학교 국정 국사 교과서조차 인도 서쪽부터 유럽 아프리카 지역을 아예 뺀 부분 지도만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도의 세계사적 의미를 알고서는 하기 어려운 짓이다.

조지형교수는 이런 사실들을 소개하며, 우리 국사가 세계사적 맥락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사를 모르고 국사만 알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나아가서 하나 더 지적하고 싶다. 세계사를 통해 국사를 보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국사만 달달 외우고 있어서는 안 된다. 세계를 알고, 세계를 이해하면서 우리 역사 문화의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역사만 알고 세계의 역사를 모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해야 맞다. 세계사를 배우면서 국사를 알게 되는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한 최근의 교육정책은 방향이 틀렸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필수과목을 꼭 해야 한다면 국사보다는 세계사를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세계의 맥락에서 한국을 보는 시도는 다방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 주도의 ‘한식세계화’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농산물유통공사(aT)에서 이 일을 주도하고 있다. 영부인도 일선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이 일도 맥락을 바꿔서 해야 한다. 전세계에 있는 한식요리사들이 지역적으로 협회 같은 것을 만들어 하는 것이 낫다. 그들이 앞장서서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고, 정부가 이를 후원하는 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세계의 흐름을 짚어야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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