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퍼빙(Phubbing)’을 아시나요?
[이계송칼럼] ‘퍼빙(Phubbing)’을 아시나요?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19.06.22 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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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빙(Phubbing)이란 신조어가 있다. Phone(전화기)과 Snubbing(냉대)의 합성어다. 상대방을 앞에 두고도 스마트 폰에만 집중하는 무례한 행위를 말한다. 사실 우리가 모두 경험하는 일이다. 친구 간 혹은 그룹미팅, 세미나 등 얘기 하자고 함께 모인 자리인대도 스마트 폰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모습이다. 화자(話者)의 얘기는 대충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열심히 얘기하는 화자는 김이 빠진다. 눈으로 맞장구를 처 주고, 공감해 주어야할 대화의 자리에서 진지함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나 자신도 이런 일을 수없이 저질러 왔음을 반성한다. 때로는 대화가 재미가 없거나, 들으나 마나 한 얘기가 나오거나, 남을 흉보고 욕해 대는 자리에서는 나도 모르게 스마트 폰에 손이 가는 경우도 있다. 의식적으로 대화를 외면하는 것이지만, 이 또한 대화 상대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일이다. 대화에 적극 참여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대화를 유도해가는 것이 옳다.

스마트 폰이 인간관계의 만족을 저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스마트 폰 몰입 자체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관계의 하나인 낭만적인 관계를 헤치고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부부간, 가족 간의 대화의 실종이 하나의 예다. 나의 경우 밥 먹는 자리에서도 스마트 폰에 열중한다고 아내로부터 지적 받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가족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어야할 식탁의 자리에 스마트 폰에 팔려있는 가장(家長)의 모습이 한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3월 남미여행에서 난 아주 좋은 경험을 했었다. 이과수폭포 대장관을 조망한 후 배를 타고 폭포 근처까지 다가가 스마트 폰 셀카를 눌러댔다. 갑자기 쏟아진 물 폭탄이 사고를 냈다. 아뿔싸! 호텔로 돌아와 보니 스마트 폰이 물세례 때문에 망가져버린 것이다. 순간 내 몸의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 들었다. 스마트 폰 없는 무료하고 따분한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동행했던 낯선 그룹 여행자들과 내가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던 내가 나도 모르게 얘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해졌다. 말 한마디 없었던 내가 오만가지 농담을 퍼부으며 주변을 웃기기도 하고, 내 자신 살아온  얘기까지 서슴없이 꺼내 나누었기 때문이었다. 동행자들은 덕분에 즐거웠다고 감사해 했고, 나에게도 정말 의외로 흐뭇한 여행이 되었던 것이다.    

스마트 폰이 정지된 열흘간의 이런 경험이 또한 스마트 폰 중독자인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스마트 폰과 거리를 두고 사는 우리 동네 K교수(철학)의 깊은 생각을 헤아려 보기도 했다. K교수는 스마트 폰의 다양한 기능과 편의성에 대해 이견(異見)은 없지만, 그는 차라리 책을 가까이 하고, 인정의 샘을 직접 마시는 아날로그 방식의 삶을 선호한다. 스마트 폰이 가져다주는 편의성, 오락, 급할 것도 진지할 것도 없는 SNS 대화 같은 것을 즐기기 보다는 오히려 불편함, 고독과 사색을 통해 생각의 폭을 키우고 살찌우는 K교수와 같은 삶이 훨씬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대화는 눈과 가슴으로 나눌 때, 진정한 인간적 교감이 이루어진다. 퍼빙의 몰상식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볼 때다. 스마트 폰 중독 때문일 수 있다. 스마트 폰의 폐단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스마트 폰 의존성을 없애는 것은 도박이나 마약 중독을 치료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면서 “우리는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스마트 폰 사용 패턴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 폰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스마트 폰 사용을 단순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일”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알림 수신을 줄이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앱을 삭제하라.” 
“앱 사용 경향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나 특정 게임에 치중되어 있다면, 습관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어딕티드(Addicted)나 모먼트(Moment)와 같은 앱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집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장소를 지정하거나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 또는 날짜를 만드는 것, 침대 맡에 휴대폰을 두는 대신 알람시계를 사용하는 등의 제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친구나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시간 동안 스마트 폰을 곁에 두지 않으면 대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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